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학금 유학도 포기한 KAIST 수학영재의 현재모습

조회수 2020. 9. 17. 17: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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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졸업생이 미국 유학 포기하고 창업한 이것
초신선 온라인 정육점 ‘정육각’
도축 4일 이내 돼지고기만 판매
올해 목표 매출액 250억

“미국 국무부 장학금을 받아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출국 전까지 6달 정도 남았었죠.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원래 돼지고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1달 동안 돼지고기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간 곳이 도축장이었습니다. 신선한 고기를 먹어보자 해서 간 거죠. 도매로 팔다 보니 최소 단위가 25kg였습니다. 고기를 사서 저도 먹고 주변 사람에게도 나눠줬죠. 다들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다 하더군요. 용돈벌이할 겸 도축장에서 직접 고기를 받아 인터넷으로 팔았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출처: 본인 제공
정육각 김재연 대표

카이스트 수리과학과를 졸업한 김재연(30) 대표는 2016년 정육각을 창업했다. 정육각은 온라인으로 국산 돼지·소·닭고기를 판다. 일반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고기의 유통기한은 도축 이후 45일 정도. 하지만 정육각은 도축 4일 이내 초신선 고기만 판매한다. 맛있다는 입소문이 났고 고객은 꾸준히 늘었다. 창업 4년 차. 올해 목표 매출액은 250억원이다.


-공대생이 축산업에 뛰어들었어요. 창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학 전에 용돈이나 벌자 싶어 온라인 축산물 카페 등에서 고기를 팔았어요.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고기만 썰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주문이 몰렸어요. 그때 성공한다는 확신을 얻었죠.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도 응원해 주셨어요. 저 포함 4명의 친구들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도축장에서 막 도축해 뼈와 살을 분리한 고기를 받아왔습니다. 저희는 먹기 좋게 잘라서 판매하는 정육점 역할을 했죠. 4명이서 직접 칼을 들고 고기를 썰었습니다. 신선한 고기를 팔다 보니 입소문이 금방 났습니다. 창업 1년 만에 투자를 받아 정육부터 포장까지 할 수 있는 공장도 만들었습니다. 창립 멤버 4명 중 3명이 공대 개발자였어요. 덕분에 공장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할 수 있었죠.”


-왜 도축한지 4일 이내 고기인가요. 


“돼지고기는 도축 4일 이내, 닭고기는 당일 도축한 고기를 팝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도축하자마자 진공 포장한 경우 45일 까지를 유통기한으로 잡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맛이 떨어지죠. 돼지고기는 수분이 덜 날아갔을 때 먹는게 부드럽습니다. 저희가 실험해보니 도축 4일 이내 고기가 가장 부드러웠습니다. 7일이 지나면 맛이 완전히 달라지고요.

출처: tvN 화면 캡처
(좌)드라마 '식샤를합시다2'에서 주인공 백수지 역의 서현진이 삼겹살을 먹는 장면 (우)정육각 홈페이지 캡처

또 돼지고기는 도축 후 시간이 지날수록 히스타민이라고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물질이 늘어납니다. 팀원 중에 돼지고기만 먹으면 항상 배가 아프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도 저희 고기를 먹으면 배가 안 아프다 하더군요. 그동안 오래전에 도축한 고기를 먹은 거죠.


다만 소고기는 숙성해서 판매합니다. 동물이 죽으면 근육이 굳기 시작합니다. 굳어있는 동안은 고기가 질겨서 먹을 수 없죠. 이걸 사후강직이라고 합니다. 사후강직 기간은 동물 크기와 비례해요. 돼지는 도축 후 하루 동안 굳어있고 2일째부터는 사후강직이 풀려서 고기가 부드러워집니다. 소는 크기가 커서 14일 동안 굳어있어요. 그래서 소고기는 자체적으로 숙성해서 판매합니다.” 


-돼지고기 맛집들 중에는 숙성 고기를 파는 곳이 많지 않나요. 


“숙성 고기와 신선 생고기 중 뭐가 더 맛있는지는 개인 취향 차이입니다. 저희는 고기를 바로 구워 먹는 우리나라 식문화에 신선 고기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돼지고기는 부패 속도가 빨라 고난도 숙성 기술이 필요합니다. 숙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고기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출처: 정육각 제공
김 대표와 정육각 공동 창업자들

-창업 4년 차입니다. 그동안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전문성이죠.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느라 고기 품질이 많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이제는 내부 데이터도 많이 쌓였고 공장도 안정화 단계입니다. 품질은 자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많이 달라졌죠. 작년만 해도 회사의 작은 문제까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함께 일하는 팀원만 50명이에요. 앞으로는 실무자가 아니라 인재를 영입하고 그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아직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어서요. 본인은 저희 회사에 오고 싶은데 가족 등 주변 만류로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회사 인지도가 높아져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출처: 정육각 홈페이지 캡처
정육각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가격과 매출이 궁금합니다.


“정확한 매출은 밝힐 수 없지만 월 15%씩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250억원입니다. 가격은 구이용 돼지고기 삼겹살 기준 100g당 2200원입니다. 동네 정육점이나 다른 온라인 유통사도 삼겹살 100g당 1800~3000원 선에서 판매합니다. 저희 고기의 신선도와 품질을 고려하면 2200원은 저렴한 편이죠.” 


-온라인 시장 경쟁이 치열합니다. 정육각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고기 맛입니다. 정육각 고기를 먹고 나면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고객 후기가 많습니다.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1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평도 있죠. 실제로 3회 이상 구매한 고객의 97%가 정육각에서 계속 고기를 삽니다.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뜻이죠.  


녹지 않는 포장 아이스박스를 직접 개발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도 신경 씁니다. 또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하다 보니 가격에 유통 마진이 없습니다. 정육각 제품은 정육각 홈페이지에서만 살 수 있죠. 오픈마켓이나 대형 온라인 유통사에서 입점 요청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판매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모두 거절했습니다. 당분간 외부 유통 계획은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아직은 생고기·우유·달걀만 판매하지만, 올해 안에 고기 요리 밀키트를 만들어서 론칭할 예정입니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재료·양념·조리법을 1개 세트로 구성한 제품입니다. 메뉴는 돈가스나 제육볶음, 밀푀유나베(소고기와 배추를 주재료로 하는 일본식 전골 요리) 등을 생각 중입니다. 또 축산에서 쌓은 역량을 수산에도 적용해 보려 합니다. 냉장고에 들어가는 식품류로 판매 영역을 점차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글 jobsN 오서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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