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안에 내쫓기다시피하는 환자, 더는 못보겠더라고요

조회수 2020. 9. 22. 16: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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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진료'에 지친 의사가 회사 차려 퍼뜨리려는 이것은
의사이자 창업가 조재형 대표
3분 진료 싫어 직접 '아이쿱' 창업
진료 내용 카카오톡으로 환자에 전송
한정된 진료 시간 한계 뛰어 넘으려 해

종합병원 평균 진료시간 4.2분. 수술 대기 시간 평균 2~3개월. 그래서 '3분 진료'라는 말이 생겼다. 이제는 짧은 진료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의사가 있다. 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의사이자 IT 스타트업 '아이쿱(ikoob)' 조재형 대표다.


아이쿱은 의사용 디지털 환자 교육 플랫폼 '아이쿱 클리닉'과 환자용 '헬스쿱'을 개발했다. 아이쿱 클리닉은 진료 시 의사가 환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선택해 태블릿PC에 띄워 진료 내용을 메모할 수 있다. 또 나눈 대화를 모두 녹음할 수 있다. 진료가 끝난 후에는 이 내용을 환자 카카오톡으로 전송한다. 혹은 환자가 헬스쿱 앱을 통해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현직 의사가 가운을 잠시 내려놓고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든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아이쿱 제공
아이쿱 조재형 대표. 그는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일하는 현직 의사이기도 하다. 아이쿱 제공

◇지식 공유에서 시작한 아이쿱


조재형 대표가 의사로서 일을 시작한 것은 1998년이었다. 조대표는 그전부터 의학 관련 책을 내고 싶어 했다. "한국에는 좋은 병원이 있지만 그곳에서 쓰는 책은 모두 원서입니다. 우리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직접 삽화도 그리고 그래프도 그려서 책을 냈습니다. 책 편집 중에 아이쿱 아이디어 떠올랐습니다. 100명이 한 쪽씩 작업하면 총 100쪽짜리 책이 완성됩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2011년 아이쿱을 창업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필기한 내용, 그림, 연구 내용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죠. 이것을 전문분야인 헬스케어로 확대했습니다. 짧은 진료시간에 전해야 하는 내용은 많아요. 또 환자는 전문적인 지식을 진료 후에도 그대로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의사가 자신의 전문 분야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진료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한정된 진료 시간에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돕는 것이죠."


이렇게 2018년 아이쿱 클리닉이 탄생했다. 의사는 진료를 볼 때 플랫폼에서 환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고른다. 그 위에 메모를 하고 내용을 녹음한다. 진료가 끝나면 환자 스마트폰으로 전달한다. 동료 의사에게 써보라고 권했다. 30%는 '자신이 바라던 것'이라면서 극찬을 했고, 50%는 '좋긴 한데 언제 다 설명하냐', 20%는 '왜 해주냐'는 반응이었다. 조대표는 3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고 한다.

출처: 아이쿱 제공
조대표가 노트에 정리한 초창기 아이쿱 아이디어. 그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모두 메모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쿱을 설립했다.

◇의사 400여명 이상 모인 앱, 환자는 무료


현재 아이쿱클리닉에 가입한 의사만 400명 이상이고 정형외과,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등 1000여개의 교육 콘텐츠가 있다. 이는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건국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대학병원 교수진을 포함한 60여명의 의사가 참여해 만든다. 조대표가 일하는 서울성모병원은 자체 외래 진료 시스템에 아이쿱 클리닉을 도입했다.


병원장은 플랫폼 사용 후 조대표에게 새로운 의견을 남겼다. '좋은 자료를 왜 환자에게는 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환자용 앱 '헬스쿱'을 만들었다. 헬스쿱은 의사들이 아이쿱 클리닉에 올리는 콘텐츠를 환자가 열람할 수 있는 앱이다. 또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던 진료 내용을 헬스쿱으로 볼 수 있다. 올해 3월에는 원하는 자료만 따로 모을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한 2.0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출처: 아이쿱 홈페이지 캡처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뽑아 그 위에 필기를 하면서 설명해줄 수 있다. 그리고 환자는 진료 후 필기 내용을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으로 열람할 수 있다.

