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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도→군인→변호사→유튜버…“또 다른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여대생이 여군으로, 변호사로, 유튜버로…‘아는 변호사’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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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만 해도 일반인이 변호사를 접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송사에 휘말리는 게 아닌 이상 변호사는 TV프로그램이나, 서적, 강연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변호사가 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영상 속에 등장하는 변호사에게 옆집 누나, 형 같은 친근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지훈(42)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 관련 채널 중에서도 상당히 눈에 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대다수 변호사들이 법률 관련 지식이나 변호사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주로 올리는 데 반해 ‘아는 변호사’는 우울증·인간 관계·직장생활·연애·결혼 등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영상이 주를 이룬다. 짧은 숏컷 헤어에 둥근 안경을 쓴 이 변호사는영상 속에서 2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을 차분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작년 11월에 처음 채널을 연이래 1년여 만에 구독자 수는 8만명을 넘었다.


이 변호사는 사실 굉장히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숙명여대 경제학과를 다니다 법학에 흥미를 느껴 고려대 법대로 편입했다. 이후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해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4년간 군(軍)에서 근무했다. 법무참모·군 판사·군 검사 등이 그가 맡은 역할이었다. 군에서 20년간 근무하면 퇴임 후 안정적인 연금이 보장됐지만 그는 변호사 개업을 택했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여대생에서 군인으로, 유튜버 겸 변호사로 끊임없는 변화를 택한 이 변호사를 만났다.

'아는 변호사' 이지훈 변호사

출처이지훈 변호사 제공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달라.


“유튜브에서 ‘아는 변호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훈 변호사입니다. 변호사 개업은 올해 7월에 했고 6월까지는 군법무관으로 일했습니다.” 


-대학 시절 경제학과로 입학했는데 법대로 편입을 했다. 법조인이 되고자 한 이유가 있었나?


“숙명여대 경제학과로 입학을 했지만 사실 경제학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경제학보다는 보다 실용적인 중국어나 경영학, 법학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법학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사법시험을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 법대 편입을 결심하고 고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문적인 관심에서 법조인이 되고 싶었던거지 ‘사회 정의 구현’ 같은 거창한 목표를 갖고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법학이 제일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법조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법조인 중 군법무관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시험을 봤던 2004년에는 사법시험과 군법무관 시험을 동시에 실시했습니다. 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보지만 사법시험 컷이 군법무관 시험 컷보다 근소하게 높아요. 보통 대부분 고시생들이 한꺼번에 두 시험을 모두 응시하기 때문에 저도 특별한 고민없이 군법무관 시험에도 응시했습니다. 1차 시험 결과가 발표됐는데 당시 사시1차 커트라인이 군법 1차 보다 0.6점 높았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 딱 걸린 것입니다. 사시는 떨어졌지만 군법무관 시험은 붙은 것이죠. 2차 시험 경쟁률은 군법무관 시험이 훨씬 더 높아요. 1000여명을 뽑았던 사시에 반해 군법무관 시험은 10여명 밖에 뽑지 않기 때문에 경쟁률이 10대 1이 훨씬 넘습니다. 운 좋게 2차 시험도 합격했고 2005년 중위로 임관했습니다.”


-변호사 자격에 있어 군법무관 시험 출신과 사시 출신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교육을 받고 변호사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은 일반 사시나 군법무관 시험이나 동일합니다. 하지만 군법무관 시험 출신 변호사들은 군에서 10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하는 조건이 붙습니다. 10년 근무 연수를 채우기 전에 퇴직을 하면 변호사 자격증도 그때부터 없어집니다. 따라서 일반 변호사와 동일한 업무를 하기 위해선 10년간의 군 생활을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것이죠.”

군법무관 근무 당시

출처이지훈 변호사 제공

-사시를 보다가 우연히 군법무관이 된 셈이다.


“처음에는 군법무관을 군대 안에 있는 법조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군법무관도 엄연히 군인이라는 생각을 못했었죠.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어요. 경북 영천에 있는 3사관학교에서 법무장교로 임관하기 위해 9주간 훈련을 받습니다. 커리큘럼이 5주는 ‘군인화 과정’, 4주는 ‘장교화 과정’으로 이뤄져있어요. 제식부터 유격, 행군 등 군인이라면 당연히 받아야할 훈련을 모두 받았습니다. 저는 장교이기 때문에 행군도 100킬로미터를 뛰었어요. 유격 훈련 당시 PT체조 8번 온몸 비틀기를 할 때 ‘나는 군인이 됐구나’라는 게 실감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새로운 경험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도 재미있었어요.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조직에서 일하는 기회이기도 했고, 여군은 아무래도 특수한 영역이기도 하고요.”


-군 시절 힘든 점은 없었나?


