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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0% 떨어져도 휘발유는 4% 내려...60%가 세금

강남보다 ‘기사님’이 가는 중구·영등포에 비싼 주유소 많아

국제유가가 연일 급락세입니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된데다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까지 겹쳐서입니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대를 오가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현재 20달러마저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60%대의 낙폭입니다. 당연히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도 내렸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살펴보면 4월7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358.72원을 기록했습니다. 연초와 비교하면 12.8% 내린 수치입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분들이 의아하실 것입니다. 국제유가는 반 토막, 아니 거의 삼분의 일 토막이 났습니다. 그런데 동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겨우 10% 내렸다는 것인가요? 반값이 된 기름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겐 약간 싸게 팔면 주유소 사장님들만 돈을 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국제유가가 급락을 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주유소 기름값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휘발유값 60%는 세금... 임대료 등 고정비도 고려해야 

국제유가의 낙폭에 비해 동네 주유소 휘발유값 하락폭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휘발유값에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흔히 유류세라고 하는데, 기름값에는 환경세·교육세·지방주행세 등 다양한 세금들이 붙습니다. 이 유류세가 전체 휘발유값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예컨대 휘발유 가격이 리터(ℓ) 1500원이면 이중 세금은 900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유류세는 정액제 세금입니다. 유가가 10% 하락해도 세금이 그대로라면 동네 휘발유값은 4% 떨어지는 셈입니다. 앞으로도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류세 조정이 없다면 소비자 가격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유가의 등락과 동네 휘발유값 등락간의 시차도 존재합니다. 통상 원유를 수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일 정도라고 합니다. 오늘 국제유가가 폭락했다고 해도 그 폭락한 유가의 기름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보름 뒤라는 얘기입니다.

다음엔 개별 주유소의 사정도 작용을 합니다. 정유사의 공급 가격이 내린다고 무조건 주유소 가격이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개별 주유소들은 제각각 원하는 가격에 기름을 팔 수 있습니다. 주유소 사장님들은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와 판매전략을 고려해 적당한 판매가를 결정할 것입니다. 주유소 사장님들은 국제유가가 내렸다고는 하지만, 유류세와 고정비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폭만큼 휘발유값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충북 음성은 1195원, 서울역에선 2099원… 

때문에 동네마다 기름값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피넷을 보면 7일 기준 대구, 충북 등에 1190원대 주유소도 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2099원 주유소도 있습니다. 거의 두 배 차이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임대료 등 고정비의 차이가 동네별 기름값의 가장 큰 원인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실제 현재 서울에서 리터당 2000원이 넘는 비싼 주유소는 대부분 강남구가 아닌 중구에 포진해 있습니다. 전국 1위는 서울역 근처 주유소(2099원)가 차지했습니다. 2위는 장충동(2088원)에 있습니다. 5위권 안에 강남은 논현동 주유소(2082원) 한 곳 뿐입니다. 1900원대로 확대해서 보면 서울 도심권(중구·종로구), 여의도권, 강남권에 몰려있습니다.

강남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권과 여의도가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더 비싼 이유는 법인 차량 이용객이 많아서라고 합니다. 손님이 자기 돈으로 기름값을 결제한다면 당연히 10원이라도 비싼 주유소를 선호하겠지만, 법인차량 기사님의 경우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경품을 많이 챙겨주거나,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주유소를 선호합니다. 또 고속도로 진입로와 인접한 곳 역시 임대료와 무관하게 주유소 기름값이 비싼 편이라고 합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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