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죽집 8천만원 빚을 70억으로 바꾼 기적의 아이템

조회수 2020. 9. 24.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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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한 나를 살린 건 10할이 내 고향 하동이었습니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 오천호 대표
화장품 회사 다니다 죽집 창업, 무리한 확장으로 실패
8000만원 빚으로 시작한 이유식 사업 연 매출 70억
"자식에게, 소비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되고파"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면 300평 공장과 7000평짜리 넓은 농장이 나온다. 지리산 해발 500m에 위치한 이곳은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이다. 유기농 농산물로 친환경 이유식과 간식을 만든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85%는 국내산이다. 또 하동군 반경 30km 이내에서 생산한 농산물만 사용한다.


지역과 상생하는 경영으로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6차산업 인증을 받았다. 6차산업은 농촌의 원재료(1차 산업)를 제조·가공(2차산업)하고, 판매나 체험프로그램(3차 산업)을 결합한 활동이다. 농업 성장 및 소득 정체 해소, 귀농·귀촌 인식 개선, 농촌 일자리 창출 확대 등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한다. 인증사업자 제도로 운영하는데 농촌 발전을 위한 융복합 사업 모델 중 잠재력이 있고 성과를 낸 사업자에게 자격을 부여한다. 2019년 11월 기준 국내 1500여개의 사업장이 등록돼있다.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오천호(37) 대표가 하동군에서 100% 채용한 직원 53명과 이끌고 있다. 유기농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지역 농가 130여곳과 함께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전국 백화점 15여곳에 제품을 납품한다. 연 매출(2018년 기준) 70억원을 올렸다. 오천호 대표에게 산골 마을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게 된 사연을 들었다.

출처: 에코맘의산골이유식 제공
오천호 대표

◇사업 실패 후 고향으로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건 아니었다. 피부미용을 전공한 그는 2000년 졸업 후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몇 년 뒤 외국 화장품을 수입해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연 매출 7억~8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죽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화장품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기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 제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 화장품 산업이 성장이 매우 빨라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처럼 친환경이 금방 트렌드가 됐습니다. 이 흐름이 식품 산업에도 적용될 것 같아서 2010년 서울 압구정역 근처에 죽집을 차렸습니다."


당시 죽을 사가면서 항상 간을 하지 말아 달라는 단골 손님이 있었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 아기 이유식으로 줄 거라고 답했다. 그때 죽을 이유식으로도 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1~2년 뒤 오대표는 그의 고향인 경상남도 하동군으로 귀향했다. 무리한 확장으로 사업에 실패한 것이다. 기댈 곳이 고향뿐이었다.

출처: 에코맘 제공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친환경 재배 단지

◇빚 8000만원으로 시작한 이유식 사업


하동군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죽집 단골 손님이 떠올랐다. 간을 하지 않은 죽은 이유식으로 쓸 수 있고 고향에는 친환경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았다. 아기가 먹는거라 재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소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서 나는 친환경 식재료로 이유식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2012년 4월 사업자등록을 하고 3명이 시작했어요. 당시 생산 라인도 없어서 공장을 빌렸습니다. 당시 경남 6차산업 협의회 회장님께 이유식 사업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선뜻 자신의 공장을 빌려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8000만원 정도 대출받고 정부, 지자체 사업에도 지원했어요. 임대 공장,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 다섯 곳과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떤 농산물을 이용 해야 할지 몰랐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량구매를 해야 하는 데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사업이 활성화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제철 농산물로 시작했다. 마을 어른들의 일손을 도우면서 농사짓는 법, 제철 식재료는 무엇인지 등을 배웠다. 계약 재배를 통해 한 품목씩 늘려갔다. 식재료와 공간을 갖추고 이유식을 만들었다. 200가지 종류로 시작했다. 식재료의 경험이 편식을 예방하고 아기 성장 단계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엔 주변 사람에게 판매했다. 당시 친구들이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할 때였다. 2015년부터는 자가 공장과 쇼핑몰을 구축해 판매했다. 첫달 판매액은 100만원이었다. 점점 아기에게 먹여본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현재 20만명의 회원이 에코맘의산골이유식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출처: 에코맘 제공
오대표가 생산하는 이유식(초기, 중기 영유아용)과 간식

◇6차산업 인증…농촌 일자리 창출 도움


2015년은 회사가 더 알려지고 성장한 시기였다. 농수산식품 창업 콘테스트에 참가해 창조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농식품 벤처창업 지원 제도와 연계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또 SK 행복나눔재단에서 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6차산업 사업자로 인증받은 해이기도 하다. 인증을 받은 사업장은 6차산업 관련사업 우선 선정, 우수제품 유통·판로, 홍보 지원 등 농림부의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원을 통해 2017년 15억원이었던 매출이 2018년 70억원으로 늘었다.


제품에 사용하는 식재료의 85% 이상이 국내산이다. 또 직원을 100% 하동군에서 채용하고 있어 6차산업 사업장으로 인증받았다. 이뿐 아니라 130여곳 농가와 농산물 수급 계약을 맺어 간접적으로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회사가 하동이라는 지역에서 태어난 브랜드입니다. 이곳의 농산물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직하게 만들면 소비자가 알아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경영 철학으로 올해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상은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지리산피아골식품이 받아 슬로우시티로 선정된 지리산과 섬진강 근처의 사업장이 상을 휩쓴 것이다. 슬로시티는 인구 5만명이하, 친환경 에너지 개발, 차량 통행 최대제한 및 자전거 이용 등 슬로시티 운동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다. 세계 10개국 110여곳의 지역이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출처: 에코맘 제공
농창업 관련 인증과 특허증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되고파"


지역의 농산물로 만드는 제품의 우수성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한 고객은 1년 반 동안 이용하고 ‘이제는 후기를 남겨도 되겠다고 판단해 글을 쓴다’며 ‘‘아이가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오대표는 이유식뿐 아니라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로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쌀과자, 밤, 떡뻥 등의 간식류, 반찬 등 다양한 건강 음식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에코맘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17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준비해서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에 납품한다. “처음 베트남에서 먼저 수출요청이 왔습니다. 베트남에 사는 한국인들이 자녀를 위해 사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죠. 수출한다는 자체가 한국 유기농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활동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신경 쓸 예정입니다.”


아기 이유식이나 간식 외 실버푸드 사업에도 진출 준비 중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먹는 음식은 이유식입니다. 그리고 생애 마지막에 먹는 음식도 죽입니다. 스스로 몸을 돌볼 수 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죠. 고령화 사회에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유식을 노인 식사용으로 만들어 판매할 예정입니다. 연구·개발은 끝났습니다. 생산 라인 구축이 끝나면 생산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런 오대표의 목표는 3명의 아버지로서, 농촌과 함께 이유식·실버푸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식과 소비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귀농해서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서 농·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농업 혹은 창업을 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처한 문제, 결핍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본인 인생에 가치 있다고 판단했을 때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를 아름답게 바꿔보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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