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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머슬마니아 대회 남자 스포츠 모델 부문 그랑프리(Granprix·체급 종합 우승)를 거머쥐고 바로 세계 대회를 두드린 사람이 있다. 대회 결과는 3위. "첫 도전이지만 마음에 드는 성적"이라고 말한 그는 피트니스 선수 겸 트레이너 정우주(28)선수다.

이제는 세계 챔피언을 노리지만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는 아니었다. 2018년 처음으로 나간 대회에서는 입상도 하지 못했다. 같은 해 출전한 대회에서 TOP 6에 들었고 이듬해 체급 4위에 올랐다. 그다음 체급 1위, 그랑프리를 거쳐 세계 3위에 올랐다. 현재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정우주 선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학과 진학했지만 운동 매력에 빠져

정우주 선수가 처음부터 보디빌딩 선수를 꿈꾼 건 아니다. 고등학생 때는 연기자를 꿈꿨다. 아버지 영향이 컸다. 정 선수의 아버지는 '꽃중년 배우'로 유명한 정보석씨다. 아버지 따라 공연, 뮤지컬 등을 보러다니면서 흥미가 생겼다. 또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박수를 받는 배우가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고등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큰 사고여서 처음엔 의식도 없었고 두 달 동안 입원해있었어요. 아버지께서 병간호를 해주셨는데,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으셨어요. 그 모습이 멋있기도 했고 얼마나 중요하길래 저렇게 열심히 하시나 궁금하기도 했죠. 그렇게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연기가 재밌었지만 더 흥미로운 걸 찾았다. 운동이었다. 어렸을 때는 일본 대회에 나갈 정도로 유도를 좋아했다. 이번엔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졌다. 연기 수업 때문에 운동을 못하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연기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는 걸 느꼈다. 결국 졸업 후 2016년 한 대형 피트니스 센터에 입사했다.

◇트레이너 하면서 대회 출전

트레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격증은 없다. 그러나 고객과 회사에 입증을 하기 위해 국가 공인 자격증인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국제 자격증, 민간 자격증 등을 취득한다.

정우주 선수는 NASM(National Academy of Sports Medicine)과 민간 자격증 몇 가지를 취득했다. NASM은 CPT(Certification of Personal Trainer)와 CES(Corrective Enhanced Specialist)로 나눠져 있다. CPT는 퍼스널 트레이너를 위한 과정으로 스포츠 재활을 위한 기초 이론, 운동방법, 기초체력 육성으로 구성돼있다. CES는 교정운동 전문가를 위한 과정이다.

"자격증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더 전문적으로 일하고 싶었어요. 틈틈이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2018년 대회 출전을 목표로 했죠. 일반 트레이너로 활동할 수 있지만 한 가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게 있었습니다. 헬스장 소속 트레이너는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 PT를 받으라고 영업 아닌 영업을 해야 합니다. 적성에 정말 맞지 않았어요. 대회에 나가 커리어를 쌓아서 회원들이 저를 직접 찾아오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선수 트레이닝을 시작했어요. 일반 트레이닝 같은 경우는 주 2회~3회 정도 센터에 있는 선생님들께 배우지만 선수 트레이닝은 주 6회 받습니다. 대회에서 유명하거나 운동을 배우고 싶은 선생님께 찾아가서 트레이닝을 받아요. 보통 시합 3개월 전부터 준비합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살이 잘 빠지지 않아서 하루에 '공복 유산소 운동-1차 운동-유산소 운동-2차 운동-유산소운동-취침 전 유산소 운동' 패턴으로 400분 정도 운동했습니다. 식단 관리도 철저히 해요. 정해진 분량의 쌀, 닭 가슴살 그리고 소량의 염분을 섭취합니다. 두 번째 달에는 쌀을 현미로 바꿔요. 막바지에는 고구마, 닭 가슴살, 아몬드만 먹죠."

◇TOP6에서 세계 대회 3위에 오르기까지

2018년 나바 코리아에 출전했다. 처음으로 나간 대회였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입상은 하지 못했다. 그는 "잘못했기보다는 잘 한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합을 나가려면 몸 상태에 따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해요. 그러나 그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 몸에 대해 잘 몰랐죠. 수분조절은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탄수화물을 끊는 ‘탄수화물 밴딩’과 일시적으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로딩’ 등을 언제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대회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도전한 대회였습니다. 그래도 이 시합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어요."

같은 해 PCA 피트니스 대회에서는 TOP6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의 대회를 통해 데이터도 쌓고 요령도 생겼다. 2019년 상반기에 출전한 머슬마니아 대회에서는 스포츠 모델 톨 부문에서 4위를 했다. 9월에 출전한 맥스큐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그동안 노력을 보상받듯 체급 1위, 그랑프리, 특별상 다비드상 3관왕에 올랐다.

"체급 1위를 발표하고 바로 숏과 톨 부문 1위끼리 그랑프리전을 치릅니다. 그랑프리까지 정신없이 마치고 수상하러 무대에 올랐습니다. 스포츠 모델 체급별 1위 수상 후 이번에 새로 생긴 특별상 다비드상을 제가 받았습니다. 좋긴 한데 '특별상을 받았으니 그랑프리는 내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어요. 그런데 그랑프리에도 제 이름이 불려서 깜짝 놀랐죠."

◇세계 대회 도전, 이 분야 정점 찍을 것

정우주 선수는 9월 시합 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2019 피트니스 아메리카 위크엔드(FITNESS AMERICA WEEKEND 2019)'에 출전했다. 한 해에만 4월, 9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시합을 나가다 보니 몸 컨디션이 안 좋았다.

"시합이 계속 있으니까 시합 나가기 위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게 힘들었죠. 근육 크기와 선명도가 중요해요. 정상 컨디션 일 때는 둘 중 하나는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그때는 선명도도 떨어지고 크기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즐기자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대회 당일 평소에는 12시간 정도 단수(斷水) 하는데 그날은 30시간 가까이했어요. 무대에서 준비했던 것을 펼치고 내려오니 입상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3위에 이름을 올렸고 결과에 만족합니다."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가족이 도움이 컸다고 한다. "보통 네 끼를 먹는데, 아침마다 아내가 네 끼 분량의 도시락을 준비해줬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작년에 결혼했는데 시합 때문에 함께 밥을 먹은 날이 5번이 안 됩니다. 고맙고 미안하죠. 부모님께서는 제가 무언가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 처음 봤다고 대견해 해주세요. 아버지께서는 잔소리가 조금 심하십니다. 3번 정도 시합을 보러 오셨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수고했다는 말보다는 '표현력이 부족했다', '아까 거기서는 이렇게 했어야지' 등 피드백을 해주십니다. 격려 차원에서 해주신 말씀이니 새겨듣고 있습니다."

이제 정우주 선수는 2020년 6월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를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니 세계 챔피언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머슬마니아 협회에서 주최하는 세계 대회에서 1위를 하고 싶어요. 보디빌딩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싶습니다. 이후에는 다른 계획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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