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설 최고 선물은 '부자 나라'에서 온 한국 딸기
딸기, 샤인머스캣, 배, 사과... 명절엔 두 배로 값 치솟기도
베트남 외 동남아에선 여전히 '일본산보다 저렴한 상품' 취급도
베트남서 명절 때 건네는 ‘귀한 선물’이 뭔지 아세요? 한국 딸기랍니다 .
최근 동남아 여행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해외에 나가면 꼭 현지 슈퍼마켓을 가보는데, 지난달 베트남 대형마트를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대형마트 청과물 매대의 앞자리를 점령한 것이 거의 한국 과일이더군요. 경북 청송에서 온 사과, 경남 진주의 딸기, 충남 천안의 신고배 등이 예쁘게 포장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여 손님들이 못 볼까봐 ‘한국(Hàn Quốc)’이라는 표기가 제품명 만큼 큼지막하게 찍혀있습니다.
가격은 한국에서 사먹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거나 약간 비쌉니다. 한국에서도 비싸서 사먹기 부담스러운 포도 품종 샤인머스캣도 있던데요. 1kg에 130만동(약 6만5000원)에 팔립니다. 동일한 등급을 기준으로 한국보다 약 10% 비싸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귀하신’ 과일들은 항공직송으로 베트남에 왔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2015년 한국 딸기가 베트남에 수출된 양은 773kg이었습니다. 교민들이 조금 드셨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2016년 정식 수출이 되면서 그해 8만646kg으로 늘었고, 2018 년엔엔 29만1311kg까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1~11월)엔 52만3842kg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베트남 대졸 초임이 한국의 17%(한국산업인력공단)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비싼 한국 과일이 왜 잘팔리나’ 어리둥절합니다.
◇소중한 분에게 마음을 전할 땐… 한국 과일
안인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부회장은 “베트남에서 한국 과일은 ‘부자 나라’ 과일이란 인식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동남아엔 망고, 바나나, 용과 등 다양하고 맛있는 열대 과일이 있습니다. 단 맛이 강한 편이고요. 그런데 한국 등 동북아 과일은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는데, 이 맛이 고급스럽다고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과일은 지금 이맘 때가 인기라고 합니다.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는 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뗏’입니다. 우리의 설과 같으나, 연휴 기간이 더 깁니다. 베트남에선 뗏을 앞두고 가족은 물론 친구나 사업파트너 등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김영창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뗏 기간엔 한국 딸기 값이 두 배로 올라도 잘 팔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고 말합니다. 그냥 사기도 비싼데 두 배를 치르고 산다니… 오히려 비쌀수록 인기라네요. 샤인머스캣 외에 한국산 캠벨 품종 포도도 베트남에 수출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포도의 인기는 샤인머스캣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한류도 한 몫 했습니다. 실제 베트남 대형마트에 가보면 여기 저기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님이 한국 과일을 들고 계십니다. 실물 크기의 입간판이더군요. 최고의 인기 스타만이 누릴 법한 대우를 받는 셈이죠. 여기서 한 가지 더. 딸기나 샤인머스캣의 경우 예쁜 색감도 인기의 비결입니다. ‘나 이렇게 예쁘고 비싼 한국산 과일 먹는다’라고 SNS에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동남아 시장 석권하려면… 고급화
한국 과일의 인기는 비단 베트남 뿐 아닙니다. 홍콩,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한국 과일 연평균 10~2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역시 딸기가 가장 선두에 있지만, 배, 사과, 포도, 감 등 품목도 다양합니다. 분명 동남아에서 한국 과일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동남아 국가에선 한국 과일 열풍이라기보단 ‘동북아 과일 열풍’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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