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하면 돈 못 번다고요? 저희는 1조 넘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2.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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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 하려고 시작했는데 기업가치 1조가 넘었습니다
세계 경제가 주목하는 소셜벤처
국내서는 취약계층 고용 목적 창업이 많아
정부 인증 필요한 사회적 기업도 늘어나
제품 경쟁력 떨어져 실패하는 사례도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2020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화합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이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특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전 세계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속가능 성장을 논의하는 ‘프론티어 2030회의’에서 태양광 기술로 아프리카 아이들의 교육을 돕는 한국 스타트업 ‘요크(YOLK)’를 소개하기도 했다.

출처: 박 장관 페이스북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박영선 장관

이렇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한 기업을 소셜벤처라고 한다. 소셜벤처는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한다.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익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소셜벤처는 높은 수익을 내면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


◇유명인이 소셜벤처 창업해 관심받기도

출처: 포오션 공식 페이스북

미국의 포오션(4Ocean)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팔찌를 판매하는 소셜벤처다. 쓰레기로 더럽혀진 바다를 직접 청소하던 2명의 서퍼가 2017년 설립했다. 20달러짜리 팔찌 1개가 팔리면 바다 쓰레기 1파운드를 치우는 비용이 생긴다. 4Ocean은 팔찌를 팔아 번 돈으로 600만파운드의 쓰레기를 청소했다. 

출처: 어니스트컴퍼니 공식홈페이지
어니스트컴퍼니를 창업한 제시카 알바

소셜벤처 창업에 뛰어든 유명인도 있다.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는 2011년 친환경 유아용품 브랜드 어니스트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녀는 유해 물질을 가진 유아 용품이 팔린다는 사실에 분노해 직접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니스트컴퍼니는 친환경 기저귀를 비롯한 150여가지 무독성 유아용품을 판매한다. 고객이 1개 제품을 구입하면 같은 제품을 영유아 보호 기관에 기부한다. 어니스트컴퍼니는 설립 3년 만에 매출 1억달러(약 1158억원)을 돌파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인수를 고려하기도 했다. 협상은 무산됐지만 당시 평가받은 어니스트컴퍼니의 기업가치는 17억달러(약 1조9688억원)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모두 잡은 셈이다.


◇국내 소셜벤처 절반은 취약계층 고용이 목적 


국내에도 다양한 소셜벤처가 있다. 다만 외국과 달리 ‘소셜벤처’와 ‘사회적 기업’을 구분한다. 둘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자선·기부 등을 사업 모델로 하는 사회적 기업은 기부금·공공지원 보조금을 주요 재원으로 한다. 소셜벤처는 인증이 필요 없어 규제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 결과 국내에는 약 1000여개의 소셜벤처가 있다. 이 가운데 48.4%는 ‘실업/일자리’를 사회적 목적으로 한다. 취약계층 고용 창출이 주 목적인 셈이다.

출처: 동구밭 공식 페이스북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이 만든 천연 비누를 판매하는 곳이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는 사회에 진출한 발달장애인들의 짧은 근속연수를 해결하고자 했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해 그들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들이 직접 텃밭에서 농사지은 수확물로 천연비누를 만들어 비용을 낮춘다. 현재 발달장애인 사원은 15명이다. 월 최대 10만개의 천연 비누를 생산해 5성급 호텔에도 납품하고 있다.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정직성과 완벽성이 일반인보다 높아 일의 능률이 높다”며 그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두손컴퍼니 공식 페이스북

박찬재 대표가 만든 두손컴퍼니는 노숙인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노숙인 문제의 원인은 일자리라고 판단한 그는 노숙인을 고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두손컴퍼니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옷걸이 틀을 감싸는 종이에 기업이나 단체의 광고를 유치하는 사업을 했다. 이후 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배송 대행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현재 온라인 판매업자를 위해 주문 처리과정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두손컴퍼니에서 상품입고·보관·포장·운송·반품처리 등을 통합 관리해준다. 2018년 고객사 270여개, 매출 24억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직원 50명 가운데 11명(노숙인 7명·저소득자 1명·고령자 3명)

이 취약계층이다. 


◇장애인 위한 제품 만들어 억대 매출 내기도

출처: 닷 공식홈페이지
닷워치

닷(DOT)은 시각 장애인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소셜벤처다. 점자 스마트워치 ‘닷워치’와 점자교육용 디지털 디바이스 ‘닷미니’ 등을 개발했다. 닷워치는 점자 단말기를 손목 위에 구현한 스마트워치다. 액정화면 대신 24개의 점자 핀이 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디지털 정보를 점자로 바꿔준다. 시각장애인은 닷워치를 통해 스마트폰의 문자·SNS 메신저·알림 등을 읽을 수 있다. 닷은 평균 200만~300만원 가격의 스마트 점자단말기를 35만원 가량에 살 수 있도록 개발했다. 닷의 김주윤·성기광·주재성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닷은 미국·유럽·중동 등 20개국에 진출해 2019년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출처: 토도웍스 제공
아이들이 직접 토도드라이버가 장착된 휠체어를 타는 모습

심재신 대표의 소셜벤처 토도웍스는 수동 휠체어를 전동 휠체어로 바꿔주는 보조 장치를 개발했다. 전동 휠체어는 비싸고 무겁다. 수동 휠체어는 저렴하지만 양팔을 이용해 직접 바퀴를 굴려야 한다. 이를 보완한 장치가 토도 드라이버다. 수동 휠체어에 토도 드라이버를 장착하면 전동 휠체어처럼 조작할 수 있다. 심대표는 다리가 불편한 딸의 친구를 위해 장치를 처음 만들었다. 토도 드라이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고 저렴한 휠체어 전동 보조 장치다. 외국에서 평균 1000만원대인 장치를 176만원에 팔고 있다. 2016년부터 2200여개의 토도 드라이버를 판매했다. SK행복나눔재단 등과 함께 휠체어 사용 아동에게 토도 드라이브를 제공하고 휠체어 교육을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심 대표는 “우리 주변의 장애 편견을 해소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출처: jobsN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

◇제품 혁신 없이 명분만 쫓는 것은 위험


탐스슈즈(TOMS Shoes)는 성공한 소셜벤처의 대명사였다. 소비자가 1켤레의 신발을 사면 제3세계 어린이에게 1켤레의 신발을 기부한다.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여행을 하던 중 신발도 없이 맨발로 다니는 어린아이들을 보고 2006년 만든 회사다. 이후 스칼렛 요한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신어 인기가 높아졌고 전 세계 100여곳의 도시에 매장을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2018년까지 기부된 신발만 8800만켤레다.  

출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페이스북
탐스슈즈를 창업한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하지만 탐스슈즈는 최근 위기를 맞았다. 5억달러(약 5880억원) 수준이었던 연 매출은 3억달러(약 3500억원)으로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탐스가 2020년 10월 만기 부채에 대해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다”며 탐스를 투자 부적격 등급인 Caa3로 강등했다. 파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출처: 탐스슈즈 공식홈페이지
(좌)탐스슈즈를 받은 어린이들 (우)탐스슈즈 첫 출시모델

업계는 탐스의 몰락을 제품 혁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본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큰 디자인 변화조차 없이 ‘착한 기업’ 마케팅만 앞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탐스는 가방·안경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매출의 95% 이상이 여전히 신발에서 나온다. 게다가 절반 이상은 2006년 첫 출시작이 책임진다. 새로움이 없는 회사가 된 것이다. 소셜벤처가 ‘착한 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 경쟁력’이라는 본질이 없으면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 jobsN 오서영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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