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마켓컬리보다 더 '센놈'이 나타났다
3000원선 배송료에도 1인가구 중심으로 이용객 증가
쿠팡 주도 배송 시장 지각변동 생기나 관심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보다 더 ‘쌘 놈’이 나타났다. 이러다 진짜 장보기 문화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 로켓·새벽배송은 주문 후 상품을 받아보는데 아무리 빨라도 6~7시간은 걸린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30분이면 배달해주는 ‘즉시배송’이다. 배달의민족은 마치 집 앞 편의점처럼 이용할 수 있는 초소량 배달 서비스 ‘B마트’를 최근 개시했다. 주요 편의점사들도 자사 제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아무튼 소비자들은 2500원에서 3000원 정도의 배달비를 내면 20~40분 정도만에 원하는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빠른 편인 한국의 배송 서비스가 더 빨라지게 생겼다.
◇시내에 소형 물류센터 두고, 오토바이로 30분내 배송
2014년 쿠팡이 익일 배송서비스 ‘로켓배송’을 개시하고, 2015년 마켓컬리가 전날 밤까지 주문한 식료품을 다음날 새벽 집앞에 두고 가는 ‘새벽배송’을 내놓으며 도시민들의 생활 패턴도 크게 변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가던 대형마트를 이젠 ‘꼭’ 가지는 않는다. 내일 아침상에 올릴 두부 한 모 사려고 늦은 밤 슈퍼마켓을 갈 필요도 없어졌다. 새벽배송 시키면 된다. 술 살 때 아니면 아예 오프라인 소매점을 가지 않는 소비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특히 음·식료품 분야는 26%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영업이익이 67% 감소한 것과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로켓배송·새벽배송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이들이 있다. 1인가구다. 이들이 원하는 배송품은 ‘햇반 하나, 비비고 왕교자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벽배송은 ‘아침에 밥을 해먹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다. 로켓배송은 햇반 한 개를 보내주진 않는다. 최소 12개 묶음부터다. 배민이 내놓은 B마트는 1인가구를 위한 배송시장이란 틈새를 파고든다. B마트의 최소 주문금액은 5000원으로 1인가구가 이용하기 적당하다. 배달비(배달팁)는 2500원이다. 배민은 서울 시내에 15개의 물류센터를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배달원이 이를 가져다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외곽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두는 기존 유통업체와 달리, 배민의 도심 물류센터는 100평(330㎡) 미만의 소형 보관소 개념이다. 배달 시간은 통상 30분 안팎이고, 경우에 따라 1시간 정도 소요되기도 한다. 도심에서 화물차 대신 오토바이로 배송한다는 점도 배송시간을 단축시켜준다. 소규모 주문이라 박스 대신 비닐봉투에 담아 주지만, 신선식품의 경우 냉기 유지를 위한 아이스팩도 함께 보내준다.
◇편의점 업체도 가세, 배송 서비스 개편 신호탄?
편의점 업계도 즉시배송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CU를 시작으로 현재 편의점 빅4 모두 즉시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각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소 주문금액은 1만원, 배달료는 3000원 선이다. CU는 올해 1분기 내에 즉시배송 가능 점포를 전국 50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U의 점포 수는 약 1만3000개다. B마트가 수도권 위주라면, 편의점 즉시배송은 전국적으로 확대가 용이한 편이다. 점포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이나 배민 외에도 즉시 배송 서비스를 운용 중인 업체는 더 있다. 유통 스타트업 ‘나우픽’은 배민보다 앞선 2018년부터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초소량 즉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새롭게 등장한 즉시배송 서비스가 기존 배송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송서비스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그동안 도시 외곽이나 고속도로 인근에 대형 물류창고를 두던 유통업체들은 빠른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심 내 물류 거점을 확보중이다. 실제 아마존의 경우 맨해튼 등 도심 내에 유휴공간을 확보해 물류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이 창고를 기반으로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 바뀌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즉시배송의 성공여부는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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