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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점퍼' 입고 히말라야 오른 26살 여성의 직업은?

조회수 2020. 9. 21. 1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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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3살에 노무사 됐는데, 생일을 히말라야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만 23살에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노무 법인 입사 후 7개월만에 퇴사
여행 유튜버로 활동하며 2018년엔 23개국, 2019년 16개국 다녀
앞으로도 세계 여행하며 후회없는 인생 살고 싶다고

만 23살,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전문직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7개월 만에 회사에 사표를 냈다. 생일을 히말라야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세계여행이 시작됐다. 2018년에는 23개국, 2019년에는 16개국을 다니며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 여행 유튜버 이소연(26)씨의 이야기다.

출처: jobsN
이소연씨.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여행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소연입니다. 현재 유튜브 ‘쏘이더월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구독자 수는 16만5000여명입니다.”


성신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2016년 만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전문직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지만 7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전문직 자격증을 따기만 하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2년간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2016년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해 그해 하반기에 노무 법인에 입사했습니다.


취업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3분의 1은 일을 하는데 그 시간이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 후에는 지쳐서 바로 잠드는 일상이 계속됐어요. ‘누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7개월 간 근무 후 2017년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는 생각에 여행을 가고 싶더라고요. 문득 ‘생일을 히말라야에서 보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 히말라야는 도전의 상징 같았습니다. 무작정 네팔로 가는 편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받았던 장학금과 그동안 모은 1000만원을 들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 오른 이소연씨.

-혼자 히말라야에 오를 때 어땠나요. 두렵진 않았나요.


“걱정도 되고 겁도 났어요.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로 된 산행 복장을 갖추지도 못한 채 과잠(학과 잠바)만 입고 산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잘 몰랐죠. 3박 4일간의 산행 끝에 해발 4170m인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정상에 올랐고, 그곳에서 생일을 보냈습니다. 올라가는데 3박4일, 내려가는데 2박3일 정도 걸렸습니다. 해가 뜨기 전 새벽부터 등반을 시작했고, 정상에 다다랐을 때쯤에는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정말 외롭고 추웠어요. 짐을 들어주고 길을 알려주는 포터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보냈어요. 산에 오르면서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렸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정상에 올라 산 밑을 내려다보니 정말 벅차고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후 네팔, 모로코, 인도, 터키 등 16개국을 100일간 여행했습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쏘이더월드' 캡처
캣콜링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혼자 여행을 하면서 위험한 일을 겪은 적은 없나요.


“많죠. 여성 인권이 낮은 문화권에서는 캣콜링(catcalling·남성이 길거리를 지나가는 불특정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성희롱적인 행동 또는 언어적 표현)을 자주 당했어요. 지나가는 남성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아이러브유’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해요. 길을 지나가던 70대 할아버지가 ‘와이프가 되어 달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니하오’라는 인종차별적 발언도 자주 듣고요. 실제로 모로코에서 캣콜링을 당한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적도 있어요. 처음에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느라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했어요. 캣콜링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 적도 있는데 무시하는 게 답이더라고요.


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경험을 한 게 훨씬 더 많아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현지인에게 도움받았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타카마 사막은 길이 험해서 보통 자동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당시 돈이 없어 ‘패기로 그냥 해보자’라는 생각에 자전거를 빌려서 길을 떠났어요. 뙤약볕에서 7시간 내내 자전거를 타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사람도 없고 사막이라서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아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던 칠레인 부부가 ‘여기서 뭐 하고 있냐’며 선뜻 도와줬어요. 자전거를 차에 싣고 주변에 볼만한 데에 들러서 구경시켜 주고 숙소까지 데려다줬습니다.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출처: 본인 제공
여행중인 이소연씨.
출처: 본인 제공
여행중인 이소연씨.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혼자 사막에 누워서 밤하늘을 봤는데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이 정말 많았어요. ‘세상이 이렇게 크구나’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겪었던 힘든 일들이 작게 느껴졌어요.”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는요.


“여행하면서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껴요. 낯선 땅에서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무슨 일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여행하면 매일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일이 생기잖아요. 그게 정말 재밌어요.”

출처: 본인 제공
이씨는 현재 유튜브 '쏘이더월드'를 운영중이다.

-유튜브 ‘쏘이더월드’를 운영하고 있다고요.


“2018년 2월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어요. 여행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겪는 일이나 문화 등의 콘텐츠를 다룹니다. 2018년에는 베트남, 네팔, 인도, 터키 , 미얀마, 페루 등 23개국을 갔어요. 2019년에는 모로코, 스페인, 포르투갈, 베트남 등 16개국을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 개수는 420개 정도입니다. 일주일에 2~3개씩 올리고 있어요.”

출처: 본인 제공
여행중인 이소연씨.
출처: 본인 제공
여행중인 이소연씨.

-수입이 궁금합니다.


“노무사로 일할 당시에는 월 200만~300만원 정도를 벌었어요. 유튜버로 일할 땐 수입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월 100만원을 벌 때도 있어요. 많이 벌면 1000만원까지 법니다. 광고로 수익이 생깁니다.”

출처: 본인 제공
이소연씨.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음주에는 이집트에 갑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정말 설레요. 피라미드가 보고 싶어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아무것도 계획한 게 없어요. 돈이 많아야만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비행기 티켓값만 생기면 어디든 떠나요.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여러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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