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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선수로 뛰었던 고교생은 서울대 진학 후

조회수 2020. 9. 18. 10: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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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넥슨 그만두고 트럭에 운동장비 싣고 다녔습니다
IT회사서 일하다 운동 서비스 창업결심
복싱 학생선수 출신 30년 운동 경험 녹여
운동 장비 싣고 찾아가는 ‘짐트럭’으로 시작
남 시선 없이 운동 집중하는 1인 헬스장 ‘티랩스튜디오’

헬스장을 등록한 10명 중 7명은 1달 안에 운동을 포기한다. 불규칙적인 일정과 의지 부족 때문(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다. 대신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이 늘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홈트레이닝을 하는 이유 중 37.8%(잡코리아)를 차지한다. 혼자 편하게 운동할 수 있지만, 내가 제대로 운동하고 있는 건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집으로 찾아오는 방문 PT(personal training)를 받자니 비용이 부담스럽다.  


‘짐티(GymT)’는 이들의 장점만 합친 서비스다. 약 10평~12평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 없이 혼자 운동하되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트레이닝을 돕는다. 100% 예약제라 미리 정해놓은 시간에 꼭 가야 한다. 박경훈(39) 짐티 대표는 고등학생 때 복싱 선수로 활동하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컨설팅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맥주회사에 들어갔다. 이후 네이버와 넥슨을 거쳤다. 그때 만난 동료들과 2018년 2월 짐티를 창업했다.


출처: jobsN
박경훈 짐티 대표.

◇1700명 쓰는 일대일 맞춤형 운동 공간


-짐티를 소개해주세요. 


“고객들에게 1:1 맞춤형으로 운동을 처방하는 공간인 티랩스튜디오(Tlab studio)가 짐티 서비스의 한 축입니다. 사람마다 어떤 상황에서 운동하는지, 동기 부여 요소는 뭔지 모두 다르잖아요. 짐티에서는 개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자에게 맞는 운동량과 방법을 알려줍니다. 또 하나는 ‘875’라고 모바일에서 AI 코치가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1:1 레슨을 기본으로 한 이유는 단순해요.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을 알려주기 위해서죠. 일반적으로 그룹PT는 1:6으로 많이 하는데, 트레이너가 잘하는 사람 1명 혹은 못하는 사람 1명을 기준으로 하게 돼요. 그러다보면 나머지 5명은 무리하게 되거나 지루할 수 있죠. 경우에 따라 1:2로 하는 고객도 있어요.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하려는 분들입니다.“ 


-짐티를 이용하는 트레이너와 고객은 얼마나 되나요.


“현재 총 42명의 트레이너가 있습니다. 고객은 1700명 정도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운동하시는 액티브 유저(active user)는 400~500명 정도이고요. 주 고객층은 30~40대 여성과 남성 직장인들이지만 전반적인 고객층은 다양합니다. 가장 적게는 7살, 많게는 81살 고객까지 있어요. 키 성장 문제로 운동하는 어린이도 있고,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다 집 근처 짐티 스튜디오를 찾아오신 어르신도 고객입니다. 현재 짐티의 티랩스튜디오는 서울과 경기도에 26개가 있습니다.”


-예약 시스템과 이용료는.


“온라인으로 수강신청하듯 사전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공정하게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온라인 선착순 예약이 아니면 단골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를 선점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약을 받죠.


이용료는 회당 6만원입니다. 수업과 컨설팅 포함해 1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강남 헬스장 PT 가격이 보통 8만원 정도니 20% 가량 저렴하다고 볼 수 있죠. 또 헬스장의 주 수입원은 ‘낙전 수입(소비자가 사용 한도액을 다 쓰지 않아 남기는 액수만큼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입)’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저희는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포인트제를 운영합니다. 결제한 금액을 포인트로 바꿔서 고객 일정에 맞게 레슨을 미루거나, 운동 중 음료를 사 마실 수 있습니다.“

출처: 짐티 제공
트레이너와 고객이 상담하는 모습.

◇‘헬스장이 꼭 커야 할까’ 의문에서 시작


서울에서 새로 연 헬스장 10곳 중 7곳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 헬스장을 열려면 큰 공간과 운동 장비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꼭 헬스장처럼 큰 공간이 필요할까’란 의문이 들었다.


-작은 공간으로 만든 이유가 있나요.


“요즘엔 화려한 장비와 시설을 자랑하는 헬스장이 많아요. 하지만 보통 헬스장에서 그 많은 기구를 다 사용하지는 않죠. 공급자 입장에서도 큰 공간과 운동 기구들을 구입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부담스럽고요. 그래서 피트니스업이 페업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문제 의식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혼자 운동하고 개인 레슨을 받는 데 10~12평 정도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만든 게 티랩스튜디오입니다.” 


