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 전지현 없어요" 톱스타 없이 일반인으로 대박 난 광고들

조회수 2020. 9. 23. 17:3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아이린, 전지현 없어요" 톱스타 없이 보통사람으로 대박 낸 광고들

‘열일곱, 문을 닫기 시작했다’라는 문구와 함께 영상이 시작한다. 한 여고생이 자신의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딸~ 저녁!”이라는 엄마의 말에 “안 먹어, 나 먹고 왔어”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었던 딸은 취준생이 된다. 엄마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딸의 방문 앞을 서성이며 ‘내 딸 안 뽑으면 뭐, 자기들이 손해지’라고 중얼거린다. 어느덧 성인이 돼 독립한 딸. 빈 방에 들어간 엄마는 “계집애 자주 놀러 온다더니”라며 딸을 그리워한다. “엄마라는 집에는 비울 수 없는 방이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영상이 끝난다.

출처: 유튜브 'KCC SWITZEN' 채널 캡처
'KCC건설 스위첸-2019 TVCF 엄마의 빈방' 광고.

보통 가정 속 엄마와 딸의 모습을 그려낸 듯한 이 영상은 KCC 건설 스위첸이 지난 8월 공개한 TV 광고 ‘엄마의 빈 방’편이다. 톱스타 한 명 등장하지 않는 이 광고는 소위 대박이 났다. 유튜브 조회수는 약 1800만회에 달한다. ‘광고 검색해보긴 처음이다’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이어 ‘울컥한다 ‘‘1분 만에 내 인생 전반을 본 것 같다’ ‘광고 스킵 하려다가 계속 봤다. 새벽부터 먹먹해진다. 주말에 본가로 올라가야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일반인 모델 나오는 광고 보며 공감해 


TV 광고는 보통 15~30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에게 브랜드와 제품을 각인시켜야 한다. 기업이 인지도가 높은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는 주된 이유다. 더 쉽게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치러야하는 대가는 비싸다. 기업들은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기 위해 많게는 수십억원을 쓴다.


그러나 톱스타 없이 시청자의 큰 관심을 받았던 광고도 많다. 보통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담아 많은 공감을 받았다. 동아제약의 ‘박카스’, 오리온의 ‘초코파이’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출처: 유튜브 채널 '동아제약' 영상 캡처
박카스광고 '엄마' 편, '대한민국 소방관' 편, '간호학과' 편

박카스는 작년 광고 ‘엄마’ 편에서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카피로 화제였다. 또 ‘대한민국 소방관’ 편에서는 소방관의 바쁜 근무 환경을 담았다. 소방관들은 계속해서 울려대는 출동 벨로 밥 먹을 새도 없이 출동 현장으로 뛰쳐나간다. 제품 광고이지만 소방관의 노고와 헌신을 되새길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에는 국문학과, 간호학과, 심리학과 등 ‘학과 피로 편’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각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겪는 생활 속 고충을 담았다. 실제 대학생의 댓글을 재구성해 광고를 제작했다고 한다. 광고에서 톱스타는 찾아볼 수 없지만 세 영상은 모두 유튜브 조회수 240만~31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광고도 ‘정(情)’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취업난의 현실을 그린 CF도 있다. 본죽은 ‘TV CF 친구 편’에서 이미 취업한 친구가 취준생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을 담았다. 취준생 친구가 볼까 봐 사원증을 가방 속으로 숨긴다. 또 친구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불낙(不落)죽’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한다. 이 광고에도 톱스타는 없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에서 톱스타가 나오면 마치 톱스타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이어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무명 배우나 일반인을 모델로 쓴다”고 설명했다.


◇스타 없어도 좋은 평가를 받는 광고들

출처: 유튜브 채널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영상 캡처
현대자동차그룹 광고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택시’.

