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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라고 할 땐 언제고.."이젠 게임 해라" 돌변

조회수 2020. 9. 1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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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이 '질병'이라던 WHO가 게임을 권한다고요?

WHO, 사회적 거리두기 위해 ‘집에서 게임을 해라’

불과 1년 전 게임중독 질병이라던데서 입장 선회?

게임 과몰입은 여전히 문제… 비상 조치로 해석해야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는 정작 자전거 탈 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아 사고로 사망하는 인구보다 헬멧 쓰는 것이 귀찮아 자전거를 멀리하다 성인병으로 목숨을 잃는 인구가 훨씬 많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하네요. 더 큰 해악을 피하기 위해 약간의 해악은 감수하겠다는 실용주의적 발상입니다.

/인터넷 화면 캡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권하고 나선 것도 네덜란드 헬멧과 논리적으로 닮았습니다. WHO는 최근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PlayApartTogether)'란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따로 떨어져서 같이 놀자’는 얘긴데, 한 마디로 어디 가지 말고 집에서 차라리 게임을 하라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게임회사들이 이 해시태그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불과 1년 전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게임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온 WHO가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랜선으로 연결된 우리… 사회적 고립감 덜어낸다” 


실제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온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게임 산업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고, 3월은 전년 대비 51% 늘었습니다. 업계에선 WHO가 게임을 권하고 나선 것이 게임 특수 지속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닌텐도 '동물의 숲' /인터넷 화면 캡쳐

실제 게임은 코로나 확산 방지에 기여를 하는 측면이 큽니다. 코로나19로 학교도 못가고 모임은 중단됐습니다. 분리된 현실 사회에서 느끼는 정서적 불안감·고립감을 온라인에서의 교류로 해소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닌텐도의 '동물의 숲'이 최근 화제입니다. 무인도로 이주한 뒤 원하는 대로 섬을 가꾸는 게임인데요. 최근엔 이 섬에 친구를 초대해 모임을 여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오프라인에서 결혼식을 못하니 이 게임 속에서 결혼식을 올린 연인도 있다고 합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랜선을 통해 우리가 결코 고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WHO의 게임 권장 캠페인에 국내 게임업계도 고무적입니다. 한국게임학회는 곧바로 ‘WHO의 캠페인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한국의 정부와 게임업계는 게임을 활용한 코로나 방역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게임업계에선 보건복지부를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 분류한다고 하자 발빠르게 국내 도입을 준비하는 행보를 보였던 보건복지부가 이번 WHO의 행보에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등 우리 정부 당국에서도 어떤 ‘액션’을 취하라는 얘기죠. 


◇그런데 WHO가 게임이 이롭다고 했나?

/인터넷 화면 캡쳐

그런데 WHO의 캠페인 어디에도 게임중독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은 찾지 못했습니다. WHO는 다만 고립감에 지쳐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서 게임의 역할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도록 헬멧 규제를 안한다는 것이지, 헬멧 안써도 안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거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상황에서 게임 등을 통해 지루함을 달래고 친구들과 랜선 교류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것은 좋지 않아보입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지나친 사행성으로 게임중독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 화면 캡쳐

대유행에는 끝이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새로 시작한 게임을 그만두지 못해 힘들다”는 말이 나올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많이 나올 것이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국내 게임 업체 대부분이 중독성이 높은 게임 장르로 꼽히는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를 주력으로 밀고 있습니다. 게임 업체는 이를 '몰입도'라고 부르며 좀 더 현실과 유사한 상황을 게임에서 구현하는 데 주력합니다. MMORPG 장르의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서 다투다가 현실 세계에서 실제 폭행까지 벌일 정도죠.


국내 게임업계는 WHO의 이번 캠페인을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불거질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감 있는 자세를 취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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