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맞춰 간 강원도 대학이 120억 대박남으로 만들어줬죠

조회수 2020. 9. 17. 09: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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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로 시작해 8년만에 연매출 120억 달성한 회사는?
창업 무덤으로 꼽히는 농업 분야 성공 사례
농가에 작물 재배 맡겨 기업에 납품

성적에 맞춰 들어간 농대가 인생을 바꿨다. 입학 전까지 농업의 ‘농’자도 몰랐던 청년이 지난해 연매출 120억원을 달성한 농업법인을 만들었다. 록야 권민수(37) 대표의 이야기다.


출발은 감자였다. 농가와 계약을 맺어 감자 생산을 맡기고, 이를 식품·식자재 회사와 유통업체에 납품했다. 이후 콩·양배추 등으로 작물을 늘렸고, 가공식품 생산도 시작했다. 2011년 연매출 1억원이었던 매출이 8년만에 120배 성장했다. 창업 무덤으로 꼽히는 농업 분야에서 성공한 대표 기업이다.

출처: 록야 제공
록야 박영민, 권민수 대표

◇전국 농가 방문해 일 도우면서 사업 시작


-강원대 농대를 나오고 농업 분야에서 창업했다. 원래 농업에 뜻이 있었나. 


“전혀요. 대학 갈 때는 성적 맞춰서 지원했어요. 학교를 다닐 때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창업연수생 과정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농업 분야에서 창업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어려서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때 다른 분들을 만나면서 ‘농업으로 창업해도 성공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농가와 재배 계약을 맺고, 기업에 납품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구상했나. 


“창업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을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문제가 농산물 가격이었어요. 농산물은 해마다 가격 변동이 커요. 어떻게 하면 농가가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감자칩이 떠올랐죠. 감자칩은 감자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비교적 일정하니까요. 식품 관련 대기업 납품을 뚫어보자 했고, 농심과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어떻게 대기업과 바로 거래할 수 있었나. 


“식품 기업은 안정적으로 원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요. 록야가 감자 종자,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품질 좋은 씨감자를 심어야 좋은 감자를 얻을 수 있고, 생산량도 늘릴 수 있어요. 씨감자는 종자업에 등록한 종자관리사만 생산할 수 있어요. 졸업 후 잠깐 종자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익힌 도움이 컸어요. 물론 종자관리사 자격증도 있습니다.”

출처: 록야 제공
계약 재배 농가를 방문해 일하고 있는 모습

-농가와 계약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우수한 농가와 계약을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종자를 심는 파종 단계부터 수확 때까지 함께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20대 젊은 애들이 뭘 알겠어’ 무시도 당했는데, 일하는 모습을 보고 ‘감자에 대해 그래도 아는 애들이구나’ 하셨던 것 같아요. 또 자연재해로 수확이 늦어져도 기다려드리면서 사업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약 150개 농가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나물캔 출시 3개월, 13만개 팔리고 미국·영국 수출도 


-감자에서 시작해 작물을 늘렸다고. 


“보통 농가가 한 작물만 심지 않아요. 감자를 심고 수확한 다음 콩을 심는 농가가 많아 2018년부터는 콩도 계약재배를 시작했습니다. CJ와 납품 계약을 맺어 확실한 판로도 확보했죠. 현재는 약 30개 작물을 식품기업부터 신세계 푸드 같은 식자재 업체, 이마트·홈플러스 등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직접 가공식품도 출시했다. 


“식품기업과 농가 다음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게 목표였어요. 작년부터 소비자가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나물을 캔에 담은 나물캔을 선보였어요. 나물 특성상 조리 과정이 오래 걸리는데,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캔을 떠올렸죠. 씻고 삶아서 멸균처리를 거친 후 캔에 담아 바로 무쳐 먹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출처: 록야 제공
편하게 나물을 먹을 수 있도록 국산 나물을 캔입한 나물캔을 선보였다.

-소비자 반응은.


“출시 3개월 만에 13만캔이 넘게 팔렸습니다. 1캔당 120g으로 한 번 먹기에 알맞은 양이고, 편리해서 찾는 분들이 많아요. 코로나를 뚫고 미국·영국으로 약 3만캔 수출도 했습니다. 캐나다·유럽 등에서도 문의가 와서 논의 중이에요.” 


◇농업 생태계 바꾸는 게 최종 목표 


-농업 분야는 창업에 성공하기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관심 있는 인재들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보다 기술 발전의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그 말은 반대로 하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입니다. 창업에, 농업에 뜻이 있는 분들이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출처: KBS 방송화면 캡처·록야 제공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개최 '나는 농부다'에서 우승한 록야

-목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농업과 연계해 농업 생태계를 바꾸고 싶습니다. 농업이 현재 기술 발전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2019년 기준 한 해 총생산액이 50조원이 넘을 정도로 큰 시장이에요. 개발자분들을 모시고 AI와 빅데이터로 농산물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격 예측 시스템을 바탕으로 농가가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결정할 수 있고, 농산물의 새 가격지표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농업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돕고 싶어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시장을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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