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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갈아넣었던 세계 최고 게임사에 벌어진 일은

조회수 2020. 5. 15.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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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출시 앞두고 전직 직원이 'OOOO' 터뜨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 넘버원 게임사 ‘너티독’
신작 출시 앞두고 전직 직원이 ‘스포일러’ 터뜨려

이머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 게임사를 꼽을 때 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가 미국의 '너티독(Naughty dog)'이다. 1984년 설립된 이 회사의 원래 이름은 ‘잼 소프트웨어(Jam Software)였으나 1989년 이름을 너티독으로 바꿨고, 2001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만든 소니에 인수됐다.


너티독이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찬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플레이스테이션 전용 게임 ‘언차티드’ 시리즈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압도적인 그래픽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을 가진 어드벤처 게임인 언차티드 시리즈는 총 4편이 발매되며 전세계서 수천만장이 팔렸다. 

출처: 너티독

그리고 2013년 너티독은 또 하나의 명작 게임을 출시하는데, 바로 바이러스 창궐 이후 좀비로 변해버린 인간 세계를 그린 ‘더 라스트 오브 어스’(라오어)다. 이 게임은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1500만장 이상 판매되며 같은 해 출시된 ‘GTA 5’를 따돌리고 2013년 올해의 게임상을 휩쓸었다.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웬만한 명작 영화 뺨치는 훌륭한 스토리 라인이었다. 20년 전 바이러스가 창궐하며 딸을 잃은 주인공 ‘조엘’이 10대 소녀 ‘엘리’와 함께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게이머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수많은 게이머들은 라오어를 ‘인생 게임’이라며 오랫동안 후속작 출시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라오어 2) 발매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본래 5월에 발매될 계획이었지만, 너티독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물류 문제로 발매를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게이머들은 발매 연기에 실망했지만 ‘7년을 기다린 것에 비하면 몇 달은 더 참을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4월27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라오어 2의 상세 줄거리가 1시간 30분 가량의 영상을 통해 인터넷에 유출된 것이다. 이 영상에는 엔딩을 포함한 게임의 주요 장면이 상당 부분 담겨있었다. 전세계에서 수천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됐던 기대작의 줄거리가 스포일러 된 것이다. 해당 영상은 현재 지워졌지만, 게임의 줄거리와 영상을 캡처한 짤들은 일파만파 퍼졌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대강의 줄거리를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직 너티독 직원은 왜 스포일러를 터트렸나


라오어2의 주요 줄거리를 유출시킨 사람은 너티독의 전직 QA(품질검사) 직원 중 하나로 알려졌다. 법적 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그가 라오어2의 줄거리를 유출시킨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대다수 해외 언론은 너티독의 과도한 ‘크런치’ 문화와 임금 지불 분쟁에 범인이 앙심을 품고 스포일러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출처: 너티독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스틸샷

‘크런치’는 회사가 정한 마감이나 제품 출시 기간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 뜻한다. 보통 IT 업체나 게임 개발업체에서 크런치 문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너티독은 오래전부터 엄청난 크런치 모드로 인한 비판이 종종 제기돼 왔던 회사다. 과로로 인해 개발자가 병원에 실려갔다거나,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너티독을 뛰쳐나온 개발자들에 의해 종종 터져 나온 바 있다. 최근엔 지난 3월 너티독의 전 직원이었던 조나단 쿠퍼가 SNS에 너티독의 크런치 모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쿠퍼는 “너티독의 게임플레이 애니메이터들은 작년 9월부터 크런치 모드에 돌입했으며, 한 직원은 과로로 입원하기도 했다. 이로인해 실력있는 게임 애니메이터들이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인력 공백을 계약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면서 게임 개발이 더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너티독은 훌륭한 명작 게임을 줄줄이 뽑아내지만 이면에는 회사가 게임 개발자들을 한계까지 밀어부치는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다수의 해외언론들은 ‘다른 A+급 게임업체들 사이에서도 크런치 모드는 당연하다는 의식이 팽배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포일러했는데도 지지받는 ‘기현상’


이유야 어찌됐든 라오어2를 기다리던 게이머들은 이번 스포일러 유출로 김이 샐 법도 하다. 당연히 스포일러 행위에 대한 비판이 빗발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건 이후 돌아가는 분위기는 당초 예상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게임의 줄거리를 본 일부 유저들은 ‘차라리 스포당하길 잘했다’고 여기고 있다. 스포일러 된 라오어2의 스토리 전개가 그들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게임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도대체 너티독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스토리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게임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출처: 너티독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스틸샷

너티독측은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스포 사건이 터진 바로 다음날 당초 미정이었던 라오어2 발매일을 6월 19일로 확정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급호전 돼 물류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유를 댔다. 또 닐 드럭만 너티독 부사장은 "무슨 내용을 봤던, 들었던 일단 게임을 해보라. 게임을 직접하면 엄청난 감동을 받을 것"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하지만 성난 게이머들의 민심은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너티독이 당초 라오어2 발매를 무기한 연기했던 것은 물류 문제 때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니의 자회사인 너티독이 플레이스테이션5(소니가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새로운 게임기)의 흥행을 위해 라오어2 발매를 연말까지 연기하려 했다가, 스포 사태가 터지자 부랴부랴 발매일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너티독과 소니는 이같은 주장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게이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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