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왜 이렇게 못 마시냐?' 늘 구박받던 경희대생의 반전

조회수 2020. 9. 22. 17: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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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못 마신다고 구박받던 생명공학도, 소주를 칵테일로 만들다
허브펀치 경소정 대표
소주에 타 마시는 칵테일 발포정 개발
한방 재료 사용해 숙취 줄여

“저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알쓰(알코올쓰레기)’예요. 대학교 다니는 동안 술자리를 잘 즐기지 못했고, 항상 소주에 타 마실 음료수를 따로 시켜서 섞어 먹었어요. 봉봉주, 스크류바주처럼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소주에 타 먹는 유행을 보고 한방 재료들을 이용해 소주에 타 먹는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허브펀치 제공
허브펀치 경소정 대표

허브샷은 소주에 타 먹는 칵테일 발포정이다. 허브샷 한 알을 반으로 쪼개 소주에 넣으면 발포비타민 형태로 탄산가스가 올라오면서 칵테일로 변한다.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한방재료공학과 졸업을 앞둔 허브펀치 경소정(25) 대표는 전공을 살려 한방 재료를 이용해 허브샷을 만들었다.


◇술은 더 맛있게, 숙취는 덜 느끼게 


-어떻게 허브샷을 만들었나. 


“소주를 칵테일처럼 더 맛있게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2018년 6월부터 제품 기획을 시작했어요. 한방 재료들을 사서 달이고 농축해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숙취 해소 효능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동의보감, 본초학 이론 등을 활용해 재료를 배합했어요. 82개 레시피를 만들어서 약 60명 대상으로 6번 정도 맛을 테스트 했습니다.”

출처: 허브펀치 제공
재료를 사서 레시피를 만들고 테스트하는 과정

-숙취 해소 효능도 있는 건가.


“술을 마시고 숙취해소제를 따로 또 사 먹으려면 돈이 들잖아요. 숙취해소제가 3000원 이상이니까요. 그래서 숙취 해소에 좋은 재료로 허브샷을 만들었습니다. 홍삼과 백련초 두 가지 맛이 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재료 다 숙취 해소 효과가 있어요. 백련초는 ‘백가지 효능이 있다’해서 백련초인데, 그 중 잘 알려지지 않은 효능 중 하나가 숙취 해소입니다. 홍삼도 마찬가지로 숙취 해소에 좋다는 논문이 많이 나왔어요.”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취업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직무를 선택하려고 보니 전공을 살리기 힘들었어요. 4년 동안 학교에서 한방 재료를 어떻게 다루면 좋고, 효능은 어떻고, 어떤 분야에 재료를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을 배웠는데 취업하려고 보니까 영업이나 마케팅, 연구원 등 직무가 한정적이었어요. 과연 이 직무에서 제 전공을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힘들 것 같았죠. 그래서 창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왜 하필 허브샷이었나.

“피부미용이나 면역 등 한방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려고 시장조사를 했어요. 조사해 보니 한약이 떫고 쓰다는 편견을 가진 분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한방재료로 만든 제품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재미있게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자 생각해 허브샷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술자리를 잘 즐기지 못했던 제 경험도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출처: 허브펀치 제공
제품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경소정 대표

◇인턴 하며 익힌 실무 바탕으로 2019년 창업해


창업을 결심한 후, 경소정 대표는 실무를 익히기 위해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제’에 참여했다. 농식품 벤처 창업 인턴제는 농식품 분야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기업에서 인턴실습을 하며 창업을 준비하도록 돕는 제도다. 

술 못 마신다고 구박받던 생명공학도, 소주를 칵테일로 만들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창업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한의학 관련 기업인 파트너스앤코에서 2019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인턴으로 일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구체적으로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경소정 대표는 인턴으로 일하던 중인 2019년 5월 허브펀치를 설립했다. 제품 제작은 ‘2019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의 덕을 봤다.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는 농식품 분야 7년 이내 창업자가 참가하는 대회다. 투자 유치형과 마케팅형 두 유형으로 나뉜다. 투자 유치형은 어느 팀이 더 많은 투자를 받는지, 마케팅형은 어느 팀이 더 높은 수익·판매량을 올리는지 겨룬다.

출처: 허브펀치 제공
하이트진로 청년창업리그,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 당시 사진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를 통해 시제품을 제작했다고.


“제품 레시피는 완성해놓은 상태였습니다. 2019년 6월 제4회 하이트진로 청년창업리그에서 2등 상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어요. 주류업계 1위 회사에서 시장성 있다고 판단하고 뽑은 만큼 허브샷 아이템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7월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에 참가했어요.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마케팅형에 지원했는데, 네이버 스토어팜과 우체국 쇼핑몰에서 한 달 동안 약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우체국 쇼핑몰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백련초 맛과 홍삼 맛이 각각 6개씩 들어있는 한 세트가 9000원이다.

출처: 허브펀치 제공
제품 홍보 활동을 하는 모습

-앞으로의 목표는.


“제품 제형이나 맛을 다양하게 개발할 생각입니다. 처음에 허브샷을 만들었던 이유는 20·30대 대상으로 회사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였어요. 제형을 액상이나 가루 형태가 아닌 발포비타민 형태로 만든 것도 보는 재미를 살려서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였죠. 허브샷으로 한방 재료가 쓰다는 편견을 깨고, 다양한 건강 기능성 식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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