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 많은 일본 여배우가 돌연 은퇴한 뜻밖의 이유

조회수 2020. 9. 17. 09: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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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에 나타난 일본인들..'교주 이름으로 뉴욕을 구하노라'
일본 신흥교 ‘행복의 과학’ “교주 법력으로 코로나19 사멸”
일본판 사이언톨로지? 신자만 1000만명에 정당설립도
“교주 목소리 들으면 면역력 향상” 판데믹 속 세 늘려
한국엔 2008년 서울 지부 개설...유튜브 등으로 교리전파
미국 뉴욕 맨해튼에 나타난 '행복의과학' 신도들 이들은 자신들의 교주인 '엘칸타레'의 이름으로 코로나 감염증을 치료하겠다고 외쳤다. /유튜브 화면 캡쳐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텅 빈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말쑥한 차림의 일본인들이 메달 형태의 황금색 목걸이에 황금색 머플러를 두르고 합장을 하고 있다. 별안간 두 손을 번쩍 들더니 소리친다. “엘칸타레 힐링! 엘칸타레 파이트!”


3월말부터 뉴욕 도심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들은 일본의 신흥종교 ‘행복의과학(幸福の科学·Happy science)’ 신도들이다. 엘칸타레는 신(神)을 뜻하는 것으로 교주인 오가와 류효(64)를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교주의 이름으로 뉴욕을 코로나에서 구하노라’라고 외치고 다니는거다. 

행복의과학 교주로 스스로 '엘칸타레'라 칭하는 오가와 류호씨. 도쿄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 종합상사에 다니다 어느날 깨달음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화면 캡쳐

뉴욕타임스(NYT)는 맨해튼 거리를 마스크도 안 낀 채 무리지어 다니는 이 일본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행복의과학은 비밀스럽고 언론에 적대적인 다단계 구조의 회원제 종교집단”이라며 “교주 오가와씨는 부처는 물론 예수부터 프레디 머큐리, 스티브 잡스까지 영적으로 소통한다고 믿는다”고 썼다. 또 “이들은 ‘영혼의 백신’이라며 각종 도서·DVD·CD 등을 사라고 한다”고도 했다.


◇“내 목소리만 들어도 코로나 면역력 향상” 

/인터넷 화면 캡쳐

부디 나타나지 않길 바랐지만, 전염병으로 온 인류가 신음하는 상황에 사이비 종교가 창궐하고 있다. 공포에 짓눌린 이들을 감언이설로 꿴다. 행복의과학은 자신들의 교리를 널리 전파해 인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신앙의 대상은 지구의 지고신이자 인류를 낳은 근원적 존재 엘칸타레. 엘칸타레는 현재 오가와 류호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나?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까? 정답은 ‘엘칸타레 뜻에 따르면 된다’다. 자신의 종교 이론을 ‘과학’이라 칭하는 점에서 일본판 사이언톨로지로 불리기도 한다.


뉴욕타임스와 일본 매체 등을 살펴보면 교주 오가와는 올해 1월, 3명의 외계인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당국이 생화학무기로 개발한 것인데, 외계의 힘이 이를 무신론에 빠진 공산주의자를 공격하는데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는 ‘진정한 믿음을 가지지 못한 땅’, 즉 해외로도 퍼져나갔다. 행복의 과학은 ‘엘칸타레의 목소리만 들어도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강연 DVD나 CD를 사면 된다. 비공개 사원에서 ‘특별한 치유’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는 100~400달러에 달하는 프리미엄 상품이다. 


◇일본 전역 돌며 설법 열고, “마스크 불필요하다” 주장도 


엘칸타레로 불리는 교주 오가와는 지난 2월부터 일본 전역을 돌며 코로나 강연을 하고 있다. 매 강연마다 1000여명의 신도가 몰렸다. 지난 2월 한 강연에선 “(마스크는) 전혀 필요없다. 나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집회를 중단하고 방역에 협조하기는커녕 오히려 전파 위험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2017년 돌연 열예 활동을 중단하고 행복의과학에 귀의한 여배우 시미즈 후미카. 오른쪽은 그녀가 자발적 의사로 출가하는 것임을 증명하려고 쓴 자필 편지. /인터넷 화면 캡쳐

신흥종교니 규모가 작을줄 알았는데, 신도가 1000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종교 관련 통계는 구분 기준에 따라 제각각이다. 행복의과학 신도층을 가장 넓게 보는 조사에 따르면 일본 최대 종교는 신도(神道)로 약 7000만명이 이를 믿는다. 이어 행복의과학(약1000만명), 창가학회(創價學會·약800만명) 순이다. 정말 그럴까.


믿기 어렵지만, 정말 그럴 것도 같다. 실제 행복의과학이나 창가학회 같은 신흥종교의 영향력은 실로 가공할만하다. 일본의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창가학회가 만든 정당이다. 행복의과학 역시 2009년 행복실현당을 창당했다. 정당 뿐 아니라 기업과 대학도 다수 거느리고 있다. 유명인들도 많다. 2017년 유명 여배우 시미즈 후미카가 돌연 연예 활동을 중단하고 종교단체에 귀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녀가 출가한 곳이 바로 행복의과학이다. 영화 ‘사무라이픽션’으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호테이 토모야스도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발 한국에는 오지 마시길…

/인터넷 화면 캡쳐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행복의과학이 이미 오래 전부터 맨해튼에 부동산을 사들이고, 교주가 직접 방문해 이를 둘러본 이야기도 등장한다. 체계적인 미국 진출 준비사가 되겠다. 자료를 찾다보니 이 종교단체가 2008년 서울에도 지부를 개설했다는 내용도 보인다. 실제 유튜브에는 한국인 신도가 올린 안내 동영상, 한국어 자막이 붙은 교주의 설법 동영상이 등장한다. 부디 한국에는 넘어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국인들이 최근 한 사이비 종교단체의 실체와 위험성을 지켜보며 이러한 신흥종교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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