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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케이크 1조각 못먹는 엄마가 안타까웠던 딸, 결국

조회수 2020. 9. 21. 16: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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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케이크 한 조각 못 먹는 엄마를 위해 만들었어요
‘설탕 없는 과자 공장’ 오세정 대표
당뇨병으로 단 음식 못 먹는 엄마를 위해 2016년 창업 결심
이랜드 퇴사 후 무설탕 초콜릿 수입유통업 시작했지만 실패
무설탕 빵, 과자 레시피 개발 제과점 열었지만 1년 만에 접어
온라인 판매 시작하면서 판매량 증가...20여가지 무설탕 제품 판매

자신의 생일날에도 케이크 한 조각 마음 편히 못 먹는 엄마가 딸은 늘 안타까웠다. 엄마는 당뇨 환자다. 엄마처럼 단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현재 20여가지의 무설탕 빵과 쿠키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능성 제과∙식품 스타트업 ‘설탕 없는 과자 공장’의 오세정(32) 대표의 이야기다.

출처: jobsN
'설탕 없는 과자 공장’의 오세정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무설탕 빵과 쿠키류를 만들고 있는 ‘설탕 없는 과자 공장’ 대표 오세정입니다. 모든 제품에 설탕 대신 몸에 흡수되지 않는 대체감미료를 넣고 있습니다. 당질 제한이 필요한 당뇨 환자, 다이어트를 하는 분, 건강한 디저트를 원하는 분들이 즐겨 찾습니다.”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을 한 오 대표는 대학 졸업 후 3년간 이랜드에서 일했다. 전략기획실을 거쳐 외식사업부에서 일하면서 패밀리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업체인 애슐리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후 버니니, 아구아 등 특색 있는 술을 수입하는 외국계 기업에서 2년간 근무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었다.


“엄마가 당뇨병을 앓고 있어요. 저를 임신했을 때 임신성 당뇨병이 생겨 30년 넘게 단 음식을 마음 편히 먹지 못하십니다. 생일날에도 케이크 한 조각 못 드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무겁고 안쓰러웠어요. 회사에 다닐 때 미국, 유럽 등으로 출장을 가면 무설탕 초콜릿과 과자를 자주 사 왔어요. ‘외국 마트에는 당뇨 환자를 위한 무설탕 제품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머니처럼 단 음식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직접 무설탕 빵과 과자를 판매해야겠다고 생각해 2015년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창업자금은 회사에 다니면서 모은 3000만원이었습니다.” 

출처: 설탕없는 과자공장 제공
무설탕 파운드를 들고 있는 오 대표.

-사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경기도 김포에 창고를 빌려 미국산 무설탕 초콜릿을 수입해 팔았어요. 수요는 있었지만 관세, 운송비, 부가세 등을 떼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또 사람들이 초콜릿을 빵처럼 식사 대용으로 자주 먹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결국 1년 만에 접었습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직접 무설탕 빵과 쿠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베이킹을 해왔기 때문에 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2016년 제과제빵 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배웠습니다. 또 일반 베이커리 매장에서 일하면서 제빵 공부를 계속했어요.


처음에는 ‘반죽을 배합할 때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를 쓰면 단맛이 나겠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재료가 달라지니 반죽의 물성이 달라졌어요. 쿠키와 빵의 식감이 나지 않아 최적의 배합비를 찾아야 했습니다. 반죽 테스트를 7~8개월간 수천번 넘게 하면서 무설탕 빵과 쿠키의 레시피를 만들었어요.


빵과 쿠키에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인 말티톨, 에리스리톨, 스테비아를 넣었습니다. 말티톨과 에리스티톨은 당알코올입니다. 스테비아는 허브 식물이에요. 설탕보다 칼로리와 혈당지수(GI)가 낮습니다. 

출처: 설탕없는 과자공장 제공
2016년 운영했던 제과점 모습.

제품 개발을 끝내고 2016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6평짜리 제과점을 열었습니다. 무설탕 빵과 쿠키를 사려고 지방에서 오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수요가 적었습니다. 고객이 빵 하나를 사기 위해 매장까지 방문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죠.


더 많은 사람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판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넓고 위생적인 제품 생산 공간을 마련했어요. 이후 2018년 ‘설탕 없는 과자 공장’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했습니다. 초반에는 당뇨 환자들이 주로 찾았어요.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다이어트를 하거나 건강하게 디저트를 즐기고 싶어 하는 20~30대 고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출처: 설탕없는 과자공장 제공
무설탕 파운드와 콩브라우니.

현재 20여가지의 무설탕 빵과 쿠키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설탕을 넣지 않은 빵과 쿠키뿐 아니라 밀가루 대신 콩가루, 아몬드가루를 사용한 무설탕 저탄수화물 스콘을 만들었습니다. 또 밀가루와 쌀을 쓰지 않고 대두(콩)를 이용해 콩브라우니, 콩쿠키를 만들었어요. 스콘은 밀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밀가루, 옥수수, 설탕 대신 콩, 씨앗, 견과류를 배합한 시리얼을 론칭했어요.”

출처: 설탕없는 과자공장 제공
오 대표가 직원과 함께 쿠키 반죽을 배합하고 파이롤러 기계를 작동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와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무설탕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 중에 설탕 대신 과당이나 메이플 시럽 등을 쓰는 곳이 있어요. 판매 중인 모든 제품에는 설탕 및 기타 당류뿐 아니라 식물성 버터, 유화제, 화학 보존제, 인공 색소 등을 넣지 않고 있습니다. 또 머핀, 스콘, 브라우니, 쿠키, 파운드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일반 베이커리처럼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최근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획득했습니다. 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만큼 고객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출처: jobsN
'설탕 없는 과자 공장’의 오세정 대표.

-매출이 궁금합니다.


“2019년 매출은 전년도보다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혼자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12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2020년 목표 매출액은 20억원입니다. 국제당뇨병 연맹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당뇨 환자가 5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더 다양한 종류의 무설탕 빵과 쿠키류를 만들고 싶어요. 현재 무설탕 케이크 라인과 비건(고기뿐 아니라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라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론칭할 예정이에요. 많은 사람이 편의점에서도 무설탕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사업에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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