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설움 너무 잘 알기에..비인기만 보여드립니다

조회수 2020. 9. 24.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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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운동 종목 선수의 '무한도전' 보여드립니다
수영선수 출신 스포티스트 강석원 대표

비인기 종목 미디어 노출 필요성 느껴

육상, 수영 등 영상 올리는 유튜브 채널 운영

육상, 수영, 역도, 씨름, 유도 등 비인기 운동종목은 미디어에서 접하기 쉽지 않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 때나 반짝 관심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를 통해 비인기 운동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KBS N 채널에 업로드 된 ‘제 15회 학산배 전국장사씨름대회 단체전 결승 김원진 VS 황찬섭’ 경기 영상을 들 수 있다. 해당 영상은 1년만에 역주행에 성공하며 조회수 218만회를 기록했다. 인기에 힘입어 11월30일 KBS2에서 씨름 예능 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이 첫 방송됐다.


이런 풍토에서 비인기 운동 종목 경기 영상만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채널 ‘스포티스트(SPORTIST)’다. 스포티스트는 현재 구독자 12만명, 조회수 100만회 이상의 영상 22개를 보유하고 있다. 댓글을 보면 ‘각종 비인기 운동 종목을 깔끔하게 편집해 보기 편하고 선수들 노고를 칭찬할 수 있어 좋다’, ‘비인기 운동 종목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다’ 등 반응이 대부분이다. 스포티스트 채널 운영자는 강석원(34)씨다. 그는 스포티스트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인 스포티스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강 대표는 전 수영·수구(수중 경기장에서 각 7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이 물에 뜨는 공을 이용해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어 득점을 겨루는 수영 경기의 일종) 선수이자 코치로서 비인기 운동 종목의 미디어 노출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했다. 그래서 2017년 3월 비인기 운동 종목 경기 영상을 업로드하는 스포티스트 채널을 만들었다.

출처: 스포티스트 제공
스포티스트 강석원 대표.

◇ 전 운동선수·코치로서 느낀점 담아 만든 ‘스포티스트’


강 대표는 12살에 수영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 생활로 수영을 배웠지만 또래보다 눈에 띄게 잘했다. 그를 본 부모님이 선수 입단을 권유해 본격적으로 스포츠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강원체육중·고등학교에 진학해 수영·수구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도 사회체육학과로 진학했고 실업팀에서도 활동했다. 그러나 비인기 운동 종목인 수영·수구 선수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장밋빛 미래가 보이지 않자 수영·수구를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다. 22살에 입대했고, 제대 후에는 강원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수영 코치로 일하면서 수영 선수 선발과 훈련을 맡았다.

출처: 스포티스트 제공
(위) 수영·수구 선수 시절 강 대표 (아래) 수영 코치 시절 강 대표.

“수영·수구선수로 10년, 수영 코치로 8년 총 18년을 스포츠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수영·수구 선수일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코치로서 수영 꿈나무들을 가르치면서 비인기 운동 종목의 어려움을 더욱 체감했죠. 비인기 운동 종목은 미디어에 잘 노출되지 않습니다.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경기가 열리거나 이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야 미디어의 주목을 받습니다. 문제는 낮은 관심이 운동 선수의 성장 동력을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수영 선수는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시작하는데 코치로서 재능있는 아이에게 수영을 권유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운동 선배로서 비인기 운동 종목 선수로 성공하기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코치 6년차 때부터 비인기 운동 종목 선수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2016년, 강 대표가 비인기 운동 종목 선수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 유튜브가 새로운 미디어 채널로 떠올랐다. 그때 ‘비인기 운동 종목 경기 영상을 촬영·제작해 업로드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육상, 수영, 역도, 유도 등 비인기 운동 종목의 가장 큰 문제는 종목 자체의 인지도는 낮지 않지만 선수 개인이 미디어에 노출될 기회가 적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각 종목의 선수들을 대중에게 소개해줄 창구가 필요했다. 2017년 3월 스포티스트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인 스포티스트 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 


스포티스트 채널 운영 초기에는 코치 일을 병행했다. 첫 영상은 당시 제자인 수영 선수 두 명의 경기 영상이었다. 외주 업체에게 촬영 및 영상 제작을 맡겼다. 그러나 스포츠인으로서 강 대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외주 업체의 시선이 달라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직접 영상 촬영 및 제작하기 위해 유튜브 등에서 영상 제작 강의를 찾아들으며 독학했다. 두 가지 일을 함께하다보니 스포티스트 운영이 쉽지 않았다. 코치 일도 보람있지만, 운동 선수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게 비인기 운동 종목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말에 과감히 코치직을 내려놨다.

