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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비자로 캐나다 간 그녀가 하는 일과 연봉 수준

조회수 2020. 9. 23.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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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불가능하다던 해외취업, 직접 부딪치니 기회가 널렸더군요"
디즈니나 픽사서 일하고 싶던 애니메이션 작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캐나다로 취업 도전
EA SPORTS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공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취업의 문이 점점 좁아지자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해외취업 종합 통계'를 보면 2014년 해외 취업자 수는 1679명이었지만 2018년에는 5783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 비해 실제로 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2018년 기준으로 구직등록 인원 대비 취업자 비율은 24% 수준에 그쳤다. 해외에 나가서 취업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하던 김민호(34)씨는 해외 취업을 꿈꾸고 3년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캐나다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적극적으로 취업의 문을 두드린 결과 현재는 세계적인 게임 회사 'EA SPORTS'에서 축구 게임 피파 모바일을 담당하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해외 취업에 성공한 비결을 물어봤다.

김민호씨

- 이름이 강렬해서 인상적이다. 외국에서도 한국 이름을 쓰는지.


“외국 친구들이 민호라는 이름을 한 번에 기억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어 이름을 생각해봤죠. 제 이름이 남자 이름 같아서인지, 여성스러운 이름은 제 캐릭터에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중성적인 이름을 생각하다가 ‘River’라고 지었어요. 모든 스토리는 강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를 떠올렸어요. 실제로 포르투갈에 민호 리버라는 이름의 강이 있다는 사실은 외국 친구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 현재 캐나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게임 회사 ‘EA SPORTS’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EA SPORTS 본사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고 캐나다 밴쿠버 지사라고 보면 됩니다. 밴쿠버에 있는 EA SPORTS에만 10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을 정도로 큰 회사에요. 밴쿠버 지사는 모바일 게임 관련 일을 주로 하고 있는데, 저는 축구 게임 FIFA 모바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로 이벤트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거나, 게임 중에 운동선수들의 움직임 이외에 사용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어요.”

김민호씨

- 한국에 있을 때는 애니메이션 작가였다고. 전공은 무엇이었나.


“중고등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 연출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워낙 만화책을 좋아했거든요. 부모님이 예술계열로 진학하는 걸 반대하셔서 일단 대학교에서 인류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일단 이야기 쪽으로 소양을 기르고 훗날 애니메이션 쪽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죠. 그래서 대학교 졸업 후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들어가서 1년간 애니메이션 연출을 배웠습니다. 그 이후 프리랜서로 애니메이션 작가로 일했어요.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지원금을 받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고, 외주로 들어오는 작업도 받아서 했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애니메이션 작가는 어땠는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늘 즐거웠어요. 그런데 직업으로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죠.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요. 국내에 몇 개 없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취직해서 일하더라도 환경은 열악했어요. 지원금 없이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로 먹고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늘 사이드 잡을 뛰었어요. 외국인이 많은 바에서 바텐더를 하거나 판촉 내레이터,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애니메이션 작가로 일했습니다.” 


- 어떻게 해외 취업을 계획하게 됐는지. 


“애니메이션 작가로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보람을 못 느끼고 이 일에 질려버리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특히 북미 지역은 애니메이션이 워낙 발달돼있어서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디즈니나 픽사 같은 곳에서 일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죠. 우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건너가서 일을 하고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독립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캐나다를 목표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출처: 김민호씨 제공
EA스포츠 내 김민호씨 자리.

- 현지에서 일하려면 언어가 필수일 텐데,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해왔나.


“어학연수 경험 없이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공부해왔어요. 조금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대학교 때 미국 애리조나로 자원봉사를 3개월 갔었는데, 거기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들과 교류하다 보니 영어로 소통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거나 두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애니메이션 작가로 일할 때는 영화제 같은 곳에 가면 외국인 감독들과 교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적극적인 제 성격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캐나다로 떠나기 전에는 회화를 익히기 위해 스터디를 하기도 했어요. 캐나다에 온 이후로는 한국 영화나 방송은 거의 끊고 살았습니다. 영어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캐나다 중부에 있는 위니펙으로 갔어요. 현지에서 취업 준비 기간을 두 달 정도로 잡았어요. 그동안 최대한 현지인들과의 관계를 만들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미디어 센터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고 영상이나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지역 커뮤니티 활동도 했어요. 그러면서 친해진 사람들에게 일할 곳을 찾고 있다고 구직 활동을 하기도 했죠. 캐나다는 취업할 때 관련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추천서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 현지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야 해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주저하다 보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창피함을 무릅쓰고 질문했을 때 꼼꼼하게 설명해줘서 의외로 많은 정보를 얻었던 경험이 많아요. 용감해져야 합니다.”

출처: 김민호씨 제공
첫 번째 직장을 떠날 때 동료들이 선물해준 롤링페이퍼.

- 캐나다에서 첫 직장은 어디였는지.


