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1억 넘게 받았죠"..28살 채 대리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1. 17: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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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관심 높아지며 인테리어 디자이너 소득도 높아져

고객의 필요 파악해 “세상에 하나 뿐인 집을 선물”

차별화된 경쟁력 위해 MBA 따고, 북유럽 연수가기도



“20~30대 젊은 나이에 연봉 1억원이 우습죠.” 

요즘 가구업계 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는 단연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소득입니다. 집 전체나 일부의 인테리어를 의뢰하는 고객들에게 상담부터 실측, 설계, 시공까지 전 과정을 주관해주는 이들입니다. 그동안 가구업체는 말 그대로 가구를 팔았습니다. 고객들은 앉아서 TV를 보고싶으면 쇼파를, 이불을 보관하려면 장롱을 샀고요.

한샘의 인테리어 디자이너(RD) 한채현 과장의 책상. /한채현 과장 제공

하지만 바야흐로 홈퍼니싱(집꾸미기)의 시대입니다. 벽지를 어떤 톤으로 할지부터 싱크대의 위치와 크기, 거실의 쓰임새까지 하나의 콘셉트로 꾸미길 선호한다는 것이죠.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08년 7조원에서 2023년에는 18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하네요. 이젠 집 전체의 어울림과 아름다움, 그리고 개성이 중요합니다. ‘예쁜 나의 집’을 제안해줄 디자이너의 소득도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젊은 나이에 1억 넘게 번다니…. 그래서 가장 많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활동하는 한샘에 “연봉 1억이 넘는 젊은 직원들을 소개시켜달라”고 했습니다. 한샘은 자사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RD’(리하우스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옷차림부터 좋아하는 스포츠까지… 자세히 봐야 고객이 원하는 집이 보인다

서울 용산 매장에서 근무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채승희 대리. /한샘 제공

서울 용산 매장에서 근무하는 채승희(28) 대리는 지난해 연소득 1억원을 넘겼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기본급은 낮은 편이고 대신 실제 인테리어를 진행하면 일정 비율로 성과급을 받습니다. 지난 1년간 36곳의 집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인테리어 비용은 집집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략 3000만~6000만원 선이었다고 합니다. 채 대리는 대학에서 실내디자인학을 전공했습니다. 그의 대학 선배·동기들 중 상당수가 가구업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채 대리의 주 고객은 주로 용산·마포의 신혼부부입니다. 채 대리는 “고객을 처음 뵐 때 옷차림부터 살핀다”고 합니다. 편한 복장을 좋아하는지, 화려한 옷을 선호하는지만 봐도 벌써 고객의 기호가 반쯤 읽힌다는 것입니다. 직업도 꼭 물어봅니다. 요즘엔 재택근무를 하는 고객도 많다고 합니다. 그는 “TV가 꼭 필요한 집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서재를 거실에 두도록 설계를 한다”고 합니다. 젊은 부부에겐 베란다를 마치 카페처럼 꾸미도록 제안합니다. 자녀계획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곧 아이를 가질 예정이라면 당장 필요가 없어도 아이 방을 마련해야겠죠.

3D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객 상담을 진행중인 채승희 대리. /한샘 제공

고객이 노부부라면? 채 대리는 “우선 각자의 삶을 보낼 공간을 제안하고, 자녀들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게스트룸도 포함시킨다”고 하네요.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는지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고객이 골프를 즐긴다면 현관 근처에 수납이 용이한 팬트리(Pantry)룸을 제안합니다. 골프 클럽 등 스포츠용품을 보관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구상된 집은 3D 영상으로 구현돼 고객의 최종 판단을 받게됩니다.


채 대리가 요즘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다른 집과 다르게”라고 합니다. 아랫집·윗집이 똑 같은 아파트라지만, 나만의 삶을 구현하는 공간이고 싶은 것이죠. 일부 고객들은 아예 신규 분양을 받을 때부터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마이너스 옵션이란 창호 정도를 제외하면 벽지·바닥·싱크대 등 아무런 인테리어가 가미되지 않은 상태로 분양하는 집을 뜻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고객 스스로의 뜻대로 인테리어를 하겠다는 것이죠. 


◇자사 가구 스펙 모두 머릿속에 있어야

서울 강남 논현 매장에서 근무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원철 과장. /한샘 제공

강남구 논현 매장에 근무하는 신원철(29) 과장 역시 지난해 처음 연봉 1억원을 넘겼다고 합니다. 지난해 신 과장이 꾸민 집은 15채로 채 대리의 절반이 안됩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단가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가 진행한 인테리어 중 최고가는 1억2000만원이었습니다. 역시 강남입니다.


2018년 초만 해도 회사에서 신 과장 별명이 ‘백구’였다고 합니다. 단 한 건의 인테리어도 하지 못해 통장에 찍힌 급여가 109만원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경찰행정학과 출신인 신 과장은 경찰의 꿈을 접고 가구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의식주 영역에서 영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원했지만, 처참한 실적에 흔들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전공자도 아닌 내가 성공하려면 결국 공부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자사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두께·길이·재질 등 모든 스펙을 통째로 외워버렸다고 합니다. 그는 “가구 스펙이 모두 입력되니 머리 속에서 모든 가구가 해체됐다 조립되고, 분리됐다 조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예컨대 100㎝ 폭의 벽에 고객이 110㎝ 로 출시된 가구를 설치하려 한다면 대부분의 직원은 “손님 그것은 안됩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신 과장은 “노(No)라고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시판되는 제품들을 일부 해체하거나 다른 시판 제품에 들어가는 소재를 조합하면 고객이 원하는 구성 대부분이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주방(위 사진)이 신원철 과장의 손을 거치며 밝은 톤의 개방감 있는 공간(아래 사진)으로 탈바꿈했다. /신원철 과장 제공

논현 매장을 찾는 고객 중에는 보다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고객이 많다고 합니다. 이때는 자녀들이 개인 공간을 원하기 시작하고, 부모의 수납공간도 폭증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는 “계약에 앞서 이사갈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는 집을 꼭 본다”고 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스타일이 보인다고 하네요. 특히 주방을 신경을 많이 씁니다. “불필요한 벽은 제거해서라도 탁 트인 주방을 갖출 것을 제안합니다. 가족간의 소통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 소통의 공간이 바로 주방이고요.”


◇변화하는 트렌드 쫓아 자비로 북유럽 연수 떠나기도

지난해 덴마크의 한 가구 편집숍을 방문한 한채현 과장 /한채현 과장 제공

목동 매장에 근무하는 한채현(37) 과장은 지난해 자비로 덴마크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2017년엔 이탈리아 밀라노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한 과장은 “요즘 빠르게 발전하는 고객의 눈높이를 쫓아가기 버거울 지경”이라고 합니다. 조명은 인테리어의 꽃인데, 특히 조명 인테리어가 앞서있는 덴마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한 과장은 “고객이 우리 매장을 찾아왔을 때는 우리 브랜드를 신뢰해 찾아온 것인데,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제시조차 못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세계도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좋은 인테리어를 많이 봐야 좋은 안목이 나오겠죠.


MBA(경영학 석사) 출신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있습니다. 경기도 구리에서 근무하는 손성철(36) 과장은 주경야독으로 지난해 MBA를 마쳤습니다. 그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업을 활성화시킬 방안을 찾고 싶어 경영학 공부를 병행했다”고 합니다. 아름답고 개성있는 나만의 집에 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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