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모습에 처음엔 놀랐고, 나중엔 생각했죠

조회수 2020. 9. 17.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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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서 이재용 부회장이 4달러짜리 립밤을 쓰는 것 보다 깔깔 웃던 두 청년은

“이재용도 4달러 립밤을 쓰네... 우리가 만들어볼까?”

부동산개발회사 대표와 유니콘 스타트업 임원 의기투합

‘립밤계의 에르메스’ 내놔... 면세점, 편집숍서 먼저 러브콜

비싼걸 누가 쓰냐고? 프리미엄 입소문에 연달아 매진기록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장.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빼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낸다. 립밤이다. 이 부회장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입술에 립밤을 발랐다. 그날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국정농단 관련 키워드가 아닌 ‘이재용 립밤’이었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 립밤은 4달러짜리 미국 제품이었다. 최고급 넥타이에 정장을 입고 최고급 구두에 안경테를 착용했을 대한민국 제1기업 총수가 립밤은 겨우 4달러짜리를 쓴다고? TV로 청문회를 지켜보던 두 청년은 깔깔 웃다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럼 우리가 럭셔리한 립밤을 만들면 되잖아.”

김도엽 어반토닉 대표(오른쪽)와 문승세 부대표(왼쪽). /jobsN

그래서 이들은 실제 럭셔리 립밤을 만들었다. 화장품 스타트업 ‘어반토닉’의 김도엽(37) 대표, 문승세(36) 부대표 얘기다. 2019년 출시된 어반토닉의 화장품 브랜드 ‘라뷔게르’(LA VIGUEUR)의 립밤은 인스타그램에서 ‘립밤계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최근 내놓은 고체 형태의 솔리드 샴푸와 린스(컨디셔너)는 유명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디자이너 장명숙)가 사용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화장품 만든 것은 립밤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부동산개발회사 사장 출신이고, 문 부대표는 유니콘기업의 임원이었다.


-이력이 독특하다. 


(김도엽) “대학(고려대 건축학과) 졸업 후 유학(노스웨스턴대)을 마친 뒤 부동산투자회사에 근무하다가 서른 한 살 때인 2014년 직접 건물을 짓기로 결심했다. 투자자를 모으고, 설계와 시공을 맡기고, 분양을 위해 홍보를 하고… 모두 나 혼자 했다. 2018년 200억원 규모의 오피스텔을 준공했다.” 

(문승세) “졸업(서울대 국사학과) 후 종합상사 해외영업, 컨설팅업체 컨설턴트를 거쳐 서른 둘에 ‘야놀자’에 합류했다. 당시 야놀자는 직원 100명, 기업가치 1000억원 정도의 작은 회사였다. 2017년엔 임원급인 영업서비스그룹장이 됐다.”

 야놀자 ‘마이룸’은 문 부대표의 작품이다. 마이룸은 숙박업체가 보유한 객실 일부를 야놀자에게 판매 위탁하고, 야놀자는 이를 '마이룸'으로 구성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야놀자가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사업모델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왜 화장품으로 눈을 돌린 것인가.

라뷔게르의 립밤 '봄 드 뷔게르' /어반토닉 제공

(김) “주택건설도 중요한 일이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건축학도 출신이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1960~1970년대 북미·유럽 문화융성기 디자인을 원류로 하는 제품을 구현하고자 했다. 요컨대 앤티크(Antique)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화장품, 작품 같은 상품 말이다. 서울대 미식축구부 출신인 절친이 미식축구팀 주장이라며 소개시켜준 친구가 문 부대표였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점에서 그와 생각이 잘 통했다. 2019년 초 문 부대표가 합류했다. 제품 기획과 디자인은 주로 내가 했고, 조직운영과 영업 등은 문 부대표가 맡았다.”


-‘립밤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이 제품, 가격도 상당하다. 기존 립밤들과 어떻게 다른가. 


