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아이폰도 그의 손에 닿으면..북에서 온 잡스

조회수 2020. 9. 18. 09: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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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잡스를 아시나요? 북에서 온 아이폰 수리공
함경도 출신 아이폰 수리 전문가 김학민 대표
모든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기업이 되고파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진 뒤 일이 너무 잘 풀렸습니다. 기세 좋게 사업 확장도 했지만 '고객 중심'이란 가치를 잠시 잊었죠. 고객이 떠나고 매출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깨달음을 얻고 다시 시작합니다."


서강대학교 남문 옆 건물에는 '서강잡스'라는 휴대폰 수리업체가 있다. 서강잡스 대표는 함경북도 온성이 고향인 탈북 기업가 김학민(33)씨다. 2016년 허름한 쪽문을 달고 혼자서 회사를 시작했다. 2018년에는 번듯한 건물로 이사할 만큼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9년에는 지점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해, 그는 지점을 정리했다. 신수동에 위치한 서강잡스 사무실에서 김학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본인 제공
서강잡스 김학민 대표

-서강잡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서강잡스는 전자기기를 수리하는 기업입니다. 전자기기가 고장났을 때 고치고 싶어도 긴 수리 기간이나 비싼 비용으로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제품은 국내에 수리센터가 많지 않습니다. 지금은 애플 제품 위주로 삼성이나 LG는 일부 제품만 다루는데요. 앞으로는 다른 회사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청소기, 시계 등으로 수리 품목을 늘리려고 합니다.”

서강 잡스를 아시나요…북에서 온 아이폰 수리공

김학민 대표 아버지는 온성군 탄광지역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했다. 어릴 적부터 전자제품과 공구에 익숙했다. 전자제품을 뜯어보고 조립하며 놀았다. 한 번은 아버지가 손목시계를 고치는 모습을 보고 시계에 꽂혔다. 고장난 시계를 모아 부품을 종합해 시계를 고쳤다. 이후 동네 사람들 시계 수리는 그의 몫이었다. 어른들은 그를 '꼬마 수리공'이라고 불렀다. 15살에는 텔레비전 수리업자의 손목 시계를 고쳐주고 대신 전자제품 수리법도 배웠다. 6개월 정도를 배운 후 텔레비전 방문 수리 일도 시작했다. 5000원 정도를 받았는데 쏠쏠했다.


-탈북을 한 이유는.


"온성군은 조선족이 살고 있는 중국 지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데요. 텔레비전을 만지다 보면 중국 채널이 잡히는 경우가 있었죠. 중국 채널로 한국 드라마 '경찰특공대'를 접했습니다. 드라마 속 남한 모습은 유치원 때부터 들었던 '남한 사람들은 다 굶어 죽는다'는 얘기와는 전혀 달랐죠. 그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푹 빠졌습니다. 한국 드라마 100여 편을 봤다는 이유로 2008년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습니다. 며칠 동안 밥도 안 주고 잠도 재우지 않더군요. 북한에서는 누굴 잡아가면 경찰들이 이웃을 상대로 평소 행실을 묻는데요. 모든 주민들이 저를 칭찬했습니다. 경찰이 결국 저를 풀어줬죠. 그리고 3년 후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이미 바깥 세상에 대해 알아버렸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살 수 없었거든요. 2011년 1월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서강잡스를 창업한 계기는.


"2014년에 서강대학교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휴대폰이었던 아이폰5 액정이 부서져 기숙사에서 고치고 있었는데요. 수리하는 모습을 본 룸메이트가 많이 놀라더라고요. 그 때부터 입소문이 났죠. 한 친구는 SNS에 수리 전·후 사진을 찍어서 ‘우리 학교에 스티브 잡스가 있는데 아이폰 수리를 정말 잘 합니다’라며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까지 ‘서강잡스님을 찾습니다’라며 연락을 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져 2016년 2월에 아예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2018년에는 사무실을 확장 이전했고 다음 해엔 이대점과 홍대점을 냈습니다."

출처: jobsN, 서강잡스 제공
과거 서강잡스 매장(왼쪽 사진)과 현재 서강잡스 매장(오른쪽 사진)

-사업 확장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는데.


“2019년 여름, 홍대점과 이대점을 내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점 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상태에서 지점을 내며 일어난 문제였죠. 이대점에서 온 제품 수리 신청이 누락돼 며칠씩 늦어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고객님이 직접 연락해 서비스 불만 사항을 얘기했는데 저도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 일이 SNS에 퍼지면서 서강잡스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고객도 떠나고 매출도 하락했죠. 지점 2개는 접어야 했고요. 고객님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평생 미안한 마음이 남을 것 같아요.”


-어떻게 다시 회복했는지.


“당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큰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사람도 많이들 떠나갔죠. 하지만 도와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투자자 분들이 다들 모여서 서강잡스를 되살리기 위한 회의를 했죠. 회사를 총괄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즈음 결혼 상대를 만나 심적 안정을 찾았습니다. ‘다시 한 번 열심히 달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올해 1월부터 매출이 차츰 올라갔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했고요. 사업을 시작하고 3~4년보다 최근 몇 달이 저와 회사의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사업을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는 걸 진심으로 깨달았죠. 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준비를 해서 지점을 내고 싶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회사 동료와 함께 일하는 김학민 대표

-사업을 하며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


“서강잡스 슬로건이 ‘사람의 마음을 고칩니다’입니다. 요즘 전자제품, 특히 휴대폰은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일상이고 추억이잖아요. 고객이 처음 매장으로 들어올 때는 휴대폰이 깨져서 무척 우울해 하십니다. 휴대폰을 고치고 나면 얼굴이 활짝 피시죠. ‘돈이 나가서 기뻐보긴 처음’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딱딱한 기기만 수리하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고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죠.“


-매출과 수익구조는.


“수익의 50%는 제품 수리로 법니다. 중고 제품 판매가 30%, 기술교육 사업이 20%가 남은 비중을 차지하죠. 한 달에 고치는 기기만 100~200대입니다.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어요. 올해와 내년에는 100%, 200% 성장을 꿈꿉니다.


-타 기업과 다른 서강잡스만의 차별점.


“사실 회사보다는 고객들에게 고마운 점을 말하고 싶은데요. 북에서 왔다는 배경이나 과거 힘들었던 경험을 보시고 서강잡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 분들의 따뜻한 마음씨와 배려 덕분에 성장한 거죠.”


글 jobsN 김미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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