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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족발 즐겨먹다 '번뜩'..여성용품 대표의 반전 사업

조회수 2020. 9. 18.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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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켓' 내놓은 최원석 질경이 대표

망해가는 동네슈퍼 앱으로 모아 즉시배송 나서

파·마늘·계란 같은 신선식품 중심 30분 내 배달

“내게 뭐 남지” 생각않고 골목상권 살리기먼저

아직은 사업 초기... “6개월 내 가맹 슈퍼 2배 목표”

 

 

 

로켓배송·새벽배송은 약과다. 편의점·배달앱에서 주문 30분 내로 생필품·즉석식품 등을 배달해주는 ‘즉시배송’도 가능한 시대다. 유통산업은 소비자가 더 빨리 더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신중이다. 이러한 시기에 기존의 판매 방식을 고수하는 동네 슈퍼마켓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힘든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쳤으니…

로켓보다 빠른 마켓이라는 콘셉트의 슈퍼마켓 배송앱 서비스 로마켓. /질경이 제공

그런데 최근 매출 200억원대의 중소기업 대표가 동네 슈퍼마켓을 위한 배송앱 ‘로마켓’을 내놓았다. 동네 슈퍼마켓이 로마켓 앱 안에 자신의 온라인 마트를 등록하면 소비자들은 GPS로 가까운 슈퍼를 찾아 원하는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동네슈퍼 판 즉시배송 서비스다.


로마켓을 내놓은 이는 여성청결제·생리대 등을 제조하는 업체 ‘질경이’의 최원석(54) 대표다. 물론 유통업을 해본 적도 없다. 최 대표는 “대형 유통·배송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통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동네 슈퍼는 독자 앱 하나 구축할 역량이 안돼 트렌드 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얇은 갈대도 모으면 강해진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여성청결제 업체가 어떤 계기로 배송앱을 개발한 것인가.

최원석 질경이 대표. /질경이 제공

“2010년부터 질염(膣炎) 등 여성 질환을 예방하는 여성청결제를 제조하고 있다. 오랜 연구 끝에 자연 유래 성분으로 구성된 청결제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유통이 쉽지 않았다. 여성청결제에 대한 시장 인지도 자체가 낮아서다. 총판을 맡은 유통업체가 2년여 만에 손을 들었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특성을 알리고 매장 내에서 소비자가 마음 편히 구매할 수 있는 위치에 상품을 진열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웠던 것이다. 물건을 잘 만들어도 유통을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때까지 제조업에만 집중했지만, 이후부턴 유통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여성청결제를 동네 슈퍼에서 파는 것은 아니지 않나.

질경이의 여성청결제 제품. /질경이 제공

“여성청결제는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약국, H&B스토어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로마켓을 내놓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퇴근길 동네 슈퍼에서 막걸리에 소포장 족발을 먹고 귀가하는게 나의 작은 낙이다. 자연히 슈퍼 사장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는데, 하나같이 ‘슈퍼는 미래 없다’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같은 자조적인 말들을 한다. 유통 산업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슈퍼에서 편의점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으니 마치 남 얘기 하듯 말하는 것이다. 동네 슈퍼는 이렇게 없어지고 마는 것일까. 정말 슈퍼의 장점은 없을까.”


-그래서 동네 슈퍼마켓의 장점을 찾았나.

/질경이 제공

"신선식품이다. 여전히 신선식품 구매 비중이 가장 큰 유통 채널은 동네 슈퍼마켓이다. 새벽배송은 신선식품을 배달해주지만 하룻밤이 걸린다. 편의점과 배송앱은 즉시 배달하지만 주 취급 상품이 가정간편식(HMR)이지 파·마늘·계란이 아니다. 집 앞 슈퍼에서 파·마늘·계란 같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30분 내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생기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새벽배송의 캐치프레이즈가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라는데, 우리는 ‘저녁에 뭐 먹지? 퇴근 전에 주문하세요’다.”


-언제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나.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앱을 개발한 것은 2016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앱만 만들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들이 보기 좋게 촬영해 앱에 올려야 한다. 재고 관리도 중요하다. 집 앞 슈퍼에 당근이 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정작 재고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 로마켓과 개별 슈퍼의 포스(POS판매정보관리시스템)가 자동 연동되도록 해 로마켓에서 슈퍼의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구성을 갖추고 본격 개시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현재 얼마나 많은 슈퍼마켓이 로마켓에 입점했나.

최원석 질경이 대표 /jobsN

“아직 50곳 정도에 그치지만 6개월 내에 100곳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슈퍼마켓 위주고, 자체 고용한 배송 기사가 있는 곳들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증가세는 가파르다. 최근 전국적인 영업 조직을 갖춘 제과업체로부터 좋은 제안이 들어왔다. 전국 4000여 슈퍼마켓에 로마켓의 서비스를 홍보해줄 테니 대신 앱에 자사 광고를 넣어달라는 것이었다.” 


-배송은 슈퍼마켓이 고용한 배송기사가 하는 것인가. 


“현재는 그렇다. 하지만 향후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도 맺을 계획이다. 이 뿐 아니라 앱 운영 시스템도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슈퍼마켓 사장님들에게 배송에 관한 교육도 제공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주문 물량이 평소보다 5배 늘었다. 갑자기 주문이 몰리자 배송 기사 한 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슈퍼마켓에선 배송 가능 시간을 마음대로 줄여버리거나 무료배송을 위한 최저 구매액 기준을 올렸다. 당연히 소비자 불만이 나왔다. 슈퍼마켓 점주들이 배송 원칙을 준수하도록 교육해야 하는 이유다.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를 맺으면 주문이 폭증할 때 대행업체 기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별도로 배송기사를 고용하지 않는 소규모 슈퍼마켓도 로마켓을 통해 물건을 팔 수 있게 된다.” 


-로마켓은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가나. 


“판매액의 약 1% 정도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거의 안남는다. 30대까지만 해도 사업을 하면서 항상 ‘내게 뭐가 남지’를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동네 슈퍼들이 잘되고 로마켓 이용자가 늘면 그제서야 사업이 된 것이다. 로마켓을 통해 당장 어떤 이익을 도모한다기보다는 이렇게 형성된 전국적인 슈퍼마켓과 소비자 데이터를 통해 다른 수익 모델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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