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부모님 선물로 만들었다 월 800만원 사장님 됐죠

조회수 2020. 9. 21. 10: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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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만들던 마카롱에 한국 민화 그려.. 제과점 '달토당' 안현빈 대표 인터뷰
동화작가 꿈꾸며 미술 공부하다가 동양화에 빠져
전통 그림에 관심 생겨...2년간 문화재 공부
취미로 만들던 마카롱에 한국 민화 그려
2017년 제과점 ‘달토당’ 창업...성수기 월매출 800만원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과자인 마카롱 꼬끄(coque·마카롱의 바삭한 과자 부분)에 한국의 민화를 그리는 사람이 있다. 덴마크인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취미로 만들던 마카롱에 우리나라의 전통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바닥만 한 꼬끄 위에 꼼꼼하고 화려하게 새겨진 한국화 마카롱은 입소문이 났고 창업 3년 만에 월 매출 800만원을 낸다고 한다. 제과점 ‘달토당’ 안현빈(30)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본인 제공
제과점 ‘달토당’ 안현빈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부산에서 제과점 ‘달토당’을 운영하는 대표 안현빈입니다. 마카롱 위에 기녀, 양반, 호랑이, 사군자 등 한국 민화를 그리고 있어요.”


동화작가를 꿈꿨던 안씨는 2009년 한양여대 일러스트레이션과 실용미술학과에 들어갔다. 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학교에서 우연히 들었던 동양화 수업이었다.


“동양화 강의를 들으면서 공필화(동양화를 그릴 때 대상물을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리는 기법)에 흠뻑 빠졌어요. 그림 스타일도 점점 동양화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자연스레 한국 민화와 전통 그림에 관심이 커졌어요.


전통 회화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소속 기관인 전통문화교육원에 들어갔어요. 2년간 전통 그림과 문화재 복원 등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회화 문화재와 불화 등을 그대로 본떠서 똑같이 그리는 모사 과정과 서화나 자수를 전통 족자나 병풍으로 꾸미는 배첩 과정 등을 배웠어요. 조선시대의 각종 궁중 행사를 그린 반차도, 능행도 등과 같은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안씨가 그린 그림.

수료 후 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창덕궁 벽화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본가가 있는 고향인 부산으로 잠시 내려가야했어요. 쉬면서 마카롱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평소 취미가 베이킹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친구들이 놀러 왔어요. 남자친구는 덴마크인으로 대학생 시절 부산 금정산에 등산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남자친구는 대학원 공부를 위해 한국에 와있던 상태였어요. 6년째 국제 연애 중입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한국의 전통이 느껴지는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부채나 색동필통 등을 떠올리다가 직접 만든 선물을 주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카롱에 평소 좋아하던 한국의 민화를 그려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꼬끄 위에 도깨비, 호랑이, 기녀, 양반, 사군자 등을 그려서 선물했어요.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예쁘고 화려해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라고 했어요. 뿌듯했습니다. 마카롱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한국 민화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국밥집 옆에 있던 4평짜리 주차장 공간을 개조해 2017년 ‘달토당’을 창업했어요. 창업 자금은 500만원이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안씨가 만든 마카롱.
출처: 본인 제공
2018년 일본 가나자와에서 열린 ‘동아시아문화도시 2018’ 국제 교류 행사에 참여한 안씨.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마카롱을 만들어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올렸는데 ‘한국화 마카롱, K-카롱, 한국의 막갈옹’ 등이라고 입소문이 났어요. ‘디자인이 특이하고 예쁘다’면서 사러 오는 분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맛보다는 그림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점점 손님이 줄더라고요. 하루에 10만원어치도 못 파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가 마카롱 클래스에 다니면서 다시 레시피를 익혔습니다. 온도와 시간을 다르게 해보면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을 만들기 위해 계속 연습했어요.


디자인과 맛, 두 가지를 다 신경 쓰니 점점 단골손님이 생겼어요. 2018년에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 입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운영을 하기엔 버거웠어요. 현재 백화점에 있는 매장은 정리한 상태입니다. 외국에서도 한국화 마카롱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2018년 일본 가나자와에서 열린 ‘동아시아문화도시 2018’ 국제 교류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마카롱의 디자인이 아기자기하다면서 일본인도 정말 좋아했어요.

출처: 본인 제공
안씨가 만든 마카롱.
출처: 본인 제공
안씨가 만든 마카롱.

마카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가게 문을 열지 않고 목, 금, 토요일 주 3일만 운영합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은 마카롱을 만듭니다. 오픈 준비를 하는 3일 동안 평균 400여개를 만들어요. 디자인에 따라 제작 시간은 다 다릅니다. 쉬운 그림은 10분 만에 완성하기도 해요. 일요일은 쉬거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마카롱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기록화, 문화재, 전통 이미지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기녀, 사군자 등의 디자인이 인기가 많아요. 최근에는 마들렌 등 다른 디저트에도 전통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마카롱은 개당 35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월 매출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기념일이나 명절이 있는 달에는 평소보다 마카롱이 더 잘 팔립니다. 성수기 때 월매출은 700만~800만원입니다. 보통 일주일에 100만원어치 이상 팔립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연말에 남자친구와 결혼을 합니다. 결혼 후에는 덴마크로 갈 것 같아요. 그곳에서 디저트 가게를 낼 생각도 있습니다. 또 그림 공부도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디저트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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