“구직 활동을 한 지 두 달 만에 나이가드(NYGARD)라는 패션 컴퍼니 입사에 성공했어요. 지역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사람의 추천서로 인터뷰와 포트폴리오 심사 과정을 거쳤어요. 적극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그 회사 제품으로 만들었어요. 그걸 보고 심사하시는 분들이 놀라시더군요. 나이가드에서는 광고마케팅 부서에서 모션 그래픽을 담당했어요. 애니메이션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일을 했죠. 정규직 개념인 풀타임 잡이었습니다.”


-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1년짜리인데. 1년이 넘으면 비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1년짜리 비자라서 취업을 하더라도 1년 뒤에는 그만두던지, 다니는 회사에서 보증을 받고 워크 퍼밋(취업 허가)을 발급받아야 취업 비자로 갱신이 가능해요. 대신 워크 퍼밋을 통해 취업 비자를 받으면 보증 받은 회사 외에는 일할 수 없어요. 그래서 캐나다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사람은 영주권을 받는 게 유리합니다. 영주권을 지원하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전문 직종에서 풀타임으로 1년 이상 일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이 생기는 조건을 이용했어요. 영주권을 신청하게 되면 영어 점수, 나이, 학력 등을 고려해서 점수가 매겨지고 커트라인을 넘은 사람에게 영주권이 발급됩니다. 영주권을 받게 되면 국적은 한국이라 투표권은 없지만 그 외에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생활하기에 무척 편리해져요. 저는 캐나다에 간 지 1년 10개월 만에 영주권을 받아서 비자 문제를 해결했어요. 운이 좋아서 남들보다 빠른 편이었습니다.”

출처: 김민호씨 제공
반려동물과 함께 일할 수 있는 EA스포츠.

- 지금 일하고 있는 'EA SPORTS'는 어떻게 들어갔는가.


“애니메이션 쪽으로 계속 구직활동을 해왔어요.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때부터 애니메이션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는 분이 EA SPORTS에 추천서를 써주셨어요. 좋은 기회였죠. 전화 인터뷰를 먼저 하고 EA SPORTS에서 주는 과제를 제출하는 테스트를 했어요. 보스와 최종 면접을 거친 후에 그래픽 아티스트로 입사했습니다.” 


- EA SPORTS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한국의 기업 문화와 차이가 있다면.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워라밸이 높아요. 10시 전에 출근해서 자기 일이 끝나면 자유롭게 퇴근해요. 대신에 일하는 시간만큼은 집중해서 일하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 의식이 강합니다. 직원들끼리 친구처럼 일하는 문화가 있어요. 서로 이름을 부르다 보니 호칭에서 오는 위계관계가 없죠. 일주일에 하루는 WFH(Work From Home)이라고 집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해요. 한 달에 한 번씩은 디벨롭먼트 데이(Development day)를 갖고 업무와 무관하게 자기 개발할 시간을 가져요. 저는 회사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디자인 스킬을 공부합니다. 회사에 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이 있어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활동도 많아요. 바쁜 시즌이 되면 추가 수당을 받고 야근을 하거나 주말 근무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저는 아직 주말에 근무한 적은 없고 올해 야근을 2번 해봤어요.”

출처: 김민호씨 제공
EA스포츠 사내이벤트 '활 쏘기'에 참가한 김민호씨.

- 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 연봉 수준도 궁금하다.


“캐나다에서 그래픽 아티스트의 평균 연봉이 5만달러 수준이에요. 저의 경우 EA SPORTS에 입사할 때 관련 경력이 없어서 주니어 등급으로 들어갔는데, 업계 평균보다는 좋은 대우를 받았어요.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료 지원이나 반려견 배려 정책 등의 복지는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 평소에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일하면서도 여유 시간이 있다 보니 주변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밴쿠버가 공기도 맑고 환경이 좋아서 달리기 좋은 곳이에요. 하프 마라톤에 참가할 정도로 달리기를 즐깁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요. 매일 아침마다 30분씩 습관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출처: 김민호씨 제공
취미는 달리기와 하이킹.

- 해외 취업 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업 준비생들이 해외 취업을 준비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사례를 기준으로 자신의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다른 사람의 사례는 참고만 했으면 좋겠어요. 한 곳을 목표로 하더라도 다양한 경로와 방법이 있거든요. 직접 부딪혀서 정보를 얻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서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풀 타입 잡을 구해서 아티스트로 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상담했던 유학원에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어요. 저도 얼마든지 기회가 많다는 것을 나와서 경험해보고 깨달았습니다.”

김민호씨

- 앞으로 계획은.


“우선 지금 회사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EA SPORTS에서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과 일하며 배우고 있는 점도 많고요. 이를 바탕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도 계속 꾸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콘텐츠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웹툰이나 애니툰으로 해외에서의 삶을 그려낸다면 제 삶의 기록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와 일을 찾아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노력하며 살고 싶습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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