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설 최고 선물은 '부자 나라'에서 온 한국 딸기

조회수 2020. 9. 23. 1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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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설 최고의 선물은 '한국 딸기'

딸기, 샤인머스캣, 배, 사과... 명절엔 두 배로 값 치솟기도


베트남 외 동남아에선 여전히 '일본산보다 저렴한 상품' 취급도 



베트남서 명절 때 건네는 ‘귀한 선물’이 뭔지 아세요? 한국 딸기랍니다 .

최근 동남아 여행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해외에 나가면 꼭 현지 슈퍼마켓을 가보는데, 지난달 베트남 대형마트를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대형마트 청과물 매대의 앞자리를 점령한 것이 거의 한국 과일이더군요. 경북 청송에서 온 사과, 경남 진주의 딸기, 충남 천안의 신고배 등이 예쁘게 포장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여 손님들이 못 볼까봐 ‘한국(Hàn Quốc)’이라는 표기가 제품명 만큼 큼지막하게 찍혀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이마트 고밥점에서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산 딸기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가격은 한국에서 사먹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거나 약간 비쌉니다. 한국에서도 비싸서 사먹기 부담스러운 포도 품종 샤인머스캣도 있던데요. 1kg에 130만동(약 6만5000원)에 팔립니다. 동일한 등급을 기준으로 한국보다 약 10% 비싸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귀하신’ 과일들은 항공직송으로 베트남에 왔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2015년 한국 딸기가 베트남에 수출된 양은 773kg이었습니다. 교민들이 조금 드셨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2016년 정식 수출이 되면서 그해 8만646kg으로 늘었고, 2018 년엔엔 29만1311kg까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1~11월)엔 52만3842kg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베트남 대졸 초임이 한국의 17%(한국산업인력공단)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비싼 한국 과일이 왜 잘팔리나’ 어리둥절합니다.

 

◇소중한 분에게 마음을 전할 땐… 한국 과일

 

안인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부회장은 “베트남에서 한국 과일은 ‘부자 나라’ 과일이란 인식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실 동남아엔 망고, 바나나, 용과 등 다양하고 맛있는 열대 과일이 있습니다. 단 맛이 강한 편이고요. 그런데 한국 등 동북아 과일은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는데, 이 맛이 고급스럽다고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과일은 지금 이맘 때가 인기라고 합니다.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는 베트남의 최대 명절인 ‘뗏’입니다. 우리의 설과 같으나, 연휴 기간이 더 깁니다. 베트남에선 뗏을 앞두고 가족은 물론 친구나 사업파트너 등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김영창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뗏 기간엔 한국 딸기 값이 두 배로 올라도 잘 팔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고 말합니다. 그냥 사기도 비싼데 두 배를 치르고 산다니… 오히려 비쌀수록 인기라네요. 샤인머스캣 외에 한국산 캠벨 품종 포도도 베트남에 수출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포도의 인기는 샤인머스캣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한국산임을 알아보기 쉽게 태극기로 패키지 디자인을 한 사과 제품. /jobsN

한류도 한 몫 했습니다. 실제 베트남 대형마트에 가보면 여기 저기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님이 한국 과일을 들고 계십니다. 실물 크기의 입간판이더군요. 최고의 인기 스타만이 누릴 법한 대우를 받는 셈이죠. 여기서 한 가지 더. 딸기나 샤인머스캣의 경우 예쁜 색감도 인기의 비결입니다. ‘나 이렇게 예쁘고 비싼 한국산 과일 먹는다’라고 SNS에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동남아 시장 석권하려면… 고급화

 

한국 과일의 인기는 비단 베트남 뿐 아닙니다. 홍콩,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한국 과일 연평균 10~2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역시 딸기가 가장 선두에 있지만, 배, 사과, 포도, 감 등 품목도 다양합니다. 분명 동남아에서 한국 과일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동남아 국가에선 한국 과일 열풍이라기보단 ‘동북아 과일 열풍’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판매되는 일본산 '삼색딸기'. 한국산보다 2~3배 가격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선DB
태국의 경우 프리미엄 슈퍼마켓 청과물 코너의 노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 과일입니다. 딸기, 포도, 감귤, 곶감까지 일본산이고, 그 다음이 한국산입니다. 품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동남아에서 한국 딸기 판매가는 현지 생산품보다 약 2배 정도 비쌉니다. 그런데 일본 딸기는 한국 딸기보다 최대 3배까지 비싸도 팔립니다. 일본의 한 영농법인이 태국·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하는 ‘삼색딸기’를 보면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하얀색, 분홍색, 빨간색 딸기로 구성된 상품입니다. 색깔의 차이만큼 그 맛도 개성있습니다. 식감도 한국 딸기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이 딸기 제품은 동남아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유통업계에선 “동남아에서 한국 과일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리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고급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습니다. 비싼 한국 과일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동남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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