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도, 여행도 큰맘 먹어야 하지만 대기만 1년이라는 인기 있는 일

조회수 2020. 9. 23. 17: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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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는 키우는 데 돈 안 들어요"
시각장애 안내견 훈련을 돕는 퍼피워킹 봉사
연간 사육비 300만원, 삼성안내견학교가 지원
안내견 훈련 중이지만 대중교통 승차거부도 빈번

“좋아하는 강아지도 키우고 봉사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활동입니다. 1달에 20만원 이상인 강아지 키우는 비용도 모두 지원받습니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고마운 안내견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필요한 과정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 약 1년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퍼피워킹(Puppy Walking)’이다. ‘퍼피워커(Puppy Walker)’는 퍼피워킹에 참여하는 일반 가정 자원봉사자들이다. 안내견 후보 강아지들은 이 기간 동안 기본 에티켓을 배우고 지하철이나 길거리를 경험하는 사회화 과정을 가진다.

출처: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좋아하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봉사도 할 수 있는 경험


안시열(21)씨 가족은 올해로 벌써 12년 차 베테랑 퍼피워커다. 안 씨 가족은 2008년 처음 퍼피워킹을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퍼피워킹을 처음 접했습니다. 예전부터 식구들이 리트리버 강아지를 좋아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봉사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출처: 퍼피워킹 강아지와 함께 한 어린시절./안시열 씨 제공

그동안 거쳐간 강아지만 8마리다. 안 씨 가족은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두려워 반려견을 키우지 못했다. 하지만 퍼피워킹 강아지와의 이별은 슬픈 일이 아니다. 좋은 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를 보는 느낌이다. “돌보던 강아지가 안내견 자격을 얻어 기증식에서 만날 때 대견합니다. 저희가 1년간 잘 키운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헤어질 수 있습니다.”


◇1년 평균 대형견 생활비 300만원, 안내견학교에서 모두 지원 


퍼피워킹은 국내 유일 안내견 학교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신청할 수 있다. 학교에서 사육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비용을 지원한다. 가정을 방문해 주기적인 관리도 제공한다. 안내견 리트리버와 같은 대형견을 키우는 비용은 1달 평균 25만원 정도이다. 기본적인 사료 7~8만원 외에도 배변 패드, 장난감, 간식이 필요하다. 예방접종비도 10~20만원이다. 병원 치료의 경우 간단한 검진비용만 20만원이 넘는다. 퍼피워킹에 필요한 사료와 물품은 학교에서 모두 보내준다. 병원비 등 추가 비용 역시 지원한다. 돈은 한 푼도 들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뿐이다. 


반려견을 키울지 여부를 고민하는 가족이라면 퍼피워킹으로 결정할 수 있다. 평생 책임질 반려견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측은 퍼피워킹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자녀들의 바른 인식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돌봐야 하는 대상이 생겨서 가족 간의 대화가 늘었다는 퍼피워커 분들이 많습니다.”

출처: 그동안 돌본 퍼피워킹 강아지들./안시열 씨 제공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 퍼피워커


아무나 ‘퍼피워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내 사육이 원칙이기 때문에 집에 상주하며 돌볼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강아지가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은 신청할 수 없다. 또한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는 관심과 훈련이 필요하다. 어린 미취학 아동과 다른 반려견이 있는 가정 역시 퍼피워킹이 불가능하다. 아이에게 갈 관심과 사랑을 강아지가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직원의 방문과 지원이 가능한 수도권 거주자만이 가능하다. 


안 씨는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에 2~3시간 이상 산책을 꼭 시켜줘야 합니다. 특히 강아지를 오래 혼자 두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은 외출도 짧게 하고 여행도 큰마음을 먹고 갑니다.”

출처: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후보견 합격률은 30% 정도, 퍼피워킹 신청 후 6개월~1년 정도 대기 필요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시각장애인에게 1년에 안내견 10~12마리를 무료로 분양한다. 훈련받은 강아지 중 30% 정도만이 실제 안내견이 된다. 안 씨 가족이 돌봤던 8마리 중 안내견이 된 강아지는 2마리다. 탈락한 강아지들은 일반 가정에 분양한다. 퍼피워킹을 나가는 강아지들도 1년에 30~40마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퍼피워커를 신청한다고 바로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측은 보통 6개월~1년 정도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로 신청한 만큼 제대로 된 안내견 훈련을 위해 느긋하게 기다려준다면 감사하다는 설명이다.

출처: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안시열 씨 제공

◇당신은 눈이 보이니 데리고 타지 마라’는 승차거부도 많아


모든 안내견과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는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한 ‘장애인 보조견 표지’가 부착된 형광색 옷을 입는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보조견들이 대중교통과 공공장소 및 식당에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견은 위험하다는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이 여전히 이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안 씨는 “안내견과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들은 성격이 온순하고 잘 훈련받았습니다. 하지만 안내견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못하게 하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물론 시각장애인 안내견 공부 중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당신은 눈이 보이는데 왜 데리고 타냐고 화내는 사람들도 있다. “훈련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승차거부로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공감이와 함께./안시열 씨 제공

◇앞으로도 퍼피워킹 봉사 해나갈 것


안 씨 가족은 능력이 되는 한 퍼피워킹 봉사를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현재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 ‘공감이’는 올해 5월부터 함께했다. 안 씨는 “공감이는 애교가 많고 활발한 친구입니다. 공감이도 잘 훈련받아 꼭 안내견으로 발탁될 수 있도록 돌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안내견과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들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형견이라고 소리치거나 함부로 만지는 경우 강아지가 불편함을 느낍니다. 특히 이제는 안내견의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출입을 거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오서영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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