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낮고, 담보 없는 알바생이 가불받은 기막힌 방법

조회수 2020. 9. 23. 1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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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담보도 없어도 대출해줍니다.. 알바를 위한 가불 서비스 등장

지금까지 알바를 위한 금융은 없었다. 신용등급도 낮고 담보도 없는 시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근로자에게 금융사들은 선뜻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알바생들이 변종 대부업자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엄청난 고리(高利)를 챙기는 대출 직거래 사이트가 성업하는가 하면 휴대전화 소액 결제 등을 이용한 불법 ‘깡’(현금 할인)도 기승이다. 불법 대출을 쓰다 불어난 이자를 감당 못하게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설립된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핀테크 업체 ‘엠마우스’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급전이 필요한 알바생들에게 가불(假拂)을 해주는 상품으로 올해 상반기 중 내놓을 예정이다. 월 최대 50만원 한도고, 금리는 최대 6%로 못박았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카드 단기대출) 금리(18~22%)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저리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이 상품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엠마우스에서 최천욱·김휘준·김재범 대표를 만났다.

출처: 엠마우스 제공
왼쪽부터 엠마우스의 김휘준, 최천욱, 김재범 대표.

-신용·담보가 없는 알바생에게 어떻게 저리로 돈을 빌려줄 수 있나.


(최천욱) “우선 가불의 개념 정의를 해야 한다. 가불이라는 것이 아직 일하지 않은 다음 달의 월급을 미리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는 하루를 일해도 하루 만큼의 돈을 번다. 예컨대 월급을 매달 30일에 받는 근로자가 있다. 오늘은 15일인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 15일치 일한 것을 미리 달라고 하는 것이 가불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15일 일하면 ‘15일치 임금채권’이 생긴 것이다. 그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일하지 않고 일을 했다고 하거나, 결근을 할 수도 있지 않나.


(최) “이용자가 가불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우선 엠마우스에 자신의 근로계약서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휴대폰 GPS(위치파악시스템)로 이용자의 출퇴근을 확인한다. 이용자가 9시에 회사 근처로 갔다가 6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면 그날 근무를 했다는 의미다. 즉 하루치 급여를 받을 채권이 생겼다. 이용자가 설령 신용불량자일지라도 급전이 필요하면 저리로 빌릴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알바생 중 약 40%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불 서비스가 보편화된다면 계약서 미작성 비율을 낮추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인가. 


(최) “월급날이 되면 안심결제(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급여계좌에서 우선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하게 된다. 때문에 근로자가 돈을 안갚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근로자가 임금 체불을 당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근로자를 도와주게 된다. 우리 대출금 회수를 위해서지만, 떼인 월급 대신 받아준다는 것이다. 많은 알바생들이 소액의 경우 체불 임금을 포기하곤 한다. 사업주를 상대로 싸우기엔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시간도 없어서다. 우리 법률전문팀이 나서서 체불 문제를 해결해준다.”  


이 상품을 기획한 최 대표는 20여년간 레스토랑 운영, 한식 메뉴 개발 등을 해온 외식사업 전문가다. CJ푸드빌 한식사업본부장, 한국외식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년간 그를 거쳐간 알바생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한 직원이 월급 대신 매일 일당처럼 돈을 주면 안되겠냐고 해서 알고보니 입원 가족을 돌보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있더라”며 “겨우 한 달을 기다릴 경제력도 없는 일용직 근로자가 사채를 쓰고, 그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숱하게 봤다”고 했다.  

출처: 조선DB
서울 강남의 한 IT전당포. 이용자는 스마트폰 등 자신의 전자기기를 맡기고 고리로 돈을 빌린다.

가불 문화가 있는 일본의 경우 이러한 금융 시장도 존재하지만, 한국엔 시장 자체가 없다. 최 대표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5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중 많은 수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 평소 친분이 두텁던 김휘준 대표(전 홍콩상하이은행 전무), 김재범 대표(전 SC제일은행 전무) 각각 금융서비스 개발과 자금조달을 맡았다. 


-낮은 대출 금리로 지속적인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재범) “최대 연리 6%다. 한 달에 50만원을 빌리면 이자로 약 1200원 내면 된다. 자금 조달이 원활해 3~4% 저리로 받아온다면 이용자들에게도 3~4% 금리로 빌려줄거다. 요컨대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액을 가지고 돈을 버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서비스 수수료 등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 업체이기 때문에 기존의 금융기관과 비교해 운영비가 매우 적게 들 것이다."


-그렇다면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김휘준) “우리 셋 다 각자의 영역에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봤고, 애들 대학까지 보내 돈 들어갈 때도 많이 줄었다. 이제 인생 2막이다. 1막 때보다 덜 벌어도 좋다. 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즐겁다. 


(최천욱) “기존에 없던 가불 금융이 생겨나면 단기간에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 것이라 본다. 이 서비스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다만 가입자가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면 가입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구인 구직 플랫폼 등 다른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낸다는 목표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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