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률 83%에 사람 없어 추가시험까지 보는 공무원 직렬

조회수 2020. 9. 21. 17: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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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인데 미달률 83%, 사람 없어 추가 시험 보는 공무원 직렬은?
기술직, 행정직보다 평균 경쟁률 낮아
최근 신설된 행정직 일부도 도전해볼만
소수 직렬, 채용 빈도 적어 시험 못 보기도

전직 프로게이머 김태훈(33)씨는 2007년 MBC게임 히어로에서 스타크래프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공군 ACE 소속으로 활동하다 2012년 10월 제대와 함께 은퇴했다. 2004년 스타리그에 데뷔한 박영민(36)씨는 2011년 은퇴를 선언하고 프로게이머를 그만뒀다.


두 선수는 모두 은퇴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복학 대신 공시생 생활을 택한 김태훈은 2년 만인 2014년 국가직·지방직 7급 시험에 붙었다. 지방직을 선택한 그는 2015년 경북도청 대변인실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박영민도 한 번 낙방 후 두 번째 시험에서 국가직·서울시·지방직 교육행정 9급 시험에 합격했다. 둘은 “프로게이머 때처럼 근성 있게 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출처: OGN 유튜브 캡처
프로게이머 출신 공무원 김태훈과 박영민.

◇행정직, 진입장벽 낮지만 수험생활 길어져


공무원 시험은 직무 속성에 따라 크게 행정직과 기술직으로 나눌 수 있다. 행정직은 일반행정·사회복지·교육행정·세무·사서·고용노동·교정직 등이 있다. 일반토목·건축·일반농업·전기·화목·일반환경 등이 기술 직렬이다.


많은 수험생이 기술직보다 행정직 시험을 준비한다. 경쟁률도 기술직보다 행정직이 높은 편이다. 2019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발시험 평균 경쟁률은 39.2대 1이었다. 행정직이 39.4대 1, 기술직이 37.3대 1이다. 일부 기술직 전공 시험은 높은 난이도 때문에 합격선도 낮다. 필기시험 합격자가 적어 추가 시험을 볼 때도 있다. 2019년 9급 통신기술직 시험에서 경북 지역 미달률은 83.3%에 달했다.


경쟁이 치열한 행정직 대신 기술직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같은 9급 공무원 시험이라도 직렬에 따라 수험 기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직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기술직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확대 편성되거나 새로 선발하는 기술 직렬이 늘고 있다. 전략적으로 준비할 만한 기술 직렬은 어떤 게 있을지 알아봤다.


①일반토목직


일반토목직은 기술직렬 중 가장 선발 규모가 크다. 2019년에는 전공과목(9급 기준 응용역학개론·토목설계)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와 합격선이 다른 직렬보다 낮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합격자가 적어 추가 채용 시험을 치렀다. 2019년 9급 일반토목직 전국 미달률은 58.5%였다. 2020년에는 작년 충원하지 못한 인원까지 뽑을 것으로 보인다. 남영택 에듀윌 합격전략연구소 소장은 “경쟁률과 합격선은 낮지만, 전공과목 시험이 어려운 편이라 과락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②건축직


건축직 공무원은 건축물 인허가, 불법 건축물 단속 등을 한다. 일반토목직처럼 선발 인원이 많지만, 미달률이 높다. 2019년 전국에서 9급 건축직을 일반모집으로 1165명을 뽑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913명으로, 미달률이 21.6%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추가 채용공고를 내고 작년 11월과 12월 필기시험을 봤다.

출처: 에듀윌 제공

③시설조경직


조경직 공무원은 공원이나 녹지공간 조성 등을 담당한다. 2019년까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소수 선발했다. 2020년부터는 조경 전문 인력을 늘리기 위해 국가직으로도 공채 선발한다. 9급 기준 7명(일반 6명, 장애인 1명)을 뽑는다. 다른 직렬과 비교하면 채용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직 시험이 생기면서 수험생에게는 응시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졌다.


