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손님들에게 붓 잡게 했더니..금세 월 1억 찍었죠

조회수 2020. 9. 18. 14:5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곳에 오면 누구나 화가가 되지요"
커피 마시며 그림 그리는 드로잉 카페 ‘성수미술관’
1년 반만에 4개 매장, 월 매출 1억···제주점도 오픈

서울 성동구엔 누구나 커피를 마시며 화가가 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성수동의 한 아파트단지를 지나다보면 ‘성수미술관’을 가리키는 작은 입간판이 나온다.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조용한 입구와 달리 내부는 붓을 들고 흰 종이를 채우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아닌, 손님들이 스스로 미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2018년 9월 문을 연 성수점에 이어 2019년 3월 연남점을, 12월 부산 서면점을 열었다. 올해 3월19일엔 제주점까지 오픈했다. “항상 손님이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는 이재욱(30), 권효민(30) 공동대표를 성수미술관 성수점에서 만나봤다.

◇누구나 붓을 잡는 자유로운 공간


-성수미술관을 소개해주세요.


(권) “성수미술관은 누구나 손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친근한 미술 공간입니다. 자연이나 꽃, 도시, 캐릭터 등 다양한 도안과 아크릴 물감, 파스텔, 크레용, 색연필 등 채색 도구가 구비돼 있어요. 전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을 만든 건 저희 성수미술관이 국내 최초라고 알고 있습니다. 스케치가 다 돼있는 도안을 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그림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어요.”


-성수미술관이라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나요.


(권)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성수동엔 공방이나 수제화거리처럼 무엇인가를 생산하고 창작해내는 공간이 많잖아요. 그런 상징성을 활용했죠. 또 처음 오픈한 2018년쯤엔 ‘레트로 감성’이 유행이었어요. 00당, 00방앗간 같은 상호명 말이에요. 미술관이란 명칭도 그런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죠. 유행을 따른 이름이지만 너무 유행을 타지는 않고, 세련된 느낌도 있어서 지은 이름입니다.”


-손님이 얼마나 오나요.


(이) “한 달에 약 1500명 정도입니다. 하루 평균 40~50명은 오시죠. 단골이용권을 등록하신 분들도 30~40명쯤 됩니다. 매출은 4개 매장을 합쳐서 한 달에 1억 정도, 1년에 10억 넘는 정도입니다.”


(권) “남녀 커플 손님이 가장 많고 여자 친구들끼리 같이 오는 분들도 많아요. 얼마 전엔 배우 조여정님도 오셨어요.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나이드신 부모님 모시고 오는 20~30대도 꽤 있어요. 한 번은 할머니가 혼자 오셔서 ‘거의 70년만에 붓을 잡아본다’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도 뭉클했어요.”

출처: jobsN
그림 작업에 집중하는 손님들.

◇중학교 친구끼리 창업···보따리상·유튜버 경험도


-어떻게 함께 창업하기로 했나요.


(권) “중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어릴 적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노는 걸 좋아했어요. 보통 또래 중학생들이 피시방이나 노래방 가면서 놀았다면 저희는 계곡에 놀러가고, 안 가본 동네에 놀러가면서 놀았어요. 성인이 되고나서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이) “20대 초반부터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보따리상처럼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아본 적도 있고, 유튜브 MCN을 만들어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시도도 했죠. ‘세친구여행’이라고 여행 유튜버에 도전하기도 했어요. 

출처: 유튜브 채널 '세친구여행' 캡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하셨는데요. 


(권)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에서 영업관리직으로 일했어요. 매장을 운영하고 초기 세팅 단계부터 안정을 찾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죠. 일하면서 제 매장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아 창업동아리도 들고, 기계공학과에서 창업 관련 학과로 전과하기도 했어요.


(이) “저는 화장품을 수출하는 K뷰티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했어요. 아무래도 한 번 수출하는데 기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반응도 매우 느리게 왔죠. 성과가 안 보이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곳에서 익힌 마케팅, 홍보 노하우들을 성수미술관을 오픈하면서 활용할 수 있었어요.”


