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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안입으면 감점, 화장 못하면 팀장 면담하는 직업

조회수 2020. 9. 23. 17: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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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안 입으면 감점, 화장 못 하면 팀장과 면담하세요
코레일 ‘손톱 끝 흰 부분은 2mm 미만 유지’
SRT에도 볼터치 반드시 해야 한다는 규정
은행에선 여성 직원 유니폼 착용 찬반 논란

2019년 10월 일본에서 여성 직원은 안경을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논란이 불거졌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이 상사에게 안경을 쓰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 여성에게만 이런 지시를 했다는 점이 기사화되면서 트위터에서는 ‘안경 착용 금지’ 해시태그가 달린 항의성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왔다. 상반기에는 하이힐 착용을 강요하는 회사 규정 개선을 요구하는 ‘구투(Ku too·신발과 고통의 합성어)’ 운동도 있었다.


한국도 서비스업 분야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복장 규정 때문에 논란이다. 이용호 국회의원은 10월1일 국토교통부에서 코레일·수서고속철도·항공사의 업무 매뉴얼을 받아 한겨레에 공개했다. 코레일 ‘전동열차 승무원 업무 매뉴얼’에는 ‘여성은 반드시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립스틱 색상은 연한 레드·핑크·오렌지 계열로 엷고 자연스러운 색을 사용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손톱 끝 흰 부분은 2mm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매니큐어는 살구색 계열 연한 색 또는 투명 제품을 써야 한다’는 등 손톱 관리 규율까지 있었다. 수서고속철도 여성 승무원은 눈 화장에 핑크, 코럴빛 계열을 써야 한다거나 볼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받았다.

출처: 이용호 의원실 제공
코레일 여성 승무원이 지켜야 했던 규정.

대표적인 서비스 직종인 항공업계 사정도 비슷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제주항공 객실 승무원 서비스 교범에는 여성 승무원 용모 규정이 20개가 넘었다. '속눈썹 연장 시 너무 인위적이거나 띄엄띄엄 있지 않도록 한다', '반드시 아이라이너를 사용해 눈매를 선명히 보이게 한다’는 식이었다. 또 피부에 문제가 생겨서 화장을 할 수 없으면 팀장과 사전 면담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서비스 직종 특성상 고객에게 단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건 맞지만, 개인 자율성을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까지 사측이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승무원 지망생이 모인 대학교에도 엄격한 복장 규정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 캠퍼스에서는 치마만 입어야 하고, 헤어스프레이로 머리카락이 이마에서 떨어지지 않게 고정해야 한다. 학교에서 정한 규칙은 아니지만, 지키지 않으면 선배가 지적하고 교수가 감점시킨다고 한다. 학생들은 화학제품인 스프레이 사용으로 두피 염증과 탈모까지 생겼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대학 측은 “강요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진 관행”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출처: 진에어 유튜브 캡처
진에어는 지난 6월 입기 편한 새로운 유니폼을 도입했다.

시대변화에 발 맞춰 엄격한 용모 관련 규정을 먼저 개선하는 곳도 있다. 지난 7월 티웨이항공은 업무상 꼭 필요한 경우를 빼고 복장 자율화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여름에 반바지를 입고 샌들도 신을 수 있다. 2008년 창립 때 몸에 꼭 맞는 스키니진을 근무복으로 정했던 진에어도 지난 6월 유니폼 원단을 면과 비슷한 재질에 통기성이 좋은 섬유를 혼방한 데님으로 바꿨다. 또 치마도 입을 수 있게 했다. 진에어 승무원들은 그동안 오랜 시간 스키니진을 입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면서 유니폼 규정 개선을 요구해왔다.


금융권에서는 여성 직원에게만 유니폼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은행이 많았다. 성차별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와 최근에는 유니폼 자체를 없애는 곳이 늘었다. 지난 5월 KB국민은행이 영업지점 대리급 이하 여직원 유니폼 착용 규정을 폐지했다. 신한은행도 유니폼과 사복을 함께 입는 기간을 거쳐 9월30일 유니폼 제도를 없앴다. BNK부산은행 직원들은 2020년 6월부터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출처: tvN DRAMA 유튜브 캡처
드라마 '아는와이프'에서 은행원으로 출연한 배우 한지민도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유니폼 입기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일부 은행은 유니폼 착용을 찬성하는 직원이 더 많아 자율복장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상반기 설문조사를 했는데, 여직원 61%가 자율복 근무에 반대했다. 유니폼을 입으면 의류비를 아낄 수 있고, 출근할 때마다 어떤 옷을 입을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유니폼이 없는 남직원들 사이에서는 여직원만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게 역차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찬반 논란이 있는 유니폼 착용과 달리 서비스 업계의 지나친 용모 관련 규정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매뉴얼 논란 이후 코레일은 승무원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규정을 개선한다고 10월6일 발표했다. 제주항공도 여자 승무원이 적용받는 메이크업 관련 규정 20개를 모두 없애고 ‘본인에 맞게 자유롭게 연출할 것’, ‘승객에게 위화감을 주지 말 것’ 등의 내용으로 바꿨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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