④기계시설직


기계시설직은 서울시가 공무원시험 조례를 바꿔 2020년 처음 채용한다. 경력직만 뽑으려다 더 많은 수험생에게 기회를 주려고 공채로 바꿨다고 한다. 전문 자격증이 없어도 응시가 가능하다. 또 필기시험에서 5개 과목을 보는 직렬과 달리 3개 과목만 평가한다. 남영택 소장은 “시험 과목이 일반기계직과 겹쳐 일반기계직 수험생이 많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에서만 뽑기 때문에 전국에서 응시자가 몰려 경쟁률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출처: 인사혁신처 제공
직렬별 가산점을 인정하는 자격증.

◇경쟁률 10.1대 1···일부 행정직 시험도 노려볼만


행정직 중에서도 일부 직렬은 경쟁률이 낮다. 2018년 신설한 7급 고용노동직은 2018년 경쟁률이 7.5대 1, 2019년에는 10.1대 1이었다. 2018년과 2019년 모두 일반모집 직렬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낮았다. 일반행정직을 준비하다가 고용노동직으로 방향을 바꾸려면 행정학 대신 노동법을 공부해야 한다.


고용노동직은 가산점을 받기도 쉽다.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이 있으면 5%(7급은 3%), 1급이 있으면 9급과 7급 모두 5% 가산점을 준다. 2019년 고용노동직 최종합격자 중 직업상담사 자격증으로 가산점을 받은 비율은 40%다. 2020년에는 국가공무원 고용노동직 9급 457명(일반 409명, 장애인 35명, 저소득 13명), 7급 70명(일반 65명, 장애인 5명)을 뽑는다.


9급 세무직은 앞으로 경쟁률이 떨어질 직렬로 꼽힌다. 정부는 2013년 고졸자 공직 진출 확대를 위해 사회·과학·수학 등 고교 선택과목을 시험에 넣었다. 현재 9급 세무직 응시자는 세법개론·회계학·행정학개론·사회·과학·수학 6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해 시험을 본다. 도입 취지와 달리 수험 기간 단축을 위해 고교 과목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었다. 2018년 세무직 9급 공채 합격자 가운데 전문과목을 하나도 안 고른 비율은 65.5%였다. 현장에서 “근무에 필요한 기본 지식조차 모르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사혁신처는 2022년 시험부터 선택과목에서 고교 과목을 없앤다. 세무직은 세법개론과 회계학 2과목을 본다. 지금까지는 고교 선택과목으로 세무·검찰·일반행정직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중복 지원 방법이 막히는 셈이다. 남 소장은 “세무직은 고교 선택과목 도입 이후 응시자가 4배 이상 늘었지만, 2022년에는 지금보다 지원자가 절반 이상 줄어 경쟁률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tvN D ENT 유튜브 캡처

◇수년에 한 번 1명 뽑는 직렬도···경쟁률만 고려하면 안돼


기술 직렬은 상대적으로 가산점을 받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2020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기준 일반행정직의 가산 대상 자격증은 변호사와 변리사 자격증 2개다. 반면 기술직 9급은 기술사·기능장·기사·산업기사·건축사(건축)가 있으면 5%를, 기능사·농산물품질관리사(농업직 일반농업)가 있으면 3%를 가산비율로 인정한다. 2019년 국가직 9급 기술직군 최종합격자 100명 중 76.8명이 자격증으로 가산점을 받았다.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인다고 함부로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인원을 적게 뽑는 직렬일수록 매년 시험 계획에 따라 응시 가능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직 공무원도 지역별로 채용 규모가 다르다. 서울은 뽑는데 대전에서는 안 뽑을 수도 있다. 지방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거주지 제한요건을 적용받아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시험을 못 보는 경우도 있다. 1년 이상을 허송세월할 수 있는 것이다.


이관규씨는 2019년 대전시 9급 측지직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에 지원하려다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측지직으로 목표를 바꿔 합격했다. 남영택 소장은 “일부 합격자 사례를 보고 소수 직렬 시험을 준비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측지직도 몇 년 동안 채용이 없다가 작년 대전시에서 딱 1명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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