출처: 짐티 제공
티랩스튜디오 내부.

-처음부터 티랩스튜디오 서비스로 시작했나요.


“사실 처음엔 ‘짐트럭(Gym Truck)’이란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택시처럼 고객이 원하는 장소를 부르면 운동 장비를 실은 트럭이 찾아가는 거죠. 반응이 좋았지만 불편한 점이 있었어요. 주차 공간에 주차해놓고 안에선 고객이 운동하고 있는데, 큰 차다보니 차를 빼달라거나 하는 요청이 몇 번 들어왔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에 짐트럭 서비스는 4달 만에 종료했습니다.


고객이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판교 백현동에 당시 장윤정씨가 주인이던 건물에 매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2018년 2월에 처음 문 열었습니다.”


-짐트럭 서비스를 결심했던 계기는요.


“창업하기 전에 다녔던 회사가 넥슨이었어요. 3년간 런던 주재원으로 있었죠. 주변 유럽 국가로 출장이 잦았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했고 꾸준히 해왔는데 바빠지다보니 운동 습관이 무너지더라고요. 마침 아이도 태어나 운동을 안 할 핑계는 자꾸만 늘어났죠. 그러다 스코틀랜드에 출장을 갔어요. 하루는 점심시간에 회사원들이 길거리에 잔뜩 줄서있길래 봤더니 운동 장비가 있는 트럭이 있었죠. 금융업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들이 식사는 샌드위치로 대충 떼우면서 운동 한 번 해보려고 서있는 풍경을 보고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다니던 회사 대표님께 창업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출처: 짐티 제공
짐티의 짐트럭.

-티랩스튜디오를 혼자만의 공간으로 만든 이유는.


“처음 짐트럭을 할 때 고객들에게 받았던 피드백 덕분이었어요. 짐트럭에서 운동하던 여성 고객들이 모르는 사람들과 거울을 공유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는 말을 많이 했었어요. 이걸 짐티의 컨셉으로 잡았죠. 운동할 때 누가 쳐다보는 게 싫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운동할 땐 땀도 흘리고 딱 붙는 옷을 입기도 하잖아요. 다른 사람들과 거울을 같이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죠.“


◇30년 운동·IT회사 근무 경험이 바탕


-운동 서비스를 창업한 이유가 있나요.


“오랫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어요. 어릴 때부터 했으니 약 30년간 운동을 해온거죠. 중고등학교 땐 정기적으로 육상 대회를 나갔고요. 운동을 직업으로 삼진 않았지만 항상 사업적으로도 관심 있었어요. 네이버에 다닐 땐 헬스 동호회도 들었고, ‘풋볼데이’라는 스포츠 서비스도 만들었죠. 또 헬스 시설이 잘돼있는 IT회사를 다닌 적 있어요.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을 땐 운동하러 가기 눈치 보이는 상황이 종종 있었죠. 남 신경쓰지 않고 혼자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IT업계에서 일하면서 거북목이 되고 몸이 안 좋아지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고요.


-PT 서비스 다양한데 짐티만의 강점이 있다면.


“짐티는 고객들의 운동기록 뿐 아니라 생활 습관 등까지 데이터화합니다. 헬스장에 오랜만에 방문하거나 PT를 받다 바빠서 쉬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면 이전에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 정확한 기록을 보는 게 좋아요. 일반 헬스장 PT서비스보다 데이터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있죠.

출처: 짐티 제공
짐티 신체측정 기록 서비스.

또 다른 강점은 방문PT나 홈트레이닝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거예요. 미국에선 운동하는 곳이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있으니 홈트가 활성화돼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르죠. 층간소음 문제도 있고요. 서울만 해도 1인가구 비중이 가장 높잖아요. 나 혼자 사는 공간에 외부인을 들인다는 걸 꺼려하는 사람도 많아요. 게다가 몇 발자국만 나가면 좋은 운동시설이 많으니 굳이 집에서 할 이유도 적죠.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분들,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아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타겟으로 한 운동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목표는.


“단순합니다.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짐티를 더 많이 찾게 만들고 싶어요. 또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비스 연계를 높일 계획입니다. 오프라인(티랩스튜디오)에서 운동하던 고객들이 평소에 집에서도 꾸준히 몸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텐션을 높여주는 역할을 온라인 서비스가 하는거죠. 온라인 서비스로만 운동하던 분들도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들에게 빠르게 상담받아 자세나 운동습관 등을 개선하도록 도울 겁니다.”


글 jobsN 박새롬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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