수억 들었는데..100만원도 못버는게 말이 됩니까?

조회수 2020. 9. 17. 09: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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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면 배고프다'는 말 없애려 '설리번' 선생님이 팔 걷은 이유가

‘예술하면 배고프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예술인 10명 중 7명은 월 수입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음악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대 취업률은 늘 하위권에 머문다. 전공인 실기를 살려 취업할 수 있는 단체는 교향악단, 합창단 등이다. 그마저도 선발 인원이 적다. 명문대 출신도 유학파도 취업난에 허덕인다. 수억원 들여 공부해도 음대 졸업생 대부분은 레슨 선생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음악 전공생들의 ‘밥벌이’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나선 이가 있다. 음대생의 취업, 창업 등 실질적인 진로 교육을 한다. 또 서울시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청년 및 장애인 신진 음악가 발굴·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쪽 팔과 팔꿈치로 연주하는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 양의 설리번 선생님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음악전문기업 ‘툴뮤직’의 정은현(40) 대표를 만났다. 

출처: 툴뮤직 제공
음악전문기업 ‘툴뮤직’의 정은현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음악전문기업 ‘툴뮤직’을 운영하는 정은현입니다. ‘툴뮤직’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진로 교육, 공간 대여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친구로 삼아라”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피아노 


피아니스트인 정 대표는 7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일찍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피아노를 즐겨 치셨어요. 아버지의 권유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지역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고, 대전예고 입학 당시 실기 부문 1등으로 입학하면서 피아니스트를 꿈꿨습니다. 중앙대학교 피아노학과에 진학한 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았거든요.


대학 졸업 후 음악교육출판사인 뮤직트리에 입사했습니다. 교육부에서 피아노 교재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퇴사 후 2009년 공연기획사 JCF를 창업했습니다.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일을 했어요. 현재 ‘툴뮤직’의 모태가 됐습니다. ‘클래식 음악으로 더 재밌는 공연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남성 피아니스트 그룹인 '와이낫?(Why not?)'을 만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멤버 4명이 음악 해설을 덧붙인 피아노 공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연 비수기 때면 수입이 적어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 가까스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정 대표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생각하다가 공간 대관 사업을 떠올렸다. 학생이나 아티스트가 악기 연주, 보컬이나 뮤지컬 연습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대여해 주는 것이다.


“2011년 피아노를 샀는데 둘 곳이 없었어요. 악기사에 맡겨야 하나 고민하던 중 음악가를 위한 공간을 직접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보컬 연습을 해야 하는 음악가에게 공간은 꼭 필요합니다. 2011년 학교 후배와 함께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예술공작소 툴’을 만들었습니다. 자금은 모아둔 레슨비 2000만원으로 충당했습니다. 찾는 사람이 점점 늘었고, 현재는 논현동, 삼성동, 방배동 등에 분점을 냈습니다.”

출처: 툴뮤직 제공
뇌졸중을 이겨낸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좌), 색소포니스트 멜로우키친(우) 공연 모습.

정 대표는 이후 본격적으로 음악가들의 공연 기획과 음반 제작에 나섰다. 현재 툴뮤직은 매년 50~80건의 공연을 연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50여개의 앨범을 제작·유통했다.


세계적으로 음악성을 인정받은 음악가들의 공연 기획과 음반 제작도 맡고 있다. 현재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피아노 콩쿠르’에서 5위로 입상한 피아니스트 임효선, 자코모 아라갈·비오티· 레온카발로 등 세계적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7차례 우승한 바리톤 석상근, 뇌졸중을 이겨낸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 카운터테너 정민호, 색소포니스트 멜로우키친, 탱고듀오 엘까미니또 등이 ‘툴뮤직’에 속해 있다.


또 신진 청년 음악가, 장애인 음악가 발굴·육성 사업도 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서울시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제자인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을 만나고 바뀐 삶의 방향 


-장애인 음악가 발굴·육성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생긴 이유가 궁금합니다.


“2010년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한 장애인 아이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팔꿈치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최혜연 양입니다. 세 살 때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을 잃었죠. 아이를 만나기 전 한쪽 팔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부터 했습니다. ‘한 손과 팔꿈치만으로 연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가르칠 자신이 없었습니다.

