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빚을 200억으로 바꾼 컨테이너 고교생의 인생역전

조회수 2020. 9. 22. 15: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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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살던 고교생, 10년만에 연매출 203억 회사 대표 됐습니다
대학 때 500만원으로 태양광 조명 회사 창업
세계 최초 LED조명용 실리콘렌즈 개발
작년 코스닥 상장...국내 최연소 상장사 창업 CEO로

가난이 너무 싫었다. 컨테이너에 살며 중학교 때부터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월급쟁이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아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23살, 지인들에게 500만원을 빌려 태양광 조명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10여년 만에 연매출 200억여원을 기록한 실리콘렌즈 광학 솔루션 전문기업인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35) 대표의 이야기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아이엘사이언스 대표 송성근입니다. 현재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조명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천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송 대표는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사업가의 꿈을 꿨다고 한다.


“집이 워낙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어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치킨 배달, 우유 배달, 신문 배달 등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나마 있던 단칸방도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어머니, 누나와 사당시장 공용주차장 안에 있는 창고용 컨테이너에서 살았어요.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가난이 정말 싫었어요. 무작정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는 벤처기업인 비트컴퓨터에서 일해보기도 하고 제대 후에는 삼성엔지니어링 파견직으로 약 1년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월급쟁이로 살아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사장’이 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성공학 서적과 기업가들의 책을 보며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 대표.

송 대표는 어릴 때부터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리모컨, 라디오 등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을 즐겼다. 초등학교 때에는 라디오 조립 경진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떠오른 첫 사업 아이템은 태양광을 이용한 조명 장치였다.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기 위해 신문, TV 뉴스, 잡지 등을 자주 봤습니다. 당시 지구 온난화 문제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등 환경 문제가 화제였어요. 앞으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가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양광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08년 23살 때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태양광 자전거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교내 창업 보육 센터에서 태양광 조명회사인 ‘쏠라사이언스(현 아이엘사이언스)’를 창업했습니다. 창업 자금은 지인들에게 빌린 500만원 뿐이었습니다.”


송 대표는 태양광 조명 사업으로 창업 3년 만에 매출 15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일감을 의뢰한 1차 협력사 부도로 하루아침에 14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고 한다.


“그때가 26살이었습니다. 정말 막막했습니다. 받아야 할 14억원의 어음은 휴짓조각이 됐죠.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거래처 사장님들에게 ‘1년 안에 돈을 꼭 갚겠다’고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회사 주식을 팔고 카드 현금서비스, 사채까지 끌어썼습니다. 주변에서는 ‘폐업하라’고 했지만 회사를 정리하면 제 존재마저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았고 약속한 1년 안에 돈을 다 갚았어요.


힘든 상황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업계에서 ‘젊은 친구가 신의가 있더라’라는 소문이 나면서 일감 주문이 밀려 들어왔어요. 오히려 부도 전보다 매출이 늘었습니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실리콘 렌즈 제품 사진.

송 대표는 위기를 넘긴 후 LED 조명을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추가했다. 이후 차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 개발에 나섰다.


“자동차, 휴대전화, TV와 같은 가전제품 등에 많이 쓰이는 LED 조명에 관심이 생겼어요. LED는 직진성이 강해 빛이 일직선으로 나갑니다. 실리콘 렌즈는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주는 부품입니다. LED 광원(빛을 내는 물체 또는 장치)에 실리콘 렌즈를 놓고 빛의 방향을 제어해요.


지금까지 렌즈는 아크릴, 플라스틱, 유리 소재가 주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아크릴과 플라스틱은 열에 약하고 빛투과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유리는 열에 강하지만 제조단가가 높고 제작 기간이 길어요. ‘세 가지 소재의 단점을 극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실리콘을 떠올렸습니다.


6년간 기술 개발에 매달렸고 2015년 세계 최초로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실리콘 렌즈는 200도 이상의 열을 가해도 녹지 않고, 열에 의한 황변 현상이나 변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 빛 투과율도 99%로 높습니다. 렌즈에 빛을 100으로 쏜다면 광 손실이 1 정도 일어나는 거죠. 또 금형 제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 기간도 2주 이내로 짧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인증(NET)도 획득했어요. 이후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조명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송 대표는 사업 수완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주관하는 ‘2018년 청년기업인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또 작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만 35세로 국내 최연소 상장사 창업 CEO가 됐다.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산타로 변신한 송 대표와 직원들.

-수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집념과 간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6년간 실리콘 렌즈 기술 개발에만 3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이 불확실한 신기술 개발에 큰돈을 쏟아가면서 매달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포기하라고 했지만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창업한 이후로 계속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3년 학사 졸업 후 가천대학원 중소기업경영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가천대학교 대학원 창업 및 기술 경영 박사과정을 밟았어요. 오는 3월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직원과 직원의 가족을 보면 무조건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한 번도 급여를 밀린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직원들에게 편지를 자주 쓰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 흐름이나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함께 공유하려고 해요.”

출처: 아이엘사이언스 제공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 대표.

-매출이 궁금합니다.


"매출액은 2016년 82억원에서 2019년 20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를 자동차, 의료기기, IT 등 수많은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실리콘 렌즈 기술을 활용한 LED 탈모 치료기와 LED 스마트팜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또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현재 이스라엘의 폴리머 지(Polymer-G)사와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기술 개발이 끝나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까지 목표 매출액은 1000억원입니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습니다. 회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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