(김) “우리의 콘셉트는 립밤을 통해 역으로 정장과 가방이 더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립밤 용기는 플라스틱이 아니다. 안경 뿔테를 만들 때 쓰이는 ‘아세테이트’ 소재다. 용기 단가만 5배 이상 비싸다. 화장품 용기를 이러한 고급 소재로 만든 것은 전례가 없다보니 기존 화장품 제조사들에 생산을 의뢰해도 만들지 못했다. 결국 우리가 아세테이트 생산 업체, 아세테이트 조립 업체를 찾아가 만들어야 했다.” 


-내용 성분에선 어떤 차이가 나는가. 

라뷔게르의 워터로션 '오 드 뷔게르' /어반토닉 제공

(문) “천연 성분인 퀸즈랜드 넛 오일이 라뷔게르 립밤의 주 원료다. 팔리톨레산을 다량 함유 하고 있어 강력한 향균작용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발색 강도는 남녀노소 부담스럽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에프터쉐이브 겸 워터로션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제품들은 항염(抗炎) 효과를 위해 변성 알코올 성분을 넣는다. 그런데 피부를 위해 넣은 화학물질이 다시 피부 각질층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허브추출물처럼 자연유래 물질 중 항염 효과가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과거 미국 원주민들이 화살에 맞았을 때 치료를 위해 썼던 위치하젤(Witch Hazel)이란 물질을 찾았다.”


-화장품 사업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이를 찾았나. 


(김) “우선 올리브영부터 면세점까지 모든 형태의 매장에 다 가봤다. 화장품 원료 표기 부문을 사진으로 찍어와선 대체 어떤 원료를 쓰는지 분석을 했다. 그러다 미국산 화장품 중 위치하젤을 쓰는 제품을 찾았다. 우리는 화장품 산업에 몸 담지 않았었기 때문에 선입견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었다.” 


-시장의 반응은 어땠나. 


(문) “립밤을 기준으로 작년 8월 출시 이후 월평균 30%씩 매출이 늘었다. 11월, 영국 프리미엄 리빙편집숍 ‘더 콘란샵’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당시 롯데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하려던 때다. 콘란샵 MD(상품기획자)가 우리 인스타그램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영국 본사 측 승인을 받고 콘란샵에 입점한 첫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됐다. 신세계 측에서도 먼저 연락이 왔다. 우리의 콘셉트를 신선하게 본 것 같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라 뷔게르의 고체형 샴푸와 린스인 '쓸 드 뷔게르'(왼쪽)와 '플레르 드 뷔게르'(오른쪽) /어반토닉 제공

(김) “2월 중순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화장품 산업은 위기를 맞았다. 외출이 주니까 그만큼 화장품 사용은 줄 것이다. 그렇지만 세정제 같은 이너뷰티 상품은 더 인기를 누리지 않을까. 솔리드 샴푸·린스는 그렇게 탄생을 했다.”


-그런데 왜 고체인가. 액체보다 불편하지 않나. 


(문) “립밤·워터로션 등이 용기 디자인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찾았다면, 세정제는 제형(劑形)에서 찾았다. 우리가 집에서 흔히 쓰는 액상 린스 용기를 잘 보면 ‘두피에 직접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떻게 두피에 닿지 않고 린스를 사용하나. 액상 제품은 젤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화학 성분을 넣는다. 이것이 두피에 미세하게 남아 탈모 등 두피질환의 원인이 된다. 고체 제형은 멋스러움을 추구함과 동시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앞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 생각인가. 

김도엽 대표 /어반토닉 제공

(김) “다음달 휴대용 손세정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New Normal)을 상징하는 제품이 될 것이다. 그동안 누가 손세정제를 휴대하고 다녔겠냐만, 앞으로는 흔한 일이 될 것이다. 라뷔게르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 ‘침투’해보고 싶다. 최근 미식축구 국가대표팀에 워터로션과 선크림을 협찬하기로 했다. 우리 제품을 써보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대된다. 스포츠 영역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은 세공을 통한 ‘하이엔드 주얼리’ 상품도 기획중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거나 또는 그들보다 앞서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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