출처: CBS '새롭게 하소서' 캡처, 툴뮤직 제공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 양과 정 대표가 함께 방송에 출연한 모습.
출처: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방송 캡처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

혜연 양을 만나고 난 뒤 걱정은 부끄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희망을 전하는 피아니스트’가 꿈이라면서 열정을 다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습니다. 편견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혜연 양이 한 손과 팔꿈치만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모든 곡을 편곡했고 함께 콩쿠르 준비를 했어요. 이후 제4회 장애인 음악콩쿠르 교육부 장관상, 제1회 기적의 오디션 음악콩쿠르 전체 대상을 받았습니다. 2011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손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매카시와 연주를 했죠. 이후 자연스레 장애인 음악가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뇌졸중을 이겨낸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 시각장애인인 피아니스트 노영서 등을 발굴해 육성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장애인 음악회인 ‘툴뮤직 장애인 음악 콩쿠르’를 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시각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학생이 참가합니다. 또 장애 아티스트 발굴·육성, 음반 제작· 공연 기획, 장애인 음악교육 포럼 등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요.


“아무래도 장애인 음악가 공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무대 세팅, 아티스트 컨디션 등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중 피아니스트 노영서의 독일 투어 콘서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노영서 군은 스타가르트병(유년기 황반변성)을 앓아 12살 때부터 점점 시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주변부 시력 20%만 남은 2급 시각 장애인입니다. 그럼에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영서 군은 독서확대기를 이용해 악보를 봅니다. 악보는 일반 악보를 확대 복사해 A3 용지 크기입니다. 악보 한 권을 읽는데 석 달이 걸려요.

출처: 툴뮤직 제공
독일 투어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노영서 군과 정 대표(좌) 시각장애인 위한 VR용 앱 '릴루미노'을 쓰고 연습중인 노영서(우).

독일 음악 감독의 초청 제의를 받아 2017년 독일 투어 콘서트를 했습니다. 독일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 마리아 레온 체바도 영서 군의 연주에 큰 관심을 보였고, 자신의 작품 ‘사계(Four Seasons)’(12곡)를 헌정하기도 했습니다.


마틴루터대학 대강당 아울라에서 공연을 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연주하는 영서 군 옆에서 악보를 넘겨줬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악보를 잘못 넘겼어요. ‘선생님, 다른 악보를 올리셨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식은땀이 났죠. 영서 군이 당황하지 않고 무사히 연주를 마쳤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진로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음대생들을 위해 나서다


정 대표는 진로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음대생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성신여대, 세종대, 상명대 등에 진로 특강을 나갔고, 잡 콘서트나 음악캠프 등을 진행하면서 음대생들이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목원대 겸임교수, 전주대학교 겸임교수 등으로 일하면서 아이들이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는 클래식 강국입니다. 한국 음악가들이 국제 콩쿠르를 휩쓸죠. 60여 년간 전세계 국제 콩쿠르에서 160번 이상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음악가의 생계 문제는 심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0.1%의 전문 음악가가 아닌 99%의 음악 전공생에 주목했습니다. 2016년 한국 고용정보원의 자료를 보면 4년제 대학 취업률 하위 10개 학과 중 5개(음악학, 작곡, 기악, 성악, 기타 음악)가 음악 관련 학과입니다.

출처: 툴뮤직 제공
책 '음대생 진로 전략서' 출판 기념회 모습, 여름 음악 캠프 모습.

진로 고민을 하는 음대생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보통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은 전문 음악가, 학원이나 개인 레슨, 대학원 진학의 길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화 예술 기업에 취업하거나 음악 회사를 창업하는 등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최근 책 '음대생 진로 전략서'를 출간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악전공자들의 진로를 다룬 책입니다. 음대생들을 위한 취업과 창업 솔루션을 담았습니다. 음대생들도 취업과 관련해 직무실습을 할 수 있는 이론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응시 원서 종류와 사례, 작성법 등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출처: 툴뮤직 제공
‘툴뮤직’의 정은현 대표.

-매출이 궁금합니다.


“2019년 매출은 약 3억5000만원입니다. 전년도보다 80% 정도 늘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하반기에 음악가진로진흥협회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취업과 창업을 꿈꾸는 음악가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툴뮤직’에서 ‘Tool’은 도구, 연장이라는 뜻입니다. 진로 문제를 겪는 음대생이나 청년 음악가, 장애인 음악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도구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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