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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큰손이 생뚱맞게 '연필심'에 빠진 사연

조회수 2020. 9. 17. 09: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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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영화 투자자가 환갑이 다 돼 '그래핀'에 빠지게 된 사연

그래핀(Graphene)이라는 게 있다. 2004년 등장한 신소재 그래핀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의 구성 물질이다. 흑연은 탄소들이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층으로 쌓여 있는 구조다. 이 흑연의 한 층을 그래핀이라고 한다. 그래핀은 가볍고 유연하면서 강철보다 단단해 ‘꿈의 물질’로 불린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고효율 태양전지, 군사용 방탄복, 전기차 디스플레이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량생산이 까다로워 산업 현장 등에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기업 중 그래핀 대량화에 성공한 곳이 있다.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인 CVD(Chemical Vapor Deposition·화학기상증착법) 그래핀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글로벌 업체들과 그래핀을 적용한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부품을 개발 중이다. ‘그래핀스퀘어’를 이끄는 채윤(61)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그래핀스퀘어 제공
‘그래핀스퀘어’ 채윤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벤처기업 ‘그래핀스퀘어’의 대표 채윤입니다. 그래핀스퀘어는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채 대표의 인생은 크게 ‘영화’와 ‘그래핀’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가 그래핀을 만나기 전에는 영화 투자업계의 ‘큰 손’으로 불렸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8년 이수건설에 입사해 기획실 법무팀장을 맡았다. 이후 이수건설 부사장, 이수세라믹 대표이사, 이수엑사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10여 년간은 이수창업투자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크고 작은 영화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일을 했다. 그가 투자해 소위 ‘대박’이 난 영화 중에서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 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국제시장’ 등이 있다. 또 외국 영화 수입에도 나서 높은 이익을 얻었다.

출처: 영화 포스터 캡처
채 대표가 투자한 영화 ‘7번 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국제시장'
출처: 그래핀스퀘어 제공
칸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에 갔던 모습.

“2000년 3월 이수창업투자 주식회사가 세워졌고 대표이사를 맡아 영화, 드라마, 공연 및 전시 등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일을 했습니다. 10여 년간 영화 투자일을 하면서 작품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봤습니다. 시나리오도 하루에 3개씩은 봤어요. 봉준호 감독은 보기 쉽게 그림이 그려진 영화 콘티를 가져오곤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을 입니다. 프랑스 영화였어요. 다들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 주인공 오마 사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거다’ 싶었어요. 영화를 10만달러(약 1억원)에 들여왔고 홍보비는 약 10억원을 써 총 11억원이 들었습니다. 손익 분기점이 35만명이었는데 관객 수 172만명을 기록해 5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박이 났고 작은 영화로 큰 이익을 얻어 재밌었습니다.”


영화광이었던 채 대표가 신소재인 그래핀을 만나게 된 건 그래핀스퀘어 설립자이자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 경영자)를 맡은 홍병희(49)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를 통해서다.


홍 교수는 그래핀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자다. 2009년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인 CVD 그래핀 합성법을 개발했다. 관련 논문은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돼 전 세계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현재 국내 과학계 인용도 1위, 전세계 화학 분야 1위의 인용도(9868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출처: 그래핀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그래핀스퀘어'의 홍병희 CTO.

“2016년 홍 교수를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났습니다. 홍 교수와 사업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핀을 알게 됐어요.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실리콘·구리보다 전자 이동 속도가 100배 이상 빠릅니다. 또 다이아몬드보다 열 전도성이 2배 이상 높죠. 두께는 0.2㎚로 종이보다 100만배 얇으면서 탄성도 뛰어납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핀을 대량 양산해 세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았어요.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홍 교수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연구 중심의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돕고 싶었고, 전문 경영을 위해 2018년 1월 ‘그래핀스퀘어’에 합류했습니다.”

출처: 그래핀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그래핀 연구 모습.

-다른 경쟁사와의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단가를 낮춰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양산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신문을 찍어내듯 연속 생산 하는 R2R(Roll to Roll·회로 제조 시 얇은 동필름을 롤에 감아 가공하는 방법) 방식을 고안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롤투롤 합성, 에칭(etching·반도체 표면의 부분을 부식시켜 없애는 방법) 등 모든 그래핀 제조 과정에 대한 특허기술을 보유한 것은 그래핀스퀘어가 유일합니다. 현재 80개가 넘는 그래핀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핀스퀘어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용 OLED 부품, 차세대 방탄복 소재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LG, GM 등 글로벌 업체들과 함께 그래핀을 적용한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부품을 개발 중이다. 또 그래핀 기술을 적용한 방탄복을 개발했다. 그래핀을 수천겹 쌓아 총알도 막아내는 강도를 자랑한다. 현재 미국 국방성과 납품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원익투자파트너, BSK인베스트먼트, 어니스트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약 140억원을 투자받았다. 

출처: jobsN
‘그래핀스퀘어’ 채윤 대표.

-매출이 궁금합니다.


“2019년 매출은 약 10억원입니다. 미국, 태국, 일본, 영국, 인도, 말레이시아, 독일,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2022년 예상 매출은 900억원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뿐 아니라 의류, 제약 등 그래핀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그래핀 상용화를 이끌어 다양한 곳에서 그래핀이 쓰일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또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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