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2000만원 받는 사람 열광시킨 아이디어 하나

조회수 2020. 9. 23. 10: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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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자율주행 개발할 때 선박 '자율운항' 연구했지요
씨드로닉스 박별터 대표
AI로 배 주차 돕는 시스템 개발
"해양산업 안전 위한 플랫폼 만들 것"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동차나 드론이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자율주행이라고 부른다. 이런 자율 시스템을 대형 선박에 적용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씨드로닉스(Seadronix)다. 박별터 대표와 15명의 직원이 함께 이끌고 있다.


씨드로닉스는 인공지능으로 스마트 항만, 자율 운항 시스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항만에서 도선사의 안전한 접안을 돕는 '접안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미 울산 항만과 여수 항만에서 사용 중이다. 서울 강남 공유오피스 마루180에서 박별터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씨드로닉스 박별터 대표

◇박사 과정 후 창업


카이스트 전자과와 건설과를 전공한 박대표는 창업 생각이 없었다. 즐겁고 항상 새로운 자극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중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학부 졸업 후 로보틱스 주제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배, 드론 등 무인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의 핵심 알고리즘을 만드는 연구였어요. 이 주제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또 갈수록 내 길은 내가 만들고 싶었습니다. 주위를 보면 윗선 결정에 의해서 일이 정해지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보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직접 만들고 싶었죠. 마지막으로 연구에만 그치는 기술이 많았습니다. 이곳에서 만든 기술을 사회에 적용해보고 싶었죠. 세 가지 이유 덕분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무인 중에서도 선박을 택했다. 박대표는 '시장을 잘 알고 있다', '블루오션', '무인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세 가지 이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자율 운항에 뛰어든 기업이 드물어서 선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를 다루는 것은 고난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공지능이 필요한 산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씨드로닉스 제공
씨드로닉스에서 개발한 무인선박

◇소형 선박에서 대형 선박으로 눈 돌려


처음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것은 소형 선박 자율 운항이었다. 해양 탐사, 해파리 제거, 자동 오일 펜스 설치 선박 등에 자율 운항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기획안을 들고 국내 해양 탐사 기관 등 실제 시장을 마주하고 있는 현장으로 나갔다. 시장을 잘 안다는 믿음이 깨졌다.


"현장에서 이미 연구가 진행 중인 사업도 많았습니다. 연구를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렇게 사업 방향을 바꿨습니다. 해양탐사에서 대형 선박으로 눈을 돌려 우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선박 전체를 무인화를 꿈꿨지만 대형 선박 시스템 전부를 무인화하는 것은 당장 불가능한 일이었죠. 대형 선박 시장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나 자율 운항기술을 부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대형 선박을 항만에 접안하는 기술자인 도선사를 보조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박대표는 "도선사는 별다른 시스템 없이 노하우와 기술만을 가지고 접안을 하기 때문에 큰 리스크를 안고 일을 하고 있다. 이 위험을 덜어 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출처: 씨드로닉스 제공
접안 모니터링 센서(좌), 도선사가 보는 화면(우)

◇인공지능 보조 시스템 개발


자율화 시스템은 크게 '인지', '판단', '행동'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박별터 대표는 행동을 빼고 인지와 판단 일부분만으로 '접안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을 도와주고 최종 판단과 접안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접안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이 들어갑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 영상 인식 기술, 두 번째는 센서 퓨전이죠. 여러 가지 센서를 모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기술입니다. 먼저 인공지능이 카메라를 통해 바다, 육지, 배를 식별합니다. 이후 센서가 파도 높이, 배 속도, 장애물과의 거리 등을 파악해 도선사가 보고 있는 화면에 띄우는 것이죠.


인공지능이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동해, 서해, 남해를 다니면서 데이터를 모았다. 화물선, 어선, 요트 등을 모는 분들께 부탁하거나 직접 배를 몰고 나가 바다에 있는 데이터를 수집했죠. 데이터 수집 후에는 항만공사를 찾아갔습니다. 시험 운영을 해볼 곳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다 만들었지만 시험해볼 곳이 없었습니다. 기술을 개발하려면 현장에서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 실제 배가 들어오는 상황을 쉽게 구현할 수가 없었죠. 국내에는 5개의 항만공사가 있는데 그 중 울산에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우리 기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셔서 1년 동안 테스트를 하면서 데이터도 쌓고 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jobsN
씨드로닉스 직원들

◇해양 산업 안전 위한 플랫폼


씨드로닉스 제품을 접한 도선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사용 후 박 대표에게 의견을 주기도 했다. "배와 부두 사이의 거리와 속도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장애물이 있을 경우 그것과의 거리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를 제품에 반영했죠."


접안 모니터링 시스템 외에도 충돌 경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를 보조하는 제품이다. 기존 선박에도 장애물을 판단하는 센서가 있지만 사람 의존도가 높다. 사람의 눈을 대처할 수 있도록 개발해 기존 센서와 시너지를 내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씨드로닉스는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벤처사 퓨처플레이를 비롯한 5곳에서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박대표는 회사에 어울리는 구성원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품이 나오니 필요한 인력이 늘었습니다. 개발 인력은 물론 디자이너, 데이터 관리자, 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성원을 찾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해서 도선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로는 도선사를 대체할 수도 없다고 한다. “현장에 있는 분들은 아십니다. 도선사는 대체 불가능한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해요. 우리 기술은 도선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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