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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편의점서 일해 월 200만원 벌지만 포르쉐 몹니다

조회수 2020. 9. 21. 1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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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 받으면서 포르쉐 모는 영상이 인기인 이유는?
2020 소비 트렌드는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
구찌는 못 사도 한정판 운동화·애플워치 사는 이들
밥값 아끼고 커피 끊어 같은 공연 16번 보기도

밥은 삼각김밥으로 때워도 한정판 신발을 사는 사람. ‘플렉스(flex) 하는 자린고비’다. 플렉스는 사전적으로 구부리다, 몸을 푼다는 뜻이다. 개인의 성공 또는 부를 뽐내거나 과시할 때 ‘플렉스 한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에 ‘#플렉스’를 검색하면 게시글이 12만개가 넘게 나온다. 플렉스가 유행하면서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도 등장했다. 식품·생필품을 살 때는 최저가를 사고 아끼지만,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야에는 돈을 과감하게 지출하는 사람들이다.

출처: MBC 방송화면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게임으로 플렉스한다고 밝힌 김희철

취업준비생 박(25)씨는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한다. 한 달에 받는 돈은 약 41만원에서 51만원. 부모님과 살아서 집세나 생활비가 따로 들지 않지만, 한 달 용돈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박씨는 자린고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식비 아껴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 취준생 


가장 먼저 휴대폰 요금을 줄였다. 알뜰 통신사로 이동을 고민했지만, 할부 약정이 남아 요금제를 낮췄다. 박씨가 쓰는 요금제는 데이터 2.5GB에 통화 무제한, 문자 기본제공으로 4만3000원이다. 데이터가 부족해 외출하면 와이파이부터 찾는 게 일이다.

출처: 본인 제공
박씨가 밝힌 지난 6개월 휴대전화 요금 납부내역

식비도 아낀다. 박씨는 평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점심은 학생 식당을 이용한다. 3300~4000원만 내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저녁은 시리얼로 해결한다. 시리얼 한 박스를 미리 사물함에 사다놓고, 편의점에서 우유 한 팩만 사서 말아 먹는다. 그가 한 달에 쓰는 식비는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교통비랑 식비를 줄이려고 집에서 공부한 적도 있어요. 근데 도서관에서 책도 봐야 하고, 취업 특강도 들어야 해서 학교에 갈 수밖에 없어요.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지하철 정기권을 이용합니다. 5만5000원으로 30일 동안 60번 왕복할 수 있어요. 한 달에 약 3만원정도 줄일 수 있죠. 대신 버스로 환승을 할 수 없어 어디를 가든 지하철만 이용합니다.” 


박씨는 이렇게 아낀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때 플렉스 한다. 몇 달 동안 돈을 모으기도 한다. 2019년에는 50만원이 넘는 애플워치·한정판 운동화를 사기 위해 돈을 모았다. 최근에는 건조해진 피부를 위해 뷰티 제품에 돈을 썼다. H&B스토어 한 곳에서 주문한 금액만 20만원이 넘는다. 마스크팩부터 미스트·토너·앰플 등 피부 관리 제품을 샀다.

출처: 본인 제공
박씨가 산 애플워치·피부관리 제품 중 일부

◇명품·외제차보다는 문화·가전에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들


보통 플렉스 한다고 하면 명품 가방이나 외제차를 사는 등 수백만원 이상 거액을 쓴다고 생각한다. 실제 유튜브에서 에르메스·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플렉스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편의점·마트에서 일하면서 한 달에 200만원을 벌지만, 포르쉐를 타는 사람을 소개하는 영상도 있다. 플렉스 문화의 영향으로 이런 극단적인 영상이 인기다. 하지만 박씨처럼 소소하게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들도 많다.

출처: 유튜브'우파푸른하늘Woopa TV' 캡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포르쉐를 탄다고 밝힌 유튜버 '도봉구주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28)씨는 문화생활에 플렉스 한다. 김씨는 평소 식비로 5000원 이내만 쓴다. 커피와 군것질도 끊었다. 돈을 아끼고, 보지 않는 책이나 물건을 중고로 팔아 뮤지컬을 봤다. 2019년에는 같은 뮤지컬만 16번 봤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15만원인 VIP석과 5만원인 A석을 번갈아 예매했다.


“공연 내용을 알아도 갈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상대 배우가 바뀌면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도 달라져요. 크게는 극 분위기까지도 변해요. 제일 잘 맞는 캐스팅 조합을 찾기 위해서 다시 공연장을 찾기도 해요. 또 배우 팬으로서 극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배우의 생일이나 기념일이랑 극 날짜가 겹치면 축하하는 의미에서 배우를 보러 가기도 하죠.”

출처: 본인 제공
김씨가 2019년 관람한 '엘리자벳' VIP석 티켓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 유튜브 채널도 있다. ‘현동이채널’이다. 현동이채널의 원래 이름은 ‘자린고비TV’였다. 채널 운영자는 궁핍해도 행복한 대학생 일상을 주제로 영상을 찍는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편의점 폐기 먹방, 학식 먹방 등 자린고비 생활을 하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조회수는 5만~10만 사이다.


현동이채널에는 플렉스 하는 영상도 있다. 운영자는 평소 옷을 살 때 동묘나 번개장터를 이용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120만원짜리 중고 카메라를 샀다. 중고 카메라 사는 게 무슨 플렉스냐 할 수도 있지만, 그가 살고 있던 고시원 월세 4달치보다도 비싼 돈이었다. 그는 마이크와 배터리까지 총 140만원을 썼다. 그는 사람들이 플렉스 하면서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하는 것을 따라서 “파산해버렸지 뭐야~”라고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이어 “거금을 줬지만, 자신에 대한 선물이자 유튜브에 투자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출처: 유튜브 '현동이채널' 캡처

◇소비로 개성 드러내고 즐거움 찾으려는 의도


플렉스 하는 자린고비가 2020년 소비트렌드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베이코리아는 1월9일부터 16일까지 1915명을 대상으로 '2020년 소비심리 및 소비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생필품·생활용품은 싸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패션·뷰티 제품은 비싸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로 개성을 드러내고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플렉스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사실 예전부터 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밥 대신 라면을 먹어도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최신형 휴대전화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예를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치에 돈을 쓰는, 일종의 가치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박아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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