출처: 스포티스트 제공
스포티스트 채널 영상 촬영 중인 강 대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포티스트 채널 운영에 집중하면서 강 대표는 영상 제작 기준을 세웠다. 먼저, 다양한 비인기 운동 종목을 전부 다루기보단 몇 개의 종목에 초첨을 맞췄다. 복싱, 다이빙, 수영, 수구, 체조, 육상, 유도 등 10개의 비인기 운동 종목을 선정하고 매 달 각 협회 홈페이지에서 경기 일정을 파악했다. 이후 시간, 장소, 촬영 일정 등을 고려해 촬영할 종목 순서를 정하고 유망한 선수들을 사전 조사했다. 경기가 시작하면 선수, 보호자, 감독·코치에게 촬영 동의를 구하고 관중석에서 카메라로 해당 선수를 따라다니며 촬영을 진행했다. 유튜브 채널에 게재되면 홍보 효과가 있기 때분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스포티스트 영상의 특징은 해당 종목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제작한다는 것이다. 비인기 운동 종목을 알리기 위한 욕심에 종목 설명에 집중한다면 시청자가 지루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종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종목과 선수에 대한 설명을 최소한의 자막으로 제공하되, 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나 생생한 표정 등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한다.  

출처: '스포티스트' 유튜브 캡처
스포티스트는 복싱, 다이빙, 수영, 수구, 체조, 육상, 유도 등 비인기 운동 종목 관련 영상을 업로드한다.

◇ 비인기 운동 종목 소개하는 창구 되고파 


스포티스트 특유의 직관적이고 깔끔한 편집 덕에 2019년 초부터 구독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채널 운영 2년만에 100만회 조회수가 넘는 경기 영상도 22개나 됐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국내 여자 대학부 육상 높이뛰기’로, 작년 6월 게재 이후 총 394만회를 기록했다. 이어 ‘여대부 멀리뛰기 선수들 날아다닌다’(348만회), ‘체조선수 윤나래 평균대, 도마, 마루 경기 장면’(282만회), ‘여자 초등생 100미터 12초 한수아, 남자 중학생 10초 서민준’(269만회), ‘고소공포주의 지상 10M 남자 중학교부 다이빙 5위부터 1위까지’(221만회) 등이 뒤를 이었다. “주로 육상, 체조 종목 영상의 조회수가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운동 순으로 인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육상은 간단히 말하면 달리기의 일종인데 누구나 한번쯤 달려본 경험이 있죠. 따라서 선수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췄는지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출처: '스포티스트' 유튜브 캡처
(왼)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국내 여자 대학부 육상 높이뛰기' (오) 조회수 2위를 기록한 ‘여대부 멀리뛰기 선수들 날아다닌다'.

최근 구독자수가 12만명을 돌파하고, 영상 평균 조회수가 증가수하면서 영상에 출연한 선수에게 감사 인사를 자주 받는다. 스포티스트 채널에 영상이 업로드된 후 선수 측으로부터 다음 경기 때도 촬영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또 스포티스트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다양한 시청층 확보’도 이뤘다. 초기 스포티스트의 주요 시청층은 20~50대의 남성 시청자였다. 강 대표는 ‘상대적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적은 시청층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특히 10대와 여성 시청자를 유입하기 위해 선수 선정부터 자막 디자인·화면 편집 등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역도의 경우 기존 미디어와 달리 저체급 여자 선수들을 다뤄 시청자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작년 10월에 게재된 조회수 109만회의 ‘감동주의! 역도 현역 여고부 선수들 명승부’라는 영상은 주 시청 연령대가 10~20대였고, 여성 시청률은 40%까지 증가했다. 

출처: '스포티스트' 유튜브 캡처
‘감동주의! 역도 현역 여고부 선수들 명승부’는 주 시청 연령대가 10~20대였고, 여성 시청률 40%를 기록했다.

“코치를 그만두고 스포티스트 운영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을 때 마냥 자신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채널 운영 초기에는 조회수가 낮아 ‘내 능력으로 비인기 운동 종목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다보니 어느 시점부터 정기 구독층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특히 상대적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적은 10대와 여성 시청자들도 스포티스트 채널을 구독·시청하는 걸 보면서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는 영상 게재 주기도 주 1회에서 주 3회로 늘렸습니다. 스포티스트 채널 구독자와 조회수가 증가하면서 매출도 상승세를 탔습니다. 스포티스트는 채널 운영과 스포츠 용품 소매 판매로 수익을 얻습니다. 2018년 매출은 1억원, 올해는 2억5000만원 이상으로 예상합니다.” 


스포티스트는 비인기 운동 종목 경기 영상 외에 선수들의 일상을 풀어내는 웹 예능 콘텐츠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이 가진 매력도 보여주기 위해서다. “매년 수많은 운동 경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기 운동 종목 혹은 인기 운동 선수가 아니고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죠.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청중이 있어야 완전하듯, 운동 선수 역시 자신의 활약을 지켜보는 관중이 있어야 성장 동력을 얻습니다. 스포티스트는 비인기 운동 종목 선수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시켜 대중에게 그들을 소개하는 창구가 되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한솔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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