“조직 생활이 처음이다보니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죠. 제가 처음 맡은 보직은 법무참모였습니다. 저는 그때 대위였는데 사단의 참모들은 대부분 소령, 중령급이었어요. 참모장은 대령이었죠. 하지만 제 직속상관은 사단장(소장)님이었어요. 참모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단장님께 바로 보고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 참모장님이 화가 많이 나셨더라고요. 직속 상관이 아니더라도 참모장님의 위치를 고려해 미리 말씀드리고 보고를 드리는 게 더 좋았을텐데 그때는 그걸 잘 몰랐어요. 조직 생활하면서 융통성이 많이 생겼죠.”


-군 시절 당시 언론에 주목받는 여군으로 소개 될 정도로 입지가 탄탄했는데 퇴직을 결심한 이유는? 


“군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 조직에 내가 더 이상 기여할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군에 계속 남아있으면 좋은 것은 연금받는 것 외에는 없겠더라고요. 20년 근무를 채우려면 40대에도 대부분을 군에서 보내야하고 그 이후에는 눌러 앉게 될 것 같았어요. 저는 사람 인생에서 50대가 원숙기이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0대에는 군에서 나와 50대를 맞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유롭게 살면서 제가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하고 싶었습니다.”

군 법무관 근무 당시

출처이지훈 변호사 제공

-변호사 사무실은 왜 구로동에 있나? 보통 서초동에 많은데.


“올해 7월에 서울 구로동에 사무실을 차렸어요. 서초동이 아니라니까 선배들이 미쳤다고 했어요.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이 많이 몰려있긴 하죠. 하지만 송사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다 사무실 간판보고 들어오진 않잖아요? 입소문이든, 지인 소개든 믿을 수 있는 변호사를 찾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무실 위치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구로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한 것은 제게는 하나의 도전입니다.”


-변호사 개업 준비하면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작년 중반에 군에서 나가기로 결정을 했고, 약간 침체기가 왔어요. 뭔가 몰두를 해야할 게 필요했고, 그게 유튜브였어요. 처음에는 유튜브는 예능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먹방이나 개그 같은 오락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책 리뷰나 세계사, 과학지식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영상들을 보면서 유튜브라는 공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퇴직을 결정하고 저의 전문 지식과 실무경험을 융합하여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전달을 하고 싶다는 고민이 있었는데,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 남자들은 모두 군대를 가야 하는데, 군대라는 곳이 그렇게 안전한 곳이 아니거든요. 최소한 군인에게 적용되는 권리와 의무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죠.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예비역에게 구전되는 카더라 통신이 군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내맡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던 차에 유튜브는 군에 대한 기본 지식을 교육 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작한 콘텐츠는 '군알못 가이드'입니다. 군을 잘 알지 못하는 예비 군인과 그 부모님들이 들으면 분명히 도움이 될 영상이라고 자부합니다.”


-채널명이 ‘아는’ 변호사인 이유는?


“사람들이 법률 상담이 필요할 때 주변에 하는 첫마디가 ‘아는 변호사 있냐?’에요. 믿을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것이죠. 구독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변호사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뿐 아니라, 공부법, 직장·연애·결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올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무엇인가?


“제 영상은 다 저의 직간접적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것들입니다. 제 영상 중에 ‘우울하시죠’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어요. 우울증에 관한 제 생각을 말한 거예요. 저도 우울증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말씀드린 영상입니다. 우울증은 어두운 터널같이 느껴지죠. 우울함은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시간이라는 위대한 마법사를 기다리면서 자신을 성찰해보면 극복을 할 수 있어요. 어짜피 필요한 것은 시간 같아요. 우울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본인도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출처이지훈 변호사 제공

-1년여만에 구독자 8만명을 넘어섰는데 인기 비결을 꼽는다면?


“진실성 같아요. 다 제가 겪었던 이야기들이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을 주제로 말씀드리기 때문에 거짓이 없어요. 여기에 인간적인 매력도 플러스 요인 아닐까요?”


-유튜브를 보고 사건을 사무실을 찾은 고객들도 있나?


“많아요. 특별히 법적 분쟁이 없는 분들도 제 생각이 듣고 싶어 찾아오시는 경우가 있어요. 보통 사건이 없으면 변호사 사무실은 잘 안가기 마련인데 구독자 분들은 제 생각이나 성격 등을 잘 아시니까 부담없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법적 분쟁이 끝난 분들도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찾아오시곤 해요. 법은 분쟁을 해결해주지만 마음의 상처까진 치유해주지 않아요. 상처를 달래는 것은 사람의 몫이죠.”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저는 변호사지만 변호사가 아닌 일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영역의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공부법이나 군대 관련 이야기를 담은 책 등을 쓰려고 준비 중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살고 싶어요. 물론 거기에는 좋은 결과가 따라야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겠죠. 그러면 인생이 좀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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