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무실서 마우스 들고다니며 몰래 흔드는 이유는요..

조회수 2020. 4. 2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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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들고 다녀야 하나요?" AI가 채용·근무평가·해고까지 합니다
2019년부터 AI 채용 도입한 회사 늘어
아마존은 인공지능 분석 보고 300명 해고
컴퓨터 사용 기준 근무시간 측정해 반발

호반그룹이 4월20일 2020년 상반기 채용을 시작했다. 지원자는 서류전형과 면접 사이에 AI 역량검사를 본다. AI역량검사란 AI를 활용한 인적성 검사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성향과 역량을 평가한다. 종합 교육기업 에듀윌도 올해 채용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황소영 에듀윌 인사혁신실장은 “1차 면접과 인성검사를 AI 역량 검사로 치러 채용 과정을 더욱 공정하고 정확하게 정비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MBCNEWS 유튜브 캡처
인공지능은 지원자가 쓰는 단어와 표정을 일일이 분석한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인공지능 채용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비대면 역량평가나 면접을 보는 ‘언택트(untact)’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언택트는 접촉하다(contact)와 반대(un)를 더한 말이다. 쉽게 말해 코로나 이후 얼굴을 맞대고 보는 일반 면접 대신 화상면접을 하는 기업이 늘었다. 사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작년부터 국내에 언택트 채용을 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AI 역량 평가, AI 면접은 모두 언택트 방식이다. AI 면접을 할 땐 얼굴 표정 변화, 심지어 얼굴에 흐르는 혈류량까지 측정해 성실하게 사실을 말했는지를 따진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모든 작업을 한다. 사람과 사람이 접촉할 가능성이 없어 채용비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였다. 코로나 이후에는 바이러스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들은 사실 예전부터 AI를 인사 업무에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미국 IBM은 2011년 ‘선제적 유지(proactive retention)’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데이터를 통해 퇴사를 준비하는 직원이 있는지 알아내 임금 인상이나 인센티브 지급을 제안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윤석용(55) 박사는 “직원 퇴사 확률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직원 출퇴근 시간과 사내 온라인 활동 등을 데이터화하면 구체적인 숫자로 퇴사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선 2019년 AI 채용을 도입하는 기업이 확 늘었다. 작년 인공지능 채용을 도입한 회사는 국민은행·신세계·KT&G·아산병원·이노션 등 190여곳에 달한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육군도 작년 6월 간부를 뽑을 때 AI 면접을 도입했다. 2022년까지 AI 면접을 모든 부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출처: SK이노베이션 유튜브 캡처
SK이노베이션 챗봇 '채리'는 1500개 이상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처럼 채용 상담을 AI 챗봇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챗봇은 문자나 음성으로 대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입력창에 ‘워라밸은 어떤가요’라고 치면 ‘선택근무제를 통해 스스로 근무시간을 관리하고 있다’라는 답변이 뜬다. SK이노베이션은 챗봇 ‘채리’에 질문 1500가지 이상을 입력했다. 


2019년 12월 한국인사관리협회 조사 결과 주요 기업 인사총괄책임자가 꼽은 2020년 인사 키워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스마트워크·애자일 조직(부서 경계 없이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짜 일하는 조직)·인력 효율화 등이었다. 모두 인공지능과 관련이 있는 단어다. 사실 기업들은 이미 AI를 채용부터 근태관리, 퇴사까지 모든 인사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시선·안색까지 분석···인공지능 때문에 해고도 당해


게임업계 빅3(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2019년 10월 근무시간 파악 방식을 바꿔 화제를 모았다. 넥슨은 직원이 15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 ‘자리 비움’ 버튼을 누르게 했다. 넷마블도 15분 이상 PC가 작동하지 않으면 비업무 상태로 바꿨다. 엔씨소프트는 회사 1층 출입문을 드나드는 것을 기준으로 업무와 비업무 상태를 구분해 5분 단위로 근무 시간을 측정했다.


게임업계는 근태 관리 시스템을 바꾸면서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추가근무 시간에 대한 임금을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개편 이후 일부 직원이 반발했다.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하는 것도 아닌데, 컴퓨터 사용만을 기준으로 근무 시간을 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팀장님이 부르면 마우스를 들고 간다”, “마우스를 흔들면서 업무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다”는 이야기도 올라왔다. 

출처: 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근무시간 평가 방식에 관한 불만 글.

인공지능은 직원을 해고하기도 한다. 2017년 8~9월 아마존 볼티모어 물류센터 직원 300명은 생산성 미달을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났다. 이들을 해고한 건 아마존의 직원 감시 컴퓨터 시스템이었다. AI는 관리자가 지시하지 않아도 직원이 근무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는지 시간을 잰다. 만일 자리를 오래 비우면 자동으로 경고 알림을 보내고, 경고가 쌓이면 해고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직원을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본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석용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2019년 기준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 상용화 수준은 10% 미만에 불과하다”고 했다.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에 다양한 알고리즘이 더해지면 완벽한 수준의 인공지능까지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I가 과거 인사 담당 부서가 하던 일 대부분을 대체로 더 잘 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이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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