스타 없는 광고를 찍는 기업이 늘고 있다. 광고에 톱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 6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택시’ 광고는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았다. 광고에는 서울시 1호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인 이대호씨가 나온다. 조수석 뒷자리에는 “저는 고요한 택시 기사님의 딸입니다. 의사소통은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운전실력만큼은 딸인 제가 보장합니다. 안심하고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광고에서 이대호씨는 현대자동차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 주행 지원 시스템(ATC)’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택시를 타고 다닌다. 현대차 관계자는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회가 시각과 촉각 기술을 이용해 청각장애인을 돕는 조용한 택시의 스토리와 감동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2019년 대한민국광고대상’ TV 광고 부문에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당신만의 영역을 찾아서’ 편이 금상을 받았다. ‘SK하이닉스’의 ‘지역 상생-이천, 청주 편’은 은상을 받았다. 두 광고 모두 톱스타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톱스타가 출연한 광고는 이른 시간에 시청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브랜드보다 모델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인이나 무명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는 제품 메시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고가 스타를 만들기도

출처: 유튜브 채널 'SK telecom' 영상 캡처
SK텔레콤 ‘루나S’ 광고 속 장은홍씨.

광고가 스타를 만들기도 한다. 2016년 SK텔레콤 ‘루나S’ 광고에는 일반인 장은홍씨가 등장했다. AOA 설현에 이어 발탁된 일반인 모델로 큰 화제였다. 장씨는 이전 모델 경험이나 방송 활동이 전혀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었다고 한다. 디스패치는 메이크업을 전공한 장씨가 광고 촬영 현장에서 메이크업 스태프로 일하다가 모델로 발탁됐다고 전했다. ‘루나 S’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7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당시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제품의 신선한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모델 활동이 없지만 다채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무명의 일반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이소현씨(@haeny_gram) 인스타그램 캡처
소주 브랜드 'O2린'(현 '이제 우린') 온라인 모델이었던 이소현씨.

소주 브랜드 모델 중에서도 일반인 모델이 있었다. 보통 국내 주류 기업은 인기가 가장 높은 여성 연예인들을 홍보 모델로 쓴다. 롯데주류 '처음처럼'은 가수 겸 배우 수지, 하이트진로 '참이슬'은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 '시원'는 배우 조보아, '잎새주'는 트로트 가수 송가인, ‘대선소주’는 걸그룹 마마무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이제 우린’으로 바뀐 대전·충남 지역의 소주 브랜드 'O2린'의 온라인 모델은 대중에게는 낯선 프리랜서 모델 이소현씨였다. 이씨는 현재는 소주 모델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처: 유튜브 채널 'SK telecom' 영상 캡처
SK텔레콤 아이폰 광고.

배우 고윤정도 광고 모델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과를 전공한 고윤정은 2016년 대학내일 771호 표지 모델로 활동했다. 2019년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데뷔했다. 출연한 드라마보다 화제였던 것은 CF였다. 고윤정은 최근 SK텔레콤 아이폰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배우 전지현을 닮은 외모로 시청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고윤정을 검색하면 ‘아이폰 광고 모델’ ‘SK텔레콤 모델’ ‘SKT 아이폰 모델’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일반인 모델 오디션도 늘어나

출처: 유튜브 채널 'WomanDongA' 영상 캡처
동국제약은 일반인 광고 모델 선발대회인 ‘훼라민퀸 모델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광고가 주목받으면서 기업들은 일반인 모델 콘테스트나 오디션을 열어 일반인을 모델로 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동국제약은 2015년부터 일반인 광고 모델 선발대회인 ‘훼라민퀸 모델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훼라민퀸 4기 모델 콘테스트’에는 500여명이 넘는 중년 여성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최종 선발된 2명은 소비자모델로 1년간 활동한다.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최근 1020세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모델 콘테스트 ‘에잇바이미’를 진행했다. 에잇세컨즈가 작년부터 진행 중인 ‘MyFavoriteMe’캠페인의 연장선이다. 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일상 사진을 올리면 그중 8명을 선발해 모델로 발탁한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일반인 모델 활용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 교수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정보 탐색을 한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단순히 TV 광고 내용으로만 정보를 얻지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기업은 단순히 스타의 이미지만을 활용해 광고하기보단 고객에게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광고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