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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꿀 주인공" 미국을 발칵 뒤집은 20대 사업가

조회수 2020. 9. 23.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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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캠프서 일하던 이 청년, 21세기 '빌 게이츠'라 불립니다

팀 황 피스컬노트 대표

전 세계 법안 분석하는 세계 최대 폴리테크 기업 일궈

정치와 기술이 결합 ‘유니콘’ 앞둔 차세대 슈퍼스타


“우리는 똑똑한 팀입니다. 우리가 세운 스타트업은 성공할 겁니다.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충분하죠. 부디 투자해주세요.”

출처: jobsN
팀 황(Tim Hwang) 피스컬노트 창업자.

2013년 6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싸구려 모텔. 피스컬노트(Fiscalnote) 창업자 팀 황(한국 이름 황태일·28) 대표는 프로농구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 마크 큐반에게 메일을 보냈다. 마크 큐반은 억만장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오랫동안 스타트업 투자가로 활동해 왔다. “마크 큐반이 하루에 받는 투자 요청 메일이 수백통인데, 어떻게 우리 걸 읽겠나.” 무더운 여름, 모텔 생활에 지친 창업 멤버 중 누군가가 냉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일을 보낸 지 한 시간 뒤, 마크 큐반이 그에게 답장했다.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크 큐반과 통화했어요. 마크 큐반이 약 12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이후 야후 창업자 제리 양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들이 나서줬습니다. 피스컬노트는 지금까지 총 2억4000만달러(약 28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어요. 실리콘밸리 모텔6에서 고등학교 동창 2명과 창업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피스컬노트는 세계 최대 정치테크(폴리테크·Politech)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출처: 피스컬노트 제공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피스컬노트 사무실.

정보화 시대엔 흩어진 정보를 모아 분류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가 우아한형제 창업 전 땅에 떨어진 음식점 전단지를 모았듯 피스컬노트 팀 황 대표도 매일 쏟아지는 입법 기사들에서 기회를 찾았다. 그렇게 인공지능(AI)으로 법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주는 법률 분석 플랫폼 피스컬노트가 탄생했다. 온라인에 흩어진 법안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해 사용자 편의에 맞게 분류해주는 서비스다. 피스컬노트는 3단계 기능이 있다. 국회에 상정된 법안의 통과 확률을 예측하는 ‘Prophecy(예언)’, 연방정부의 법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Sonar(음파 탐지)’, 미국 50개 주 법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Atlantis(아틀란티스)’ 기능이다.


◇’넥스트 빌게이츠’···스물여덟 청년에게 쏠리는 기대감


피스컬노트는 출시 직후 실리콘밸리에 큰 돌풍을 일으켰다. ‘세상을 바꿀 10대 스타트업(2014년 CNN)’, ‘가장 핫한 스타트업(2015년 비즈니스 인사이더)’, ‘주목할 만한 30대 이하 30인 기업가(2016년 포브스)’ 등의 수식어를 얻었다. 창업자 팀 황 역시 ‘차세대 빌 게이츠’라 불리며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인 정치와 테크를 결합해냈다. 그는 어릴 적 정치인을 꿈꿨다. 2008년 16살에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카운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 지역 캠프 필드 매니저로 스카웃돼 활동했다. 17살엔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 위원으로 당선됐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해 정치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출처: 본인제공
오바마 캠프 활동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촬영한 사진(왼쪽),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으로 정치인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사회를 보니 이 시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창업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길 바라셨죠. 그러나 정치인·변호사가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창업가만이 사회에 혁신적 아이디어를 갖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죠.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줍니다. 지난 20년 세월만 돌이켜 봐도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의 일상과 근무 환경, 생각 방식을 바꾼 근본에는 모두 젊은 IT 창업가가 만들어낸 혁신적 아이디어가 자리 잡고 있죠.”


◇유료 보고서엔 의원이 입법 관계자와 통화한 내역까지 담겨


피스컬노트의 사업모델은 B2B(기업간거래)다. 대형로펌(스케이든)·보험회사(에트나)·항공사(사우스웨스트항공)·유통업체(월그린) 등이 주 고객이다. 다국적 기업은 세계 각국의 법안 데이터가 필요하다. 전 세계 30개국에 진출한 우버를 보자. 이들은 각 나라의 교통 관련 정책 변화를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세계 각국의 법안 데이터를 수집한 피스컬노트는 우버에게 관련 데이터를 유료로 판매한다. 유료 보고서엔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내용, 입법 성과, 후원자 등 세세한 내용이 담긴다. 뿐만 아니라 의원이 입법 관계자와 언제, 어디서 만났고 왜 통화했는지 등까지 정리돼 있다.

출처: 피스컬노트 제공
피스컬노트의 고객사인 우버에서 피스컬노트 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미래 시대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비즈니스의 승패를 잡을 겁니다. 맥도날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맥도날드는 오늘날 100개국 이상 시장에 진출해있죠. 수많은 비즈니스 마켓 속에서 매일 바뀌는 법령을 대비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도 52시간 근무제 도입, 최저시급 인상 등 여러 근무 요건이 변했습니다. 기업들은 매 순간 이렇게 바뀌는 법령에 맞춰 경영 방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피스컬노트는 기업, 법안 관련자, 로펌 등에 보다 정확한 법률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피스컬노트의 올해 매출은 1400억원. 현재 미국을 포함한 21개 국가의 5000여명 고객을 상대로 전 세계 정책 데이터를 분석해 판매하고 있다. 유럽, 아시아, 미국, 한국 등에 5개 지사의 법인 직원은 500명 정도다. 미국과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들이 각 나라의 법령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피스컬노트의 목표다.

출처: 팀 황 제공
팀 황 대표가 미국·홍콩 등 토크쇼에 출연해 피스컬노트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소프트웨어 창업가 경시···타다 사태 안타까워”


팀 황의 부모님은 한국인이다. 아버지는 미국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 어머니는 예술가였다. 미국에서 자랐지만 어릴 적부터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한강의 기적(한국 전쟁 이후부터 아시아 금융 위기까지 반세기에 이르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은 창의적 빌더(Builder·설계자)”라 했다. 한국인들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 근면 성실하게 일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피스컬노트를 창업한지 6개월 후 한국을 찾았다. 한국 시장은 그가 창업할 때부터 지켜봐온 시장이었다. 2015년 피스컬노트는 첫 해외지사로 우리나라를 선택했다. 피스컬노트는 현재 한국 기업이 미국 진출할 때 겪는 법률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출처: 포브스 캡처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30대 이하 30인 기업가'로 선정된 팀 황.

“한국에 우려되는 점은 제조업이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도 너무 크다는 것이죠. 또 대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도해요.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선 지난 수십년간 경제 발전을 이끈 기업은 IT기업이었습니다. FANG(Facebook·Amazon·Netflix·Google)은 전통 제조업을 밀어내고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했죠. 이 기업들은 앞으로도 미래 산업을 이끌어나갈 확률이 높아요. 하지만 한국은 여러 규제에 가로막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타다를 금지시킨 사례만 그렇죠. 전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막은 정부는 없어요. 미국 시민권자가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 좀 더 창의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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