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먹어라 살찐다"라고 말한 공기업 간부의 최후
성적 관계 강요만 성희롱이 아니야
외모에 대한 평가나 성적 비유 안 돼
“핫팩 꼭 가슴에 품고 다녀”도 성희롱
"그만 먹어라 살찐다."
"(옛 애인을 거론하며) 그 호텔 잘 있나 모르겠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가 공개된 장소에서 부하 여직원에게 한 말이다. 외모와 관련된 말을 다른 직원이 말릴 만큼 반복했다. A씨는 "그 정도는 가까운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대화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2월12일 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상사에게는 가벼운 장난도 후배에게는 심각한 성희롱이 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언어적 성희롱 행위에는 단순히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는 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인권위가 성희롱이라고 판단한 발언 5가지를 뽑았다. 사례는 2019년 인권위에서 발간한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 제8집'에서 찾았다.
◇ 너 뒤태 예쁘네
인권위에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가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수영 강사 B씨는 함께 일하는 여성 수영 강사가 타이즈를 입고 오자 “너 뒤태 예쁘네”라며 “나랑 자자”고 했다. 강사가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B씨는 농담인데 심각하게 받지 말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뒤태가 예쁘다는 B씨의 발언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기 충분한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B씨를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펜션에 남자친구랑 가는 거지?
제조업체 직원 C씨는 동료 여직원이 휴식 시간 사무실에서 펜션을 검색하는 것을 보고 “펜션에 남자 친구랑 가는 거지”라고 물었다. 동료 직원이 가족과 간다고 대답하자 C씨는 “남자 친구랑 갈 거면서 거짓말하지 마”라고 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동료 직원의 사적 영역을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이며 이성의 직장동료에게 할 수 있는 대화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술잔 비면 술 따라 드려라
어느 기관의 E부장은 여직원에게 회식 자리에서 원장, 처장 등에게 술시중과 음식시중을 시켰다. 직원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E부장은 '술집 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직원을 윽박질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 자신이 ‘접대부’와 같이 취급받는 것으로 생각돼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직장 내에서 여성 직원에게 술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성희롱일 가능성이 높다.
◇결혼 전에 여자 많이 만나야 돼
직장 내에서 음란한 농담이나 이야기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공공기관 사무국장 F씨는 직원들(여성 1명, 남성 2명)과 점심 회식을 한 후 커피숍에서 "음담패설을 아주 즐긴다"며 결혼을 앞둔 남직원에게 "결혼 전에 여자를 많이 만나야 한다"고 했다. 저녁 회식에서도 성 관련 이야기를 했다. 인권위는 F국장의 말에 성적 함의가 있고 더욱이 해당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여성이 혼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F국장의 말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핫팩 꼭 가슴에 품고 다녀
이외에도 사회 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는 모두 성희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어느 부서에 핫팩 선물이 왔다. 사용법을 묻는 G부장에게 여직원은 핫팩을 흔들면 따뜻해진다고 알려줬다. 그러자 부장은 직원의 가슴 부위를 쳐다보며 "손에 들지 말고 꼭 가슴에 품고 다녀라"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핫팩은 보통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넣어 사용하는 것임에도 여성에게 민감한 부위인 '가슴'이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한 것은 성적 함의가 있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성희롱 피해자는 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 및 예방에 관해 사업주에게 고충 신고를 할 수 있다. 민간단체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한 상담도 가능하다.
글 jobsN 김미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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