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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겠어, 신 회장이 우릴 버린다는 얘기지"

조회수 2020. 9. 21. 16: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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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권 받은 강희태 부회장은 '200개 매장 구조조정' ​

층층규제, 형제의 난, 최순실·사드사태, 코로나까지… 쓰러지는 유통공룡 

롯데는 신호탄일뿐… “유통발 실업 대란 머지 않았다”



“뭐긴 뭐겠어. 신 회장이 우릴 버린다는 얘기지.” 

며칠 전 만난 서울의 한 롯데마트 계산원 아주머니의 말입니다. 버린다는게 무슨 말이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물러납니다. 이미 사임계를 제출했고, 3월 주총에서 처리되면 3월22일을 끝으로 신 회장은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이제 롯데쇼핑 수장은 강희태 롯데쇼핑 유통 BU장(부회장)입니다. 신 회장의 사임 소식에 롯데쇼핑의 직원들이 떨고있습니다.

2018년 10월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조선DB

구조조정 때문이죠. 강 부회장은 최근 체질 개선 방침을 밝힌 후 구체적인 정리 매장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향후 3~4년간 마트·슈퍼·롭스 등 롯데쇼핑 매장의 약 30%인 200여개 매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매장을 줄이는데 매장 직원 고용을 유지할 도리는 없을 것입니다. 업계에선 그 수가 5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도 나옵니다. 창사 이래 유례없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신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사임을 한 것입니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물러나는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규제, 최순실, 사드, 코로나… 내우외환 ‘유통공룡’ 수난사

7년째 잡초만 무성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롯데 복합쇼핑몰’예정지. /조선DB

잘나가던 유통공룡 롯데는 2010년대 이후 내우외환에 시달립니다. 시작은 층층규제였습니다.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가 대표적이었죠.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들은 하나같이 유통업체의 영업을 억제하는 방식이었죠. 신규 점포를 여는 것 힘들어졌습니다. 7년째 잡초만 무성한 상암몰 부지가 단적인 예입니다. 롯데쇼핑은 2013년 서울 상암동 DMC에 축구장 부지 30개 넓이의 부지를 서울시로부터 사들여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세울 계획이었죠. 그런데 인근 시장 상인들이 반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허가결정을 지금까지 미루며 사실상 사업을 표류시켰습니다. 이럴거면 애초에 땅을 팔지 말던가…. 유통업체들은 “손님은 전통시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쇼핑을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지만, 쇠 귀에 경읽기였습니다. 그 사이 온라인 유통업체한테 주도권을 내주게 됐죠.

2015년 '형제의 난'으로 불린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신동빈 회장. /조선DB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신동빈 회장. /조선DB

2015년 ‘형제의 난’(그룹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형 신동주씨와의 갈등), 2016년 ‘최순실 사태’로도 어려움을 겪었죠. 2017년 시작된 중국 사드보복 후폭풍은 정말 컸습니다. 영업이익이 사드보복 직전보다 30% 이상 줄었을 정도였죠. 설상가상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터졌습니다. 전염병은 언젠가 극복될 것이니 기다리면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유통업체 관계자가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장보기도 습관이에요. 평소 직접 물건을 보고 사는 것을 선호하고 익숙해하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온라인 생필품 구매를 경험하게 되며 소비 습관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롯데 구조조정은 유통 구조조정 쓰나미의 경보음이다”

2019년 폐점한 이마트 서부산점의 안내현수막. /인터넷 화면 캡쳐

사실 롯데만 힘든 것은 아닙니다. 모든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1507억원)이 전년보다 67% 급감했습니다. 최전성기였던 2013년 영업이익은 7350억원이었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삐에로쑈핑, 일렉트로마트, 부츠 등 실적 부진이 큰 전문점들을 대거 정리했습니다. 실적 개선을 위해 점포를 정리했는데,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소비 침체로 위기 탈출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2월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홈플러스 노조원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홈페이지

2위 대형마트 업체 홈플러스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노조원들은 지난 2월18일 본사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습니다. “구조조정·인력감축 시도를 중단하라”는 요구입니다. 최근 본사가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강제 전환배치를 하는 등 구조조정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5년간 4000명 가까운 동료들이 직장을 떠났지만, 이 사모펀드는 배당금 챙기기에 바빴다”고도 했습니다. 본사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홈플러스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GS리테일도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는 ‘H&B 스토어’와 슈퍼마켓 20여곳을 정리했습니다. 대형 유통사중엔 현대백화점그룹만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 서울 동대문에 시내 면세점을 추가하는 등 앞으로 1년 사이 백화점 1개, 프리미엄 아웃렛 3개 점포를 더 열 예정이라고 하네요.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가 아니라 차별성 없는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인 것”이라며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겠다”고 합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한섬), 리빙(리바트) 분야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죠. 이 분야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더욱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 위기에 강한 측면도 있습니다. 


◇진짜 걱정은… 유통발 대량 실업 우려 커져

미국에서도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폐점이 줄을 잇고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

온라인이 뜨고 오프라인이 지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입니다.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고요. 다만 걱정은 실업 사태입니다. 대한상의 자료를 보면 국내 유통산업 종사자는 약 325만명입니다. 전체 산업 종사자수(2223만명)의 15%입니다. 통상 대형마트 하나에 500명 정도가 근무합니다. 본사에서 나온 관리직을 뺀다면 동네에 대형마트 하나 생길 때마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450개의 일자리가 생겼던 셈입니다. 이런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것은 해당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각종 납품업체, 입점 상인들도 연쇄 타격을 입습니다.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은 앞으로 벌어질 대량 실업의 전조입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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