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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뜨개질을 2년만에 35억으로 만든 26살 김대리

조회수 2020. 9. 17. 13: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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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대리' 꿈꾸는 김대리, "에어팟 케이스로 10만명 모았어요"
뜨개질 가업 이어받은 ‘바늘이야기 김대리’
에어팟 케이스 키트로 2030 사로잡아
“뜨개질이 힙한 취미로 기능하도록”

부자는 3대를 가지 않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공들여 성공해도 후손들에게 넘어가면 무너지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서양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셔츠 바람으로 시작해서 3대 만에 도로 셔츠 바람으로(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 세상 사람들이 다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런 통념을 깨고 가업을 이어받아 시대에 맞게 바꿔 더 크게 키우는 젊은이들이 있다.

출처: 바늘이야기 제공
김대리(왼쪽 사진), 바늘이야기 송영예 대표와 김대리(오른쪽 사진)

뜨개질 회사를 물려받은 김대리(26)도 그중 하나다. 바늘이야기는 송영예(53) 대표가 1998년 창업한 뜨개질 키트 전문 쇼핑몰. 김대리는 송 대표가 만든 인터넷 쇼핑몰을 유튜브를 이용해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불과 2년 만에 매출을 2배 가까이 끌어 올린 것이다. 2017년 20억이던 연 매출이 2019년 35억을 넘겼다. 올해 매출은 50억을 예상한다. 올해로 입사 3년 차인 그에게 회사와 유튜브 채널 성장 비결에 관해 물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저는 직급이 세 번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바늘이야기 인스타그램 운영자와 피팅모델로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 힘드시다며 인스타그램 관리를 저에게 맡기셨어요.


2018년 1월1일 바늘이야기에 정식으로 입사한 후 직급은 ‘점장’이었어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4년 동안 아르바이트했던 경력을 살려 파주 본사에 카페 겸 손뜨개 체험 공간 ‘실공장 1998’을 열었습니다. 메뉴 개발도 도맡았습니다.


기대와 달리, 카페 손님은 하루에 한두 명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때 생각해낸 게 에어팟 케이스와 식빵수세미 키트에요.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 뜨개질도 기초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유튜브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바늘이야기 김대리’가 탄생한 거죠.”

출처: '바늘이야기 김대리' 유튜브 캡처

-‘김대리’로 이름 지은 이유는요.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이 ‘아무개님’이라고 부를만한 채널 주인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늘이야기의 ‘김대리’로 등장한 거죠. 처음에는 ‘김 사장’이라고 이름 붙일까 고민하다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김대리’를 택했습니다. 앞으로도 만년 대리로 일할 생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채널 주인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구독자 수 4000명쯤일 때부터 이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실버 버튼을 받았어요. 유튜브는 구독자 수 10만명을 넘긴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실버 버튼을 줍니다.”


-회사에 유튜브 팀이 따로 있나요.


“저 혼자 합니다.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유튜버로 일합니다. 하루에 4시간밖에 못 잘 때도 많아요. 굳이 ‘워라밸’을 따지자면 매우 안 좋은 축이지만, 이제는 유튜브가 제 인생 일부여서 오히려 ‘쉬면 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시간으로 조회 수가 올라가고, 이 조회 수가 매출로도 이어지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최근에는 새로 들어온 20대 직원과 함께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바늘이야기 김대리' 유튜브 캡처
게임 '배틀그라운드' 길리슈트 에어팟 케이스 만들기

-에어팟 케이스 키트가 채널을 성장시켰다고.


“작년에 에어팟이 큰 인기를 끌었죠. 코바늘로 뜬 에어팟 케이스를 판매하는 분들도 많아졌는데, 완제품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떠보니, 재료비가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2000원밖에 안 드는 거에요.


에어팟 케이스를 직접 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상을 올리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마침 에어팟 케이스 뜨기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구독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뜨개질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카메라 각도가 0.1cm라도 바뀌면 영상을 볼 때 어지러운 느낌이 들기 마련이거든요. 끊김 없이 한 번에 찍는 ‘원 테이크 촬영’을 시도했습니다. 한 번 촬영하는 데 20분 이상 걸렸는데, 이걸 스무 번 넘게 반복했어요. 그때 찍은 영상 덕분에 젊은 구독자가 늘었습니다.”


-2030 고객이 얼마나 늘었나요.


“이전에는 20대 고객 비율이 10% 아래였습니다. 인터넷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고객층과 비슷한 수준이었죠. 회사 직원분들의 연령대도 저와 20대 직원 1명을 제외하면 모두 40대 이상입니다. 그런데 에어팟 케이스 만드는 법 영상이 올라가고 나서 뜨개질 키트를 구매하는 나이도 젊어졌어요. 10~30대 고객이 확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고객 중에서 2030이 60%를 차지합니다.

출처: 바늘이야기 제공
뜨개질 수업을 하는 김대리

새로운 고객층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추억의 아메리칸어패럴 피셔맨 스웨터 뜨는 법을 올리기도 했고요. 이 영상은 조회 수가 23만을 넘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에 유행하는 네트 백 뜨는 법, 100% 유기농 면사 마스크와 강아지 스웨터 뜨는 법과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죠.”


-유튜브 효과를 실감했다고. 


“‘만원으로 캐시미어 목도리 떠봐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콘텐츠를 올린 적이 있어요. 캐시미어 한 롤에 5000원밖에 안 한다는 점을 활용했습니다. 당시 5000개 정도 있었던 캐시미어 무스 실 재고가 영상 게시 후 3일 만에 다 팔렸어요. 조회 수가 120만을 넘은 ‘대왕 털실로 뜨는 스웨터’ 영상을 올린 후에도 재고가 동났습니다. 이렇게 유튜브 콘텐츠가 매출로 바로 이어지는 것을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2세대 니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구독자들이 저 없이도 뜨개질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는 오래가는 취미가 되려면 기초부터 정석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도, 뜨개질은 책으로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게 바로 그 점 때문이에요. 기호로 만들어진 도안을 읽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장기적으로 뜨개질이 가치 있고 힙한 취미로 기능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지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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