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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들의 이혼 사유 90%는 바로 이겁니다”

"80년대생의 흔한 이혼,이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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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툰 〈메리지 레드〉 연재하는 최유나 변호사


연애의 끝에 결혼이 있다면, 결혼의 끝에는 이혼이 있는 것일까? 사랑해서 결혼하고, 만인 앞에서 ‘평생’을 맹세한 커플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종종 무너지곤 한다. 사소한 문제들로 갈등이 생기고, 상대에게 기대했던 만큼의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 사람들은 이혼을 생각한다. 


최유나 변호사는 내밀하고 적나라한 이혼의 과정을 웹툰으로 그려 SNS에 공유한다. 9년째 1000여건의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곁에서 지켜봐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개인적 소회를 담은 웹툰 〈메리지레드(marriage red)〉다. 그의 글에 김현원 웹툰 작가가 그림을 덧붙였다.

‘메리지 레드’는 결혼 생활에 들어온 빨간 불을 말한다. 결혼을 앞둔 남녀가 겪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뜻하는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에서 착안한 말이다. 〈메리지 레드〉에는 수십 년간 부인 몰래 도박해온 남편의 이야기나 외도로 깨진 젊은 부부, 가정 폭력으로 고통받아온 노년 부부의 황혼 이혼기 등이 담담하게 실려 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이 사례들을 모아 《우리 이만 헤어져요》를 출간했다. 그는 “의뢰인의 사연을 재구성하긴 했지만 90% 이상이 실화”라고 말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17만 명의 팔로어가 공감하고 내 일처럼 눈물을 흘렸다.


연재 이후 주변 반응이 궁금해요. 


“주변에 이혼한 이들이 종종 전화를 걸어와서 위로받았다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경험했고, 또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 


이혼을 주제로 웹툰을 연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가까운 가족이 이혼했어요. 이혼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저도 힘들었죠. 오랫동안 직업으로 이혼 상담을 해왔지만 그건 또 달랐어요. 저를 스쳐갔던 수많은 의뢰인의 얼굴이 떠올랐고요.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큰 노력이 필요했구나. 이 사람들에게 비난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혼은 감추거나 쉬쉬할 일이 아니라 드러내고 공유하고 위로받아야 할 일이에요. 웹툰을 통해 이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연재한 이야기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는. 


“‘80년대생의 흔한 이혼’이라는 이야기를 쓴 적 있어요. 자녀를 출산한 직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80년대생 부부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제가 80년대생이어서 이들에게 관심이 더 가기도 했고요. 이들의 이혼 사유 90% 이상이 육아입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가정 폭력이나 외도라고 해도 잘 들여다보면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변질한 사례죠. 애 하나 키우는 게 너무 어려운 시대 같아요. 집값은 오르고 취업도 어렵고, 인식 변화로 집안의 기대치도 달라졌죠.” 


육아 스트레스는 80년대생만의 문제가 아닌데, 이들의 육아 스트레스가 이혼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육아 문제가 가장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아이가 대여섯 살 때예요. 30대를 지나는 80년대생 부부 대부분의 아이가 이 나이대죠. 아이가 어려 뒤치다꺼리할 일이 많다 보니 ‘언제 들어오냐’ ‘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 ‘나는 노력할 만큼 하는데 왜 늘 불만이냐’ 하며 싸우게 돼요. 양보하지 않고 비난하다 보면 이혼으로 치닫게 되죠. 지금의 상황 때문에 싸우고 헤어지는 일이라 안타까워요. 아이가 크면 해결될 부분이 많거든요. 육아 문제는 성격이나 성향 차이가 아닌 역할 분담에 따른 부분이 커요.” 


갈등 없는 부부는 없다고들 하죠. 건강한 부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잘 싸워야 합니다. 싸우지 않는다는 것은 한쪽이 참고 있다는 말이에요. ‘연애할 때는 안 싸웠는데, 결혼해서는 툭 하면 싸우다니, 사랑이 변했어!’가 아니에요. 싸우는 것이 당연한 거죠.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일상을 함께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타협해야 할 일들이 많아져요. 다만 싸움의 순간에도 기술이 필요해요.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죠. 싸움의 순간에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서로 상처만 받고 관계에 진전이 없어요. 부부 싸움을 하면서 점점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부부 관계도 발전해요.”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

최유나 변호사의 어릴 적 꿈은 기자였다. 외국어대 통번역학과를 졸업하면서 번역가의 길이나 외무고시도 생각했다. 그가 변호사를 결심한 건 대학로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가 등장하는 연극을 보고 나서다. 마침 아버지도 “너는 아무래도 상담하는 직업이 맞을 것 같다”며 로스쿨 입학을 권유했다.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의 연애나 친구 문제 상담해주는 걸 좋아했기에 성향과도 잘 맞았다.


그는 변호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정법에 주목했다. 이혼 소송은 보통의 민사, 형사 소송보다 기간이 길고 보수도 적은 편이라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다. 하지만 그는 부부간의 내밀한 일을 중재하고 해결해주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이혼만 전문으로 맡아 하다 보니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인정받아 전문 분야 등록도 마쳤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전혀요. 오히려 변호사 초창기부터 노력해서 된거라 자랑스러워요. 우리 사회는 민사나 기업 사건에 비해 이혼을 작은 사건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근본이에요. 가정이 자립해야 사회가 잘 돌아갑니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죠. 이혼 사건을 작게 보면 안 돼요.” 


그럼에도 이혼 전문 변호사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아요. 


“30대가 돼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이 직업이 욕먹는 일로 보일 수 있구나’ 싶어요. ‘멀쩡하게 잘 사는 부부를 이혼시켰다’ ‘본인은 이혼하지 않으면서 남은 이혼시킨다’는 말도 들었어요. ‘이혼 변호사는 나쁘다’라는 인식에는 ‘이혼이 나쁘다’는 잘못된 전제가 깔려 있어요. 부부 한쪽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나머지 한쪽의 희생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죠. 단순하게 ‘이혼은 나빠’라고 말하는 것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해요. 이혼은 잘못이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의뢰인들을 만납니까? 


“이혼 변호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주장해주는 사람입니다. 이혼 과정에서 가족이나 주변에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싶어요. 내 한마디가 이들의 삶에 힘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아이를 낳기 전과 후, 이혼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나요? 


“확실히요. 의뢰인의 마음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는 혜안이 생긴 것 같아요. 이혼을 정말 원하는지, 아니면 상대와 대화가 필요한 것인지도 보이게 됐고요. 최근에는 심리 상담을 공부하고 있어요. 법적인 부분 외에도 마음까지 위로하고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서요.” 


〈메리지 레드〉를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결혼을 유지할 필요성도, 또 가정을 깨는 것이 나쁘다는 주위 시선에 고통받으며 이혼을 못 할 이유도 없어요. ‘나의 행복’이 결정의 중심이 돼야 해요. 제 웹툰이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에게 안전한 완충재가 되면 좋겠어요. 이혼을 고민 중이라면, 이혼 이후의 삶이 더 행복할까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이혼도 결국 행복한 삶으로 향하는 과정이에요. 답은 분명 자기 자신에게 있어요.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행복한 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톱클래스 서경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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