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행사까지 열렸다, 그들이 소 오줌 받아 마시는 이유

조회수 2020. 9. 17. 13: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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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오줌·고양이·마늘이 코로나 잡는다고요?
과학적 근거 없이 퍼지는 황당한 코로나 치료법
마늘·김치 등 식품부터 소 배설물까지 다양
WHO, “인포데믹이 전염병만큼 위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첫 신약이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5월1일 렘데시비르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혈중 산소량이 낮거나 산소치료,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사용이 가능하다. 렘데시비르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부작용 논란도 있다. 간 염증과 메스꺼움, 구토·식은땀·저혈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FDA는 “약을 사용해 나타날 수 있는 위험보다 바이러스를 치료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승인 이유를 밝혔다. 쉽게 말해 정 필요하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쓰라는 이야기다. 제대로 된 약이 없다보니 소 오줌이나 고양이, 마늘·김치 등이 코로나19를 예방·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거짓정보가 돌고 있다. 그릇된 정보 때문에 수백명이 죽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과학적 근거 없이 퍼진 황당한 코로나 치료법을 찾아봤다.


◇질본, “특정 식품이 방어력 있다는 연구 결과 없어” 


“통마늘 7통을 7컵의 물에 넣어서 7분 동안을 팔팔 끓여서 그 물을 하루에 3번 커피처럼···” 지난 2월 한 국회의원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말한 코로나19 예방법이다. 그는 마늘을 끓인 물을 마시는 것이 상당히 근거 있는 생약 요법이라고 주장했다. 마늘이 코로나19를 예방·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면역력에 좋은 마늘을 먹으면 코로나19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에서는 생마늘 1.5kg을 먹은 사람이 기도가 부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마늘은 항균성이 있어 건강한 음식이지만, 코로나19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출처: WHO 트위터 캡처
마늘과 참기름이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말한 WHO

양파나 김치 속 유산균이 코로나에 효과적이라는 말도 근거 없는 거짓 정보다. 일부 네티즌은 2003년 사스 때 한국 피해가 적었던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세계 각국 방역당국이나 저명한 논문, 전문가 의견 중에 특정한 식품이 방어력이 있다는 것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안티푸라민 요법, 참기름 요법도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찾아보면 안티푸라민과 참기름으로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는 글을 볼 수 있다. 참기름 요법은 가글처럼 참기름으로 입을 헹구는 것이고, 안티푸라민 요법은 외출 전 안티푸라민을 코 밑이나 코 안, 손바닥에 얇게 펴서 바르는 방법이다. 세균이 안티푸라민 냄새를 싫어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코로나 치료법이 된 미신···소 오줌 마시고, 고양이 먹기도 


미신이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인도인 대부분이 믿는 힌두교에서 소는 인간보다 신성한 존재다. 소의 대소변을 만능 치료제로 여겨 이를 활용한 음료나 비누가 인기를 끌 정도다. 일부 인도인들이 코로나에도 소 배설물이 효과가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인도 인민당은 소 오줌을 나눠마시는 행사를 열었다. 이후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소 오줌이 인체에 유해한지 입증되지 않았다”는 성명을 냈다.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의 수반 하리프리야 의원도 소 배설물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트위터·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소 오줌을 받아 마시고, 소 배설물에 몸을 담그는 인도인들

하지만 인도바이러스학협회의 샤일렌드라 삭세나 박사는 "소 오줌에 항바이러스 성분이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소 배설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먹으면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글로벌 동물 권리 자선단체(No To Dog Meat)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검은 고양이로 가공한 음식이 팔리고 있다”고 했다. 반죽이나 음료 형태로 마치 약처럼 고양이를 먹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전부터 고양이 고기를 먹으면 불운을 막을 수 있다는 미신이 있었다. 코로나가 퍼지면서 고양이 고기가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으로 번진 것이다.

출처: MBC 방송화면 캡처
베트남에서 팔리고 있는 검은 고양이 식품

◇이란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500명 이상 사망


미국 TV 토크쇼 ‘더 짐 베이커 쇼’는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은을 섭취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콜로이드 은을 녹인 액체를 마시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12시간 내로 죽는다고 했다. 콜로이드 은이란 전기분해 등으로 미세한 입자 상태로 만든 은용액이다. 즉 은이 녹아든 물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은이 방부제 역할을 해 신체 면역 활동을 돕는다는 주장이 퍼졌다. 그러나 미 보건당국은 “은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신장 손상, 발작,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은피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해당 방송은 뉴욕주 검찰총장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방송에서 콜로이드 은을 홍보한 짐 베이커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다. 이란에서는 고농도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슬람 율법상 술을 살 수 없지만, 코로나가 퍼지면서 소독용 알코올을 사기 쉬워지자 이를 희석해 마신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일부 유통·판매업자가 공업용 알코올을 구분하기 위해 착색한 주황색 색소를 없애고 에탄올로 가장해 팔면서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보건부 대변인은 “2월 20일 이후 두 달여간 전국에서 525명이 사망했다”고 4월 27일 밝혔다. 405명은 신장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정보 수집 본능이 거짓정보 퍼뜨리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 거짓정보가 퍼져나가자 WHO는 인포데믹(infodemic)을 우려했다. 인포데믹은 정보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가 미디어·인터넷 등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혼란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WHO는 “인포데믹은 전염병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SNS, 유튜브 등에 떠도는 민간요법 상당수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보를 수집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거짓정보가 퍼지고 있다”고 했다. 처음 겪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인만큼 믿을만한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곽금주 교수는 코로나 이후 개인들은 거짓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고, 정부는 이를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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