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다녔던 저도 한국 중고차는 못 믿겠더라고요"

조회수 2020. 9. 23.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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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나온 중고차, 대부분 허위매물인거 아시나요?
중고차 사는 고객과 동행해 차량 점검해줘
페라리·롤스로이스 등 슈퍼카는 110만원
바쁜 전문직 종사자, 관리·판매까지 맡겨

"1000만원짜리 중고차를 4000만원에 산 분도 봤습니다."


380만대. 2018년 우리나라에서 팔린 중고차 수다. 한 해 신차 판매량(약 180만대)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 2000년 170만건에 불과했던 중고차 거래는 366만대를 기록한 2015년까지 해마다 5.14%씩 늘었다. 바야흐로 ‘중고차 전성시대’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은 사고 이력이 있는 차를 무사고 차로 알고 산다. 허위매물에 속아 제값보다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하고 차를 구매하기도 한다. 2016년 문을 연 마이마부(MAYMABU)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 고객이 중고차를 살 때 함께 현장에 가서 사고나 수리 여부를 확인한다. 지난 3년간 1만명이 넘는 고객이 동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양인수(49) 마이마부 대표를 만났다.

출처: 마이마부 제공
양인수(49) 대표.

-본인 소개를 해달라.


“2001년 자동차 업계에 들어와 올해로 20년 차다. BMW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BMW 공식 딜러사 한독모터스 지점장으로 일하다 2009년 그만뒀다. 회사를 떠날 때 회장님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중고차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그쪽은 안 갔으면 하는 어투로 말하더라. 중고차 시장에 관한 인식이 어떤지 체감했다.


중고차 시장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딜러사에서 일하는 동안 지인한테 중고차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았다. 하지만 선뜻 들어주지 못했다. 나도 중고차 업체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중고차를 사서 팔고 관리까지 해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2011년 중고차 매매업체 카스토리라는 회사를 세웠다. 1년에 66만원을 받고 정기점검·수리 서비스를 했다. 2016년 9월 구매동행 서비스를 하는 마이마부를 설립했다. NHN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 등에서 투자를 받았다.”


-마이마부는 어떤 회사인가.


“중고차 구매동행 서비스 회사로 시작했다. 1억원이 넘는 고가 중고차는 잘못 샀다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고객이 차를 살 때 전문가가 동행해 사고 이력이 있는지 보고 차 상태를 점검한다. 기존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 개인이었다. 고가차를 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책임질 일이 생기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를 점검하는 전문가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 이유다.


사업한 지 3년 정도 지나니 고객이 1만명가량 생겼다. 본인이 타던 차를 팔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이마부를 통해 차를 샀으니, 파는 것도 해달라는 것이다. 1월 둘째주에만 아우디 R8·벤츠 SLS·벤틀리 등이 7대가량 들어왔다. 중고차 딜러에게 넘기는 건 쉽지만, 제값을 받기 힘들다. 직접 팔자니 차를 잘 모르고 시간도 없다. 그래서 딜러가보다 더 받을 수 있고 검증까지 해주는 마이마부를 찾는다. 우리는 중간에서 수수료만 받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까지 봐주나.


“1시간 안에 차를 봐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확인하는 건 사고 여부다. 우리는 고객의 자산을 지키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고 이력이 있는데 무사고 차로 알고 사면 고객이 엄청난 손해를 보는 셈이다. 다음으로 리프트에 차를 띄워 기름이 새는지, 또 고무 부싱은 손상을 입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부싱은 사람의 연골과 비슷하다. 부싱이 틀어지면 차가 턱을 넘을 때마다 소리가 난다. 중고차 판매업자가 차를 속여 파는 게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출처: 마이마부 제공
카매니저가 차를 검수하고 있다.

요즘엔 신차 검수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유럽에서 만든 차는 현지에서 배를 타고 한국까지 오는 데 3~4개월가량 걸린다. 평택항에 도착한 뒤에도 부두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면서 비를 맞기도 한다. 이런 차들이 신차로 팔린다. 평택항에 가면 판금 도장집 8~10개가 있다. 신차로 왔는데 스크래치가 나거나 녹이 슬었다고 유럽으로 돌려보낼 수 없으니 항구 근처에서 수리한다. 이 내용을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데 안 한다. 실제로 어떤 브랜드는 문 두 짝을 바꾸고 신차로 팔았다. 차 유리가 깨져 교환했는데 인도받는 날 이 사실을 안 고객도 있다.”


-어떤 사람이 현장에 동행하는 건가.


“직원 15명 가운데 차를 보러 다니는 카매니저가 5명이다. 중고차 매매단지에는 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성능 검사장이 있다. 이곳에서 일한 이력이 필요하다. 또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도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지원자 중 자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뽑는다. 사고 차 수리를 오래 해온 사람이 주로 활동한다. 인력 풀이 넓지 않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서비스 이용료는 얼마인가.


