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29만원이라는 이 사람이 내야할 돈이 1000억 이상입니다
국가예산보다 많은 추징금
당사자가 내지 않으면 환수할 방법 없어
지난 12월 9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고 김우중 회장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국고로 들어와야 하는 돈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 전 회장은 17조가 넘는 추징금을 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추징금이란 범죄를 통해서 얻은 수익을 나라에서 뺏는 제도다. 김 전 회장은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죄로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 금액이 17조 9000여억원이다.
유명인사 가운데 추징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 꽤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미납 추징금이 1000억이 넘는다. 유명한 ‘전재산 29만원’ 발언을 하게 만든 게 바로 이 추징금이다.
◇추징금 26조원··· 국가 예산보다 많아···
확정된 2020년도 산업·중소·에너지 분야 예산은 23조 7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23조 2000억원이다. 그리고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미납 추징금이 26조 6000여억원이다. 미납 추징금이 나라 전체에 도로를 깔고 각종 사회를 위한 설비를 만드는 SOC 1년 예산보다 많은 셈이다.
추징금 미납액이 가장 많은 사람이 고 김우중 회장이었다. 2006년 당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과 함께 17조 9253억원을 추징한다고 판결했다. 김 전 회장은 상고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납부한 추징금은 전체 금액의 0.5%인 892억원이다. 그가 사망하면서 더 이상 돈을 받기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고액 추징금 미납액 현황을 보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압도적 1위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1900여억원으로 2위, 관세법 위반으로 1280억원을 선고받은 정모씨가 뒤를 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선고받은 추징금은 2205억원이었다. 하지만 검찰에서 20년간 계속해서 추징해 지금은 1021억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오리발 내밀면 속수무책인 추징금 제도
추징은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한 제도다. 원래 범죄로 얻거나 범죄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은 몰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써버린 물건이나 돈 등은 몰수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몰수 대상 가격만큼 돈으로 뺏는 것이다. 죄에 대한 벌로 돈을 받는 것인 벌금과는 다르다. 대표적으로 뇌물로 받은 돈을 국가에서 뺏는 경우가 추징에 해당한다.
하지만 추징금은 부수적인 조치라서 당사자를 구속할 방법이 없다. 벌금은 미납 시 노역을 시킬 수 있는 반면 추징금은 벌을 줄 수 있는 규정이 따로 없다.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누구든 ‘전재산 29만원’이라고 하면 그 이상 받아낼 방법이 많지 않다. 때문에 추징금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돈을 숨긴다.
◇해외에선 이자와 감옥까지
해외엔 고액 추징금 미납자를 구금하는 나라도 있다. 구금은 징역과는 달리 교도소에 가두기만 하고 노역은 시키지 않는 것이다. 영국은 추징금 미납을 벌금 미납과 똑같이 여겨 무겁게 다룬다. 그래서 추징금 미납액이 클수록 더 오래 구금한다. 200파운드 미만이면 7일, 200~500파운드는 14일. 액수가 커질수록 구금일수도 점점 늘어난다. 김 전 회장이 영국인이었다면 10년 이하 구금형을 받았을 것이다. 추징금이 100만 파운드가 넘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납 추징금에 이자를 붙이지 않는 반면 영국은 이자도 붙인다.
글 jobsN 김지강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