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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절반을 경찰·주부로 산 60대 부부의 예상밖 선택

조회수 2020. 9. 21. 1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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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은 당신과 함께..' 함께 공인중개사 합격, 창업 준비중인 부부

“놀면 뭐하나” 퇴직 후 5개월만에 학원 등록, 나란히 합격

부동산 경기 안좋다지만… “사업 기반은 불경기에 잡겠다”


100세 시대다. 60대 퇴직자에게 ‘인생2모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음식점 창업이나 시설관리·경비 분야 취업 일색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인중개사·주택관리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는 은퇴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를 보면 공인중개사 시험(1차 기준) 응시자는 2014년 11만2311명에서 2019년 19만3512명으로 5년새 72% 증가했다. 60대 이상 응시자만 살펴보면 약 2배로 늘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또 어떤 준비를 해 경제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나란히 합격해 부동산 창업을 준비중인 양성길(64)·김창연(63) 부부를 만나 이들의 구체적인 인생2모작 계획을 들어봤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 “책상에 앉으니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jobsN

양성길씨는 1981년부터 37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2017년 6월 정년퇴직했다. 경찰관으로 임용된 이듬해인 1982년 김창연씨를 만나 결혼했다. 김씨는 전업주부로 두 아들을 키우고 가정을 돌봤다.


-왜 부동산 창업을 선택했나. 


(양성길) “나보다 5년 먼저 퇴직한 동료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열었다. ‘아 공인중개사 일도 내가 했던 일과 다르지 않겠다’ 싶었다. 

사실 퇴직경찰관들은 보험사(보험사기 적발 업무)나 시설 관리·경비 분야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나 주택관리사도 법을 다루는 일이다. 지난 37년간 해왔던 일이 결국 법 관련 일이었다. 인생2모작인데 무조건 아무거나 시작할 수는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퇴직 후 얼마 쉬지 못한 것 같다. 


(양) “난 딱 5개월 쉬고 공인중개사 학원(에듀윌 노원학원)을 찾았다. 마침 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다 퇴직한 지인이 우울증을 앓다가 입원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 남 일 같지 않았다. 놀면 뭐하나.”

/조선DB

-부부가 함께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다.


(김창연) “남편이 ‘일을 하지 않으면 손주 봐주는 보모가 될 것’이라며 겁을 줬다. 나는 돈 버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좀 (남편에게) 맞춰주는 편이다. 노후에 남편 혼자 공부를 하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격려 차원에서 같이 나온 것이 시작이었다. 

(양) “손주 보모 된다는 것은 엄포가 아니라 실제다.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 보면 몸이 안따라주는데 손주 보다가 진짜 골병 든 경우가 많다. 그리고… 퇴직하면 뭐든 부인과 함께 해보고 싶었다. 공직 생활이라는 것이 경제적으로 늘 빠듯하다. 이것 저것 해보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었던 아내가 안쓰러웠다.”

퇴직을 앞둔 2016년 백두산을 찾은 부부. /양성길씨 제공

-‘늦깍이’ 시험 준비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양) “예순이 넘어서 학원에 간 것인데 처음엔 민망하단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학원에 다니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기분이었다. 우선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지하철 타고 두 정거장 떨어진 학원에 간다. 수업을 듣고, 도시락을 나눠먹고, 자습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퇴근’했다. 학원엔 시험 준비생들이 한 곳에서 지긋이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었다.” 

(김) “평생 주부로 지내다 정말 오랜만에 공부를 했다. 오히려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은 민법과 부동산 관련 법 등이다. 10여년 전에도 남편과 함께 방송통신대(법학과) 과정을 밟았었는데, 공인중개사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은퇴자 수험생이 많은 편이었나. 

(김) “아마도 우리가 가장 나이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50대 후반 예비퇴직자들은 엄청 많았다. 이들과 학업에 대한 것은 물론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2018년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019년 2차 시험에도 나란히 합격했다.”


◇불경기? “어렵게 시작해야 단련된다”

/jobsN

-부동산 창업은 어디에서 할 계획인가.


(양)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곧 열 예정이다. 위례신도시 등 신도시 개발지역과 가깝다.” 


-평생 공직자·주부로 살다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여는 것이다. 어려운 점도 있겠다. 


(양) “걱정도 많이 된다. 학원의 실무교육 체계가 잘 잡혀있는 편이다. 같은 학원(에듀윌)에서 공부해서 공인중개사가 된 사람들로 구성된 동문회 모임이 활성화 돼 있다. 이들의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됐다. 이와 별도로 학원에서 창업 실무교육도 받을 계획이다.” 

(김) “사교적인 성격인 편이다. 하지만 장사 융통성은 다른 것이라고 본다. 남편과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면서 운영할 것이다.”


-주택시장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양) “부동산 경기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하지만 좋은 물건은 잘 팔리게 돼있다. 오히려 불경기에 시작을 해야 단련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경기에 기반을 잡아야 호경기에 더욱 성장할 수 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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