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하다 피 본뒤 번뜩, 몰카탐지로 망한 남자의 대반전

조회수 2020. 9. 24. 10:2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잇몸 피나는 사람 보다 만든 칫솔 2주 만에 7000개가 팔렸네요
퇴사 후 몰카탐지 스마트폰 케이스로 창업
판매 부진 겪었지만 실리콘 칫솔로 재기
2주 만에 7000개 팔려...약 2000만원 펀딩 성공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아이디어 용품은 제품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한 상품을 말한다.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줄이고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하는 기능을 새롭게 넣는다. 화장실이나 숙박업소에 있는 몰래카메라를 쉽게 탐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 잇몸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위한 실리콘 칫솔, 사람의 피부 단백질과 가장 유사하다고 알려진 누에고치 추출 성분을 넣은 비누 등 아이디어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와이낫리테일디자인의 이한욱(33)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와이낫리테일디자인의 이한욱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와이낫리테일디자인을 운영하는 이한욱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어요.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려고 합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학과 무역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창업 전 제약회사와 패션회사에서 일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직무 경험을 쌓은 것이 창업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13년 제약회사인 녹십자에 입사해 영업부에서 일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제품을 소개하는 일을 했어요. 사회성과 대인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일에 대한 보람이 크지 않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제가 입은 옷을 보고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일이 많았어요. 


퇴사 후 패션 학원인 FIK(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에 다니며 패션 MD(Merchandiser)를 준비했습니다. 패션 MD는 패션 상품을 기획·제작·유통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2014년 남성복 브랜드인 STCO에 입사해 MD로 약 4년간 근무했습니다.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맡아 관리하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옷뿐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서 팔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몰래카메라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거든요. 주변 여성 지인들이 몰래카메라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몰카가 있는지 확인할 방법을 찾던 중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몰카를 탐지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와 플래시 부분에 빨간색 셀로판지를 붙이고 동영상 모드로 카메라를 켠 뒤 플래시를 켜면 됩니다. 만약 몰카가 있다면 카메라에서 나오는 빛이 반사돼 흰색 점으로 보입니다. 


몰카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매번 휴대전화에 빨간색 셀로판지를 붙여야 하더라고요. 불편함을 줄여주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쓰는 폰케이스에 아이디어를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뜻이 맞는 회사 동료와 퇴사 후 2018년 10월 ‘와이낫리테일디자인’을 함께 창업했습니다. 자본금은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친 1억2000만원 정도였어요.”

출처: 와이낫리테일디자인 홈페이지 캡처
몰카탐지 스마트폰 케이스.

◇첫 아이템은 몰카탐지 폰케이스


“휴대전화 케이스 안에 빨간색 아크릴 필터를 내장했습니다. 필요할 때 아크릴 필터를 밀어 올리면 됩니다. 폰케이스만 있으면 숙박업소, 화장실 등에 몰카가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3개월간 개발·제작해 특허출원을 했습니다. 2019년 1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게 문제였어요. 기종별로 플라스틱 금형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휴대전화 기종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금형 틀 하나 설계하고 개발하는 데에 총 3000만원이 들었어요. 타깃인 젊은 여성이 많이 쓰는 아이폰 7·8과 아이폰X·XS 기종의 금형 틀을 만들었습니다. 금형 틀 두 개를 만드는 데에 약 1억원의 개발·생산비가 들었습니다. 생산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못했어요. 


또 예상보다 수요가 적었습니다. 많은 여성이 휴대전화 폰케이스를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더라고요. 몰카탐지 폰케이스는 아크릴 필터가 내장돼있어 다른 폰케이스보다 두껍고 디자인이 투박했어요. 시장 파악이 부족했습니다.”

출처: 와이낫리테일디자인 제공
DU실리콘 칫솔.

◇실리콘 칫솔로 재기 성공


“몰카탐지 폰케이스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매출이 거의 나지 않았어요.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활 속에서 직접 겪고 있는 불편한 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잇몸이 안 좋아서 양치질할 때 힘들었어요. 피가 많이 났습니다. 양치할 때 피가 나면 치아를 살살 닦게 되더라고요. 깨끗하게 양치질을 한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저처럼 잇몸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자극없이 깨끗하게 양치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기 칫솔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연약한 아기 구강에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칫솔을 실리콘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또 실리콘은 치과에서 의료용 기기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리콘으로 성인용 칫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개월간 설계·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실리콘 칫솔을 론칭했습니다. 가볍고 유연한 소재로 양치할 때 자극이 적습니다. 칫솔모 두께는 0.2mm로 최대한 얇게 만들었습니다. 206개의 칫솔모로 치아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을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일반 나일론 모 칫솔보다 빨리 마릅니다.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어요. 보통 시중에서 판매되는 혀 클리너도 실리콘으로 만들었어요. 혀 클리너를 따로 쓰지 않고 칫솔로 자극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출처: jobsN
이한욱 대표.

칫솔 하나로 1년 만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실리콘 칫솔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2주 만에 7000개가 팔린 것이다. 약 200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전동칫솔을 제외한 일반 칫솔 중 역대 최대 판매 금액이라고 한다. 잇몸 건강이 좋지 않은 소비자들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11월 매출은 1000만~1500만원입니다. 실리콘 칫솔 1팩에 3개가 들어 있어요. 가격은 9000원입니다. 유통 구조를 간단히 하고 마진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이 대표는 창업 후 사람들이 쓰는 물건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소비자가 어떤 물건에는 쉽게 지갑을 열고 또 어떤 물건은 까다롭게 고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보고 ‘저건 어떤 이유로 샀을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기존 제품에 어떤 아이디어를 더해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아이디어 생활용품 위주의 제품을 계속 론칭할 계획입니다. 최근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세리신을 넣은 비누를 만들었어요. 세리신은 사람의 피부 단백질과 가장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폐물 제거나 트러블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또 산양유도 넣어서 보습이나 미백에 효과적입니다.


계속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고 싶어요. 일본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글 CCBB 귤 

잡컴퍼니 JOB company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