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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울분 토하던 ‘눈썹 밀린 고1 남학생’의 반전 직업

"막노동·대리운전하며 배우는데 어머니는 '남자가 무슨 OO 하냐'며 반대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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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방송 출연이었지만 전국에 얼굴을 알릴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남들은 평생 얻기 힘든 행운이죠.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마침 뷰티·미용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현재 반영구 눈썹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말이 있다. 10~20년 전 예능 프로그램·가요 방송 등이 온라인에서 다시 인기를 끄는 유행을 말한다. 2005년 KBS 해피선데이 ‘자유선언! 주먹이 운다’엔 전국 고교생이 출연해 다양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때 시절을 지금까지도 추억하는 이들이 많다. ‘짝사랑하던 선배에게 고백한 여고생’, ‘친구랑 야한 동영상 보다 들켰는데’ 등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친구 장난으로 눈썹 밀린 남학생’ 역시 화제다. 방송 출연 당시 포천 동남고등학교 김근수(30) 씨는 눈썹이 모두 밀린 채 가짜 눈썹을 붙이고 방송에 나왔다. ‘굴욕이다’라는 시청자들의 반응 일색이었다. 김근수 씨는 10대의 잊을 수 없는 굴욕적 순간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다. 14년이 지난 지금, 김근수 씨는 반영구 눈썹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자유선언-주먹이운다에 출연한 포천 동남고 1학년 김근수씨(왼쪽)의 현재 모습(오른쪽).

출처KBS 자유선언 캡처, jobsN

◇"내 눈썹 이렇게 만들었잖아” 소리치던 고등학생의 근황

“방송에 출연한지 14년이 지금까지도 온라인에 영상이 돌아다닐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눈썹을 밀었던 그 친구와는 아직까지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엔 여러 일을 경험했습니다. 대리운전도 뛰었고 염색 공장에 들어가 일했어요. 딱히 목표도 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방황하던 시기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고등학생 때 영상을 봤습니다. 그 시절 추억이 떠오르면서 ‘기왕 이렇게 된 것 눈썹 전문가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근수 폴라리스 아카데미 대표는 20대 시절 다양한 일에 도전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왜 한가지 일을 끈기 있게 못 하냐"라는 얘기도 자주 했다. 2014년 처음 미용 아카데미를 수강했을 때 역시 하다 흥미 없으면 다른 길 찾겠다 싶을 정도로 가벼운 마음이었다.

온라인 상에서 유명했던 김근수씨의 방송 당시 모습(왼쪽)과 현재 반영구 눈썹 시술 전문가로 거듭난 모습.

출처김근수(@dior___beauty) 인스타그램 캡처

“2014년 국제 미용인협회 세미퍼머먼트 1급 민간인증서를 취득했습니다. 다음 해 반영구 부문 인증강사를 취득했죠. 2017년 국제뷰티아티스트 엑스포 반영구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어요. 눈썹 시술을 배울수록 이 기술로 어딜 가도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었죠. 그렇다고 유명세를 이용해 섣불리 돈만 벌고 싶진 않았습니다. 진짜 실력과 내공으로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서고 싶었어요. 그간 방송 출연 요청도 많았지만 거절했습니다. 미용 업계에 들어선지 올해 6년째니 아직 경력이 부족하죠. 눈썹 뷰티 노하우를 유튜브 콘텐츠에 담아보라는 말도 많이 듣는데, 지금은 실력을 기르는데 집중할 때 같아요.”


◇업계 일인자로 유명해질 때까지 방송 출연 자제


김 대표의 어머니는 ‘남자가 무슨 눈썹을 그리냐’며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미용 학원비는 전부 직접 벌어야 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야간에는 대리운전을 했다. 가끔 건설사 일용직 근무를 하기도 했다. 고생스러웠지만 다른 일처럼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기술을 배우면 배울수록 확신이 생겼다. 수백장도 넘는 고무판에 대고 반영구 눈썹 시술을 연습했다. 한번 앉으면 5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집중했다. 미용 아카데미 수료를 마치고 난 뒤 작은 뷰티숍에 들어갔다.


