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현대판 무학대사의 조언

조회수 2020. 9. 22. 17: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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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무학대사가 말하는 터 이야기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

조선 건국 후 태조 이성계는 무학대사에게 수도를 지을 터를 찾아달라고 했다. 무학대사는 명당을 찾아 팔도를 돌다가 결국 지금의 경복궁 자리를 도읍으로 추천했다. 처음 도읍 후보지로 생각했던 곳에서 10리 떨어진 곳이었다. 첫 도읍 후보지가 바로 왕십리(往十里)다. 왕십리 한자 뜻이 바로 10리를 더 간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좋은 땅, 터를 찾는 풍수를 중시했다. 무학처럼 풍수를 잘 아는 지식인이 수도 위치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려, 조선시대에는 땅을 보는 관료를 시험을 거쳐 따로 뽑기도 했다.

출처: 조선DB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

물론 풍수는 과거와 같은 위상은 잃었다. 그래도 현재 무학대사에 견줄만한 인물이 있다면 바로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김두규 교수다. 그는 2004년 신행정수도 자문위원으로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충청도를 추천한 사람이다. 신행정수도가 지금의 세종시다. 이후 경상북도 도청 이전 자문, 문화재청 문화재 풍수 자문 등을 지냈다. 김 교수에게 풍수 이야기를 들었다.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사람을 이기는 시대다. 사주와 풍수가 의미가 있나. 


"사주는 먼 과거부터 쌓아 놓은 동양의 빅데이터다. 수천년 분량 데이터를 분석해 이론화 했다. 풍수지리는 단순히 어떤 땅에 사느냐하는 얘기가 아니다. 풍수학에는 ‘탈신공 개천명(奪神功 改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하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신의 힘을 뺏는다는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바꿔서 내 인생에 좋은 기운을 만드는 것이다. 내 주변 환경을 바꾸고 내 삶을 주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풍수의 핵심이다. 사주로 때를 정하고 풍수로 장소를 선택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터가 정말 중요한가. 


“터는 중요하다. 터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예전에 기업들 본사가 광화문 일대에 몰려 있었다. 삼성, 롯데, SK, 두산, 현대 등 지금 알만한 대기업들은 전부 그쪽에 사옥을 두고 있었다. 그곳이 정부 청사 등 권력과도 가깝고, 서울역과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이 잘 뚫려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1세대 기업가들은 터를 고려해서 광화문 일대로 사옥을 모은 것이다. 

출처: 조선DB
1세대 기업가들이 세웠던 본사 건물들. (좌)SK, (우)삼성.

하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재벌 2세, 3세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그들은 풍수를 믿지 않았다. 풍수학과는 관련 없는 곳으로 사옥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삼성 서초사옥이다. 2008년에 삼성은 서초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서초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당시에 많은 풍수가들이 물이 많이 들어오는 길지라서 흥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삼성이 물질적으로는 컸을지언정 실제로 사건 사고가 많지 않았나. 물론 이걸 전부 ‘터’가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초 사옥을 팔고 원래 삼성전자가 있던 수원으로 본사를 이전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서초사옥 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느끼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현대가 형제 다툼이 현대차 양재 사옥 풍수때문에 일어났다는 해석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가 형제들의 싸움을 본사 터가 안 좋아서라고 치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가 지나면서 일어나는 형제 간 권력 쟁탈 과정일 뿐이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터 때문이라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석도 두 가지다. 양재동에 있는 현대 사옥은 쌍둥이 건물이다. 나중에 지은 기아 건물을 원래 있던 현대 건물보다 크게 지어서 동생이 형을 누르는 형세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형제가 사이 좋게 양재천과 구룡산의 좋은 기운을 잡는 풍수로 보기도 한다. 해석도, 분쟁도 결국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가 계속해서 성장하지 않았나. 세대가 지나면서 발생하는 형제 다툼일 뿐이지 모든 사건 사고를 풍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출처: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꼭 좋은 터를 잡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건가.


“풍수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꿔서 인생을 바꾸는 것이다. 터는 사람이 옮겨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환경을 바꾸는 방식은 터를 옮기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건물 설계다. 단순히 좋은 터만 잡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건물을 어떻게 짓느냐도 풍수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롯데타워가 풍수를 잘 활용한 건물이다. 풍수학에서 둥글고 뾰족한 모습은 길상(吉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기운이 좋은 건물이다. 그리고 높은 건물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만든다. 좋은 기운이 몰리는 것이다.  


마천루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물은 재물을 의미한다. 그래서 재물을 위해서는 물을 가까이 해야 하는데 마천루는 높은 전망에서 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전망을 조성하는 것은 재물을 끌어당겨야 하는 기업들에게 아주 중요한 요건이다.” 

출처: 조선DB
잠실 롯데타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는 풍수적으로 어떻게 봐야 하나.


"'도시에서는 돈이 명당'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터가 좋은 곳에 들어 선 아파트가 많다. 풍수의 핵심은 산과 물이다. '아파트에서는 땅심이 닿는 저층이 좋다'는 말도 이젠 예전 이야기다. 모자라는 기운은 화초나 그림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른바 인테리어 풍수다." 


-인테리어 풍수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현관에 큰 거울을 두면 복을 내쫓는다. 거실은 집 안에서 가장 밝아야 한다. 채도가 높은 그림을 걸어라. 모란 그림은 부귀·건강·장수의 기운을 퍼뜨린다. 화장실 변기는 집에서 항문에 해당한다. 재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변기 뚜껑을 닫아둬라. 안방 침대는 문과 대각선 쪽에, 거실 소파는 현관을 등지지 말고 조망할 수 있게 놓아야 안정감이 커진다." 


출처: 조선DB
김두규 교수.

-시대의 변화로 사주 해석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도화살(桃花煞)이 대표적이다. 과거 도화살은 '기생 사주'라고 천대 받았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가 바뀌었다. 정치인부터 요즘 인기인 연예인, 유튜버까지 속마음과 끼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도화살이 있어야 인기를 끈다.” 


-올해는 어떤 해 인가. 


“올해는 경자년(庚子年)이다. 오행(五行)상 경(庚)은 금(金·쇠)이고 흰색, 자(子)는 수(水)이고 쥐를 뜻한다. 힘센 흰쥐 해다. 중국 촉나라 관우 장군이 경자년생이었다. 양(陽)의 기운이 번성하고, 물도 흥건해 밥상이 풍요로워진다." 


-최근 사주·풍수 시장은 어떤가. 


"10년 전에 연간 5조원 시장이라고 했는데 점점 커지고 있다. 대중이 불안해한다는 증거다. 전쟁 후 1960년대까지는 이산가족이 많아 사주 시장이 컸다. 1970년대부터는 건설 붐으로 이장 수요가 늘어 풍수 시장이 더 커졌다. 최근에는 화장을 많이 하면서 풍수는 죽고 사주 시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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