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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뉴스에 나온 자전거 세계일주 부부의 반전 근황

‘1세대’ 자전거 여행가에서 목수, 양조사로 변신한 권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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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내가 진짜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

“어디에도 없는 제주도만의 매력 담은 맥주 만들겠다”



지금이야 흔하다지만, 2011년만 해도 권영(당시31세)씨가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자전거 세계여행을 떠난 것은 언론에 소개될만큼 흥미로운 뉴스거리였다. 이 ‘1세대 자전거 여행가’는 2년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제주도의 시골 마을에 정착했다. 집이 너무 낡아서 직접 수리를 하다가 목공에 눈을 떴고, 목수가 돼 직접 집을 짓기에 이르렀다. 목수로 변신한 여행가가 지은 집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방랑하우스’는 MBC, OtvN 등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가 이번엔 다시 양조사로 변신했다. 올해 마흔살이 된 권영씨는 제주맥주 브루어리(양조장)의 양조사로 일한다. 다양한 맛과 향의 맥주를 빚는 것이 그의 일이다. 대체 어떤 바람이 불어 양조장에 간 것인지 궁금했다. 


-여행가와 목수, 그리고 양조사라는 직업에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세계여행중인 권영씨 부부. /권영씨 제공

“여행은 원인이고 양조사라는 직업은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우선 여행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IT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늘 격무에 시달렸다. 돌발성 난청도 생겼다. 무엇인가를 통해 행복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행을 결심했다. 양궁 선수였던 아내도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였다. 중국에서 실크로드를 거쳐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터키, 서유럽으로 내달렸다가 다시 동유럽, 태국, 라오스로 방향을 잡았다.

‘일단 저질러보자’는 마음으로 떠난 것인데 가는 내내 ‘돌아와서 무엇을 할까’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였다. 아내와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했다. 여행이 마무리될 때 쯤에야 진정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여행을 통해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았다기보단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아다닐 수 있게 됐다.”


-왜 제주도에 정착했나.

방송에 소개된 권영씨의 집짓는 모습. /TV화면 캡쳐

“여행 초반에 동행했던 친구가 제주도 출신이었다. 그의 얘기를 들으며 제주 살이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귀국 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시골 집을 구했는데 거의 폐허 수준이었다. 집을 고치다 자연스럽게 목수가 됐다. 제주도에서도 잠시 IT 회사에서 근무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데 금방 ‘내가 왜 이 일을 다시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목수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 것 같지만, 오히려 내겐 책상에 앉아 있는 일보다 맞았다. 이렇게 배운 건축 솜씨로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방랑하우스’를 2015년 완공했다."


-어떤 계기로 양조사가 된 것인가.

권영씨가 동료와 맥주 제조 설비를 살피고 있다. /제주맥주 제공

“제주도에 오기 전부터 맥주에 관심이 많았다. 여행을 다니며 만난 이를 통해 홈브루잉을 배웠다가 푹 빠졌다. 구체적으로 독일 뮌헨에 맥주 유학을 갈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던 차에 제주도에 제주맥주 브루어리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했다. 단순히 술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이 업체의 방향성도 마음에 들어 2017년 말 입사했다.”


-양조사의 업무는 무엇인가.

제주맥주 생산동 2층에 마련된 고객체험공간. /제주맥주 제공

“맥주 생산의 전 과정을 관리한다. 양조란 맥아·홉 등 맥주의 원료를 발효·여과시켜 맥주를 생산하는 일련의 공정을 말한다. 맥아를 당화(糖化)시킨 뒤 여과 과정을 거치면 맥주의 주 원료인 맥아즙(Wort)이 나온다. 맥아즙을 끓이면서 홉을 첨가한다. 홉을 얼마나 넣을지, 언제 넣을지 등에 따라 맥주의 맛과 향은 천차만별이다. 다시 이를 냉각시키고 효모를 투입시켜 발효한다. 양조사가 각 공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맥주의 맛이 달라진다. 원재료를 관리하는 것 또한 양조사의 일이다. 양조는 장치산업이라고 하지만, 대형 맥주공장과는 다르다.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이 견학을 맥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도 있다. 제주맥주의 경우 나를 포함 10명의 양조사가 근무중이다.”


-현재 직업에 만족을 하고 있나.

자신이 제조한 맥주의 맛과 향을 테스트하는 권영씨. /제주맥주 제공

“내가 여행을 하며 찾으려 했던 ‘내가 하고싶은 일’이 바로 양조사의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다. 그리고 반응을 내놓는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열성을 다해 무엇인가를 만들고, 즉각적으로 평가를 받는 그 과정이 좋다. 요리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술은 무엇인가 조금 특별하다. 좀 더 각별하다랄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주도만의 매력을 품은 맥주를 만드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많은 이들이 구속받지 않는 삶을 동경한다면서도, 당신처럼 실행에 옮기진 못한다.

/권영씨 제공

“그런 분들께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준다. 여행을 다니면 자주 힘든 상황과 마주한다. 전체 일정의 80%는 페달을 밟는 일이다. 그런 시간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고 있다면, 기회가 왔을 때 빨리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것 저것 따지다보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한다. 그리고 기회는 날아간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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