“주로 네일아트나 헤어 디자이너 출신이 눈썹 시술에도 많이 도전하시죠. 그런데 일반적인 미용 분야와 눈썹 시술은 또 다른 것 같아요. 눈·코·입, 얼굴형 등 전체적인 조화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눈썹의 대칭만 잘 맞춘다 해서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시술을 했다고 할 수 없어요. 사람은 대부분 오른쪽과 왼쪽이 비대칭이에요. 골격도 다 다릅니다. 한쪽 뼈가 튀어나와있거나 유달리 눈썹 근육이 발달한 경우가 많죠. 눈의 위치도 꼬리도 전부 제각각이에요. 사람마다 전부 다른 눈썹 디자인을 심사숙고해 시술해야 합니다. 눈썹은 얼굴 관상의 중요 부분을 차지해 책임감이 막중한 일이에요. 또 제 얼굴을 걸고 하는 일이니 어깨가 무겁죠.”

김근수 대표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눈썹 시술을 하고 있다.

출처김근수(@dior___beauty) 인스타그램 캡처

“일에 자신감이 생긴 뒤엔 명함을 만들어 커피숍에 뿌리고 다녔습니다. 미용·뷰티업계엔 남자 기술자가 드물어요. 덕분에 아주머님들의 호감을 샀던 것 같아요. 입소문이 나면서 일이 많아졌습니다. 2017년 말, 소규모 자본으로 경기도 의정부시 신시가지에 뷰티아카데미와 반영구 눈썹 미용 가게를 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땐 매일 돈에 쫓기면서도 이 일만큼은 잘 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하지만 반영구 눈썹 문신 사업은 집중 단속 때문에 결국 국내에서 접어야 했어요.”


◇눈썹·아이라인 등 시술하면 범법자···현재 중국·베트남에 진출


현행법상 반영구화장은 의사만 할 수 있다. 의료인 자격증이 없는 일반 미용업소에서 눈썹·아이라인 문신 시술을 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최근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10일 제9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 140건을 발표했다.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개정해 비의료인의 눈썹·아이라인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에서 반영구 눈썹·아이라인 문신을 한 사람은 1300만명에 달한다. 한국 타투협회는 국내 문신 시장 규모를 2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아직까진 국내에서 반영구 문신과 타투 등을 포함한 문신 시술자는 범법자다. 김근수 대표 역시 규제에 가로막힌 신세다. 국내에선 도저히 사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손님인척 위장해 시술자를 검거하는 ‘미끼 단속’에 속은 적도 많다 한국을 벗어나 중국·베트남 등에서 활동하기로 했다.

중국 뷰티 아카데미에 출강나갔을 때 기념사진. 사진 중앙에 위치한 이가 김근수 대표다.

출처김근수(@dior___beauty)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에 문신 시술 자격증을 가진 전문 의료인은 약 10명뿐입니다. 국가가 검증한 문신사가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시장이 더 커질 거라고 봅니다. 해외에선 타투이스트를 예술가로 인정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검증된 문신사들만 시술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만들면 더 많은 일자리와 직업이 생길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기 여건이 어렵죠. 의정부에 열었던 아카데미는 문을 닫았어요. 3년 전부터 중국에 눈썹 아카데미 강사로 출장을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베트남 호치민시에 뷰티숍을 열고 운영 중입니다.”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김근수 대표의 뷰티숍.

출처김근수(@dior___beauty) 인스타그램 캡처

김근수 대표가 운영하는 뷰티숍의 눈썹 시술 비용은 15만~20만원 정도다. 베트남 사람들은 K팝이나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K뷰티에 관심이 높다. 하루 평균 5명 이상의 손님이 온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4층 건물을 임대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매월 약 5000달러(약 585만원)다. 보증금은 3~4개월 월세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지불한다. 김 대표는 “변동폭은 있지만 연봉 1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14년 전 방송에 출연했을 때 댓글로 욕이나 비웃음도 많이 받았죠. 낙천적이고 즐거운 성격이라 그냥 웃어넘겼어요. 방송 경험이 저를 상상도 못한 길로 안내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 즐겁게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국내 시장이 좋아지고 제가 반영구 눈썹 시술의 일인자로 자리 잡는 날 다시 많은 분들 앞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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