“처음에는 국산이냐 수입이냐에 따라 5만5000원에서 7만7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먼저 고객이 서비스 품질을 의심했다. 인천까지 와서 1시간 동안 차를 봐주고 겨우 5만원만 받으니까 이상하다는 것이다.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줄 알았더니 의심만 샀다. 두 번째는 내부 문제였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억대 포르쉐를 7만7000원에 보는 직원의 자존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국산 경차 7만7000원, 중형 9만~12만원, 수입차는 11만~22만원을 받는다. 페라리·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는 110만원이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연 매출은 8억5000만원이다. 매달 동행 서비스 의뢰가 500건 정도 들어온다. 지금까지 동행 서비스를 이용해 거래한 차가 1만1000대다. 중고차를 직접 매입하고 팔면 매출이 더 크겠지만, 수수료 기반 사업이라 절대적인 수치가 높지는 않다. 2021년에는 직거래 서비스 등까지 사업을 넓힐 계획이라 매출 목표가 2배다.”

출처: 마이마부 제공

-딜러나 보험사와 결탁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데.


“구조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 차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은 우리한테 배상을 청구한다.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고 검증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동행 서비스든 위탁 판매든 언제나 책임자는 우리다. 지금까지 30억~40억원을 투자해 회사를 키웠는데, 딜러랑 친하다고 고객을 속이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요즘에는 비밀이 없다. 딜러에게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업계에 퍼지면 사업을 할 수 없다. 영업 3년 차인데, 뒷거래가 있었다면 벌써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마이마부만의 경쟁력은.


“의무적으로 차를 봐주고 끝나는 게 아니다. 현장에 가기 전 1차 검증을 한다. 허위매물은 아닌지, 시세는 적당한지, 험하게 탄 차는 아닌지 등을 본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만 봐도 이 정도는 알 수 있다. 애초에 좋은 차를 고르고 현장에 가야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지 않나. 렌트나 사고 이력까지 확인해주니 인수거부율이 굉장히 낮다. 딜러도 전문가인 우리 회사 직원이 전화하면 거짓말을 못 한다. 고객이 헛걸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차량 번호만 있으면 내부·딜러 전산망을 통해 고객이 볼 수 없는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딜러가 아닌 차주와 직접 연락하기 때문에 가격 거품도 덜하다. 홈페이지에 매물을 싸게 올리고 나중에 알선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고객과 현장에 가기 전에 이런 부분을 모두 깔끔하게 정리해 문제가 안 생긴다.”


-중고차를 살 때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면.


“허위매물에 속는 분이 정말 많다. 일단 포털에 ‘중고차’라고 치면 나오는 홈페이지 대부분 허위매물 사이트다.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 허위매물을 본 고객은 제주도 등 먼 지방에서도 수도권으로 차를 보러 온다. 판매자로선 어차피 그날 차를 살 것 같으니 ‘보고 오신 그 차는 방금 팔렸다’고 한 뒤 다른 차를 추천한다. 고객은 딜러에 끌려다니면서 생각도 안 했던 매물들을 봐야 한다. 만일 안 산다고 하면 ‘일당이 50만원인데, 종일 고객님 때문에 물건을 못 팔았으니 대신 달라’는 식으로 나온다.

차를 골랐다면 현장에 가기 전에 가격을 확실하게 물어봐야 한다. 대부분 현장에 가서 깎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현장에 방문한 고객은 잡힌 물고기라 보기 때문에 절대 깎아주지 않는다. 그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화로 총비용을 꼭 물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 못했던 수수료 등을 갑자기 청구할 수도 있다. 가격에 관한 것은 꼭 현장에 가기 전에 확인해야 한다.”

포르쉐·벤틀리·마세라티 중고차, 22만원에 봐 드립니다

-주요 고객층은 누군가.


“짬을 내기 어려운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차종별로는 포르쉐·벤틀리 등 수입 고성능 차 구매 고객 비율이 높다. 보통 국산 차와 수입차의 판매 비중이 8대 2다. 우리는 국산 차와 수입차 고객 비중이 55대 45다. 수입차 가운데서도 고가차 비중이 60%인데, 포르쉐 고객이 많다. 우리를 통해 중고차를 산 분들은 관리까지 맡긴다. 관리하는 차량은 800대 정도다.”


-일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우리의 진정성을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응원하시는 분이 더 많지만, 딜러랑 짜고 치는 게 아니냐는 글이 SNS에 올라오면 상처받는다. 사소한 실수가 부풀려진 후기 하나는 스타트업을 망하게 할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세다. 마이마부는 검증하는 회사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개인적인 목표 또한 고객한테 신뢰받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믿음의 바탕은 검증이다. 직원이 얼마나 명확하게 검증할 수 있는지 신경 쓰는 게 내 일이다.”


-앞으로 계획은. 

“직거래 대행 서비스에 힘을 주려 한다. 우리를 통해 중고차를 샀다가 다시 그 차를 팔려고 의뢰한 분들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돕는 게 목표다. 또 정비사업에 진출할 생각이다. 중고차라는 이유로 서비스 센터에서 비싼 값을 부를 때가 있다. 과잉 정비 피해도 입는다. 직접 정비소를 운영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다. 마이마부는 고객의 신뢰로 시작한 회사다. 믿음이 중요하기는 정비 사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계속 고객한테 신뢰받을 수 있느냐가 사업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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