-드로잉카페로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권) “처음 냈던 아이디어는 좀 달랐어요. 일본의 한 공익광고에서 사람들이 남녀노소 모여 같이 그림 그리는 장면을 봤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물감을 자유롭게 흩뿌리는 공간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온 몸에 물감을 묻히는 걸 상상했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죠. 카페 안에 샤워부스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이걸 이재욱 대표와 함께 논의하면서 지금 형태로 구체화시켰죠.

출처: jobsN
그림 작업에 집중하는 손님들.

◇첫 달 손님 ‘0명’···이름도 뺏길 뻔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나요.


(이) “처음 오픈하고 약 1달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안 왔어요. 드로잉카페라는 개념도 생소했고 위치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비용이 부족해 별다른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워서 SNS 홍보만 했죠. 그러다 한 달이 좀 지나고 처음으로 한 팀, 한 팀씩 오더니 갑자기 주말에 손님이 물밀듯 들어왔어요. 손님이 없던 첫 한 달은 제가 했던 SNS마케팅이 빛을 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홍보하나요.


(이) “SNS 마케팅에 주력합니다. 보통 손님들은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세요. 20~30대 ‘인스타그래머’들이 주요 타겟층이기도 하고요. 성수미술관 공식 인스타그램은 광고 계정같은 느낌은 최대한 피하고 살아있는 계정처럼 보이도록 노력했어요. 사진과 함께 올리는 멘트를 친근하게, 때로는 특이하게 올려봤더니 반응이 괜찮았어요.”


-사업이 잘되고나서 힘든 점이 있다면.


(권) “저희를 따라하는 업체들이 생겨났어요. 손님으로 와서 살펴보다 10~20분 만에 가는 분들이 있어요. 매장에 있다가 ‘우리도 이런 거나 해볼까’라고 말소리가 들리면 속상하죠. 얼마 전까진 꽤 규모있는 업체에서 성수미술관이란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려고 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저희가 상표 등록을 무사히 마친 상태지만요.” 


출처: 성수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처
성수미술관 제주특별점.

◇국내 넘어 해외 진출까지


-앞으로의 목표는.


(권) “오프라인 매장을 광역시별로 하나씩 늘려가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은 서울에 두 곳, 부산, 제주도에 있지만 아직 대전,대구,광주 등엔 없어요. 두 번째로는 저희 콘텐츠를 더 확장시켜나가는 거예요. 마포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치매예방프로그램으로 연남점을 다녀가신 적 있어요. 이처럼 성수미술관 콘텐츠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성수미술관 서비스를 어디에서나 받아볼 수 있는 출장서비스도 준비 중이에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양로원에 계신 분들에겐 저희가 찾아가는 거예요. 또 어린 친구들이 있는 유치원이나 병원 같은 곳으로도요. 트럭에 도안과 이젤, 물감, 의자 등을 다 싣고 찾아가는 출장미술트럭을 준비 중입니다. 원래 이번 3월에 여러 유치원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미뤄진 상태예요.”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이) “있습니다. 예전에 일본과 홍콩 방송국에서 성수미술관을 촬영하러 왔었어요. 한국의 새로운 문화라고 소개됐죠. 지금은 주춤하지만 한동안 중국, 대만 손님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왔어요. 음악이 전세계 공통 언어라고 하는 것처럼, 미술도 같은 아시아권 국가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아요. 빠르면 3년, 길면 5년 안에 아시아 국가 진출을 추진해볼 계획입니다.


출처: jobsN
(좌)이재욱 (우)권효민 대표.

-성수미술관을 운영하며 뿌듯한 순간은.


(이) “저희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20~30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놀잇거리죠. 성수미술관을 언급하면서 ‘너희 거기 가봤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여태 왜 없었나 싶지만,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이런 문화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뿌듯합니다.” 


글 jobsN 박새롬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