헬스쿱은 사용해본 환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다. 조대표는 환자들이 아이쿱 클리닉으로 교육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한다고 했다. "다 기억을 못 하니까 진료할 때 보여드리는 교육자료를 찍으려고 하세요. 힘겹게 찍지 않으셔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보내드린다고 말씀드리면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를 하세요. 환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서비스여서 해드리는데 감사하다고 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죠."


환자가 사용하는 헬스쿱은 무료다. 수입은 아이쿱 클리닉에서 발생한다. 제약사나 보험사 등은 아이쿱 클리닉에 환자나 의사에게 꼭 필요한 제품의 설명을 올리면서 2차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정부와의 협업을 생각 중이라고 한다.

출처: 아이쿱 제공
(왼쪽부터)현엽CTO, 김풀잎 대리, 박수정 차장.

◇좋은 제품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


아이쿱은 조재형 대표와 20여명의 직원이 함께 이끌고 있다. 조대표는 "병원 일과 경영으로 바쁘지만 든든한 직원이 함께여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중 개발부의 현엽 CTO는 아이쿱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게 도운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창업 초창기부터 함께 해왔다. 아이쿱, 아이쿱컨퍼런스, 헬스쿱 등 모든 서비스 개발을 총괄했다. "처음엔 아이쿱 협력사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하고 싶은 일과 회사 비전이 잘 맞아 아이쿱으로 입사했습니다."


아이쿱은 제품 특징에서도 드러나듯이 회사 경영에서도 '공유'를 강조한다. 직원끼리 어떤 의견이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직급 상관없이 나눈다. 인턴이어도 회의 중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팀이 달라도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조재현 대표는 병원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구조 안에서 일하다 보니 회사만큼은 그렇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경영지원부 김풀잎 대리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와 맞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아이쿱은 이런 인재에게 열린 회사"라고 말했다. "대표님께서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를 많이 내십니다. 직원들은 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아요. 좋은 아이디어면 수용하지만 보완이나 수정이 필요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합니다. 토론이 자유로운 곳이에요. 직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이유는 의견은 달라도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출처: 아이쿱 제공
임직원과 함께한 송년회 및 문화의 날. 연 2~3회 조기 퇴근 후 직원이 함께 영화를 보거나 놀이공원을 간다. 자유로운 사내문화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이 함께 노력한다고 한다. 출근은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하고 근무시간 9시간을 채우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다. 야근이 없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직원 성장을 위한 도서지원비, 업무별 교육비, 컨퍼런스 지원비 등도 있다.

◇인터넷 같은 존재 되는 것이 목표


‘Collaborate + Communicate + Create + Share = New Value'


자신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 경험, 재능을 만나 소통하고 나누고 협력하면 새로운 가치와 발전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는 아이쿱의 비전이다. 이런 아이쿱의 최종 목표는 헬스케어 업계에서 인터넷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헬스케어 쪽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 공통된 플랫폼이 없습니다. 환자가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다른 병원을 가게 되면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같은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야 하죠. 국내에 있는 병원을 저희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싶어요. 의사들은 PGHD(Patients Generated Health Data·환자가 자발적으로 생산한 건강데이터), 진료 기록, 처방 내역 등을 보면서 체계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환자는 진료 후에도 플랫폼 내 콘텐츠를 통해 관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쿱이 운영체제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동종업계 종사자의 마음가짐도 바뀌어야 합니다. ‘헬스케어 산업이 유행하니까 돈을 벌어야지’하는 짧은 시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봐야 해요. 환자 대응법, 병 예방, 환자 삶의 질 영위 등이 헬스케어가 발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를 위한 산업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출처: 아이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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