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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1억 썼죠” 장난감 뛰어넘어 작품 만드는 청년

아시아서 8명 뿐인 레고 공식 인증 유튜버가 보육원에 가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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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갖고 논 경험이 있거나 혹은 갖고 싶었던 장난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레고’라 할 수 있다. 작은 집부터 커다란 건물들이 모여있는 도시까지… 다양한 형태의 레고 블록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과거에는 레고를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각종 대형 제품 출시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레고를 즐기는 성인도 급속히 늘었다. 대형마트 완구 코너의 제일 큰 매장은 늘 레고가 차지하고 있고, 레고 창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도 자주 열린다. 국내 2곳(서울·제주)에 레고 박물관 ‘브릭캠퍼스’는 늘 관람객으로 붐빈다.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도 레고 매니아로 알려졌다. 또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는 레고 블록(브릭)을 파는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레고 관련 콘텐츠 영상을 선보이는 국내외 유튜버들이 늘고 있다. 8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꾸삐(28·본명 이준승)’는 국내 레고 전문 유튜버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영상은 레고 제품 리뷰·전시회와 장터 소개·레고 창작가 인터뷰 등이 주를 이룬다. 과거에는 레고 창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각종 디오라마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는 전세계 300여명, 국내 10여명에 불과한 덴마크 레고 본사 인증 앰버서더(홍보대사)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유튜브 채널 '레고 도사 꾸삐'를 운영하는 꾸삐 이준승씨

출처꾸삐 제공

꾸삐는 자신의 모든 영상마다 “오늘도 한 사람의 레고 덕후가 생겼다면 성공!”이라는 클로징 멘트를 한다. 서울 강남에서 꾸삐를 만나 무엇이 그를 레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지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레고를 사랑하고, 레고의 매력을 다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꾸삐입니다. 레고 디오라마 제작 등 레고 관련 일을 했었고, 본격적으로 유튜버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정도 됐습니다.”


-레고에 관련된 이야기부터 해보죠. 레고에 빠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어렸을 때 갖고 놀았던 레고에 대한 향수가 있을거예요. 저도 초등학생 때 레고를 엄청 좋아했었지만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잠시 레고를 잊고 지냈었어요.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2011년 우연히 한 네이버 블로그에서 한 레고 사진을 봤는데 콱 꽂혀버렸어요.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에 나오는 해적선 ‘블랙펄’이었어요. 그날 바로 무언가에 홀린 듯 중고나라에서 직거래를 통해 블랙펄을 구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둔 돈을 탈탈 털었죠. 바로 만들었는데 너무 재밌는거예요. ‘손맛’이라고 하는데, 만드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레고에 다시 빠지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선물로 레고를 사주셨지만, 이제는 내가 번 돈으로 구입을 하니 뭔가 더 뿌듯하기도 했고요.”


-본인에게 레고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레고를 단순히 애들 장난감으로 여기시는 분들도 아직 많아요. 물론 ‘장난감’이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레고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오브제(물건)’라고 생각해요. 미술관에 걸린 세계적인 명화도 결국 물감으로 그린 것이잖아요. 저는 레고가 물감처럼 예술품을 만들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레고 블록들을 통해 만들 수 없는 것이 없어요.”

꾸삐와 꾸삐가 만든 창작 레고 '킹스크로스 기차역'

출처꾸삐 제공

-레고 창작자로도 활동했습니다.
“‘창작’이라고 하면 다들 거창하게 생각하셔서 저는 창작가라는 말보다는 ‘빌더(builder)’라는 단어를 더 좋아해요. 사실 많이 부족해요. 저보다 훨씬 더 멋있는 제품을 만드신 빌더가 많습니다. 대학교 선배 중에 레고 덕후가 계셔서 그 분과 같이 다양한 동호회·커뮤니티 활동을 했습니다. 레고를 갖고 놀다보니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저만의 레고를 만들고 싶었어요. 설명서가 없는 레고를 하나 둘 씩 만들기 시작했죠. 그러다 한 백화점 측에서 ‘레고 관련 행사를 준비 중인데 디오라마 제작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제안을 주셔서 그때부터 친한 형들이랑 레고 디오라마 제작을 함께 했었습니다.”


-본인이 만든 레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전 랜드마크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숭례문’입니다. 2017년에 만들었고 레고 블록은 2만피스 정도 들어갔습니다. 제작 기간은 약 4개월 정도 걸렸고요. 숭례문은 우리나라 국보 1호이기도 하지만 화재로 소실된 가슴 아픈 사건도 있어서 뭔가 짠한 느낌이 있어요. 한국의 건축미를 레고 숭례문을 통해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숭례문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주한 덴마크 대사관에 제가 만든 레고 숭례문이 전시되어 있어요. 레고가 덴마크 회사잖아요.” 

주한 덴마크 대사관에 전시되어 있는 꾸삐의 창작 레고 '숭례문'

출처꾸삐 제공

-유튜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린 것은 의경 복무시절인 2015년 8월이었습니다. 휴가 기간에 틈틈히 레고 전시회를 다니며 찍었던 영상을 올렸던 것이예요. 전역 후에도 레고 관련 일을 계속 싶었고, 레고가 가진 매력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원래는 레고 관련 잡지를 만들고 싶었는데 군대에 있는 동안 다른 회사가 벌써 레고 잡지를 냈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유튜브는 영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레고의 매력을 쉽게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역 후 2017년 우리나라에 지점을 둔 영국계 키즈 카페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레고 디오라마 전시 기획 업무를 하면서 틈틈히 유튜브 영상을 올렸어요. 그러다 작년 11월부터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본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구독자가 8만명을 돌파했는데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제가 레고 주요 제품은 전부 리뷰하니까 ‘어떻게 비싼 레고를 전부 다 살 수 있지?’라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사실 제 영상에 나오는 레고 중 상당수는 제가 소유하고 있는 제품이 아니예요. 그동안 6~7년정도 레고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레고를 좋아하시는 다른 분들도 많이 사귀게 됐고, 이 분들이 레고를 빌려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레고코리아로부터 제품을 지원받는 경우도 있고요. 현재 유튜브 수입은 제 생활을 하면서 갖고 싶은 레고를 사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시아 지역 레고 엠버서더 모임에서 꾸삐(오른쪽 앞)와 다른 앰버서더들

출처꾸삐 제공

-덴마크 레고 본사가 인증한 앰버서더입니다. 어떻게 하면 앰버서더가 될 수 있나요?
“레고 엠버서더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역 동호회’ 앰버서더로 1년에 일정 규모 이상의 레고 전시회를 3번 이상 개최해야 합니다. 그리고 레고 본사에 이를 알리고 인정을 받으면 그 동호회의 장이 레고 앰버서더가 되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팬 미디어’ 앰버서더로 2년 전에 신설된 거예요. 유튜브 영상 같은 레고 관련 컨텐츠를 생산해 일정량 이상의 트래픽을 기록해야합니다. ‘지역 동호회’든, ‘팬 미디어’ 든 앰버서더 자격을 유지하려면 이 요건을 매해 충족시켜야해요. 저는 지역 동호회 앰버서더였다가 작년부터 팬 미디어 앰버서더로 전환됐습니다. 현재 아시아에서 팬미디어 앰버서더는 저를 포함해 8명이 있습니다.


레고 앰버서더가 하는 일은 당연히 레고 홍보활동입니다. 앰버서더가 되기 위한 요건 자체가 사실 레고 홍보 활동이죠. 앰버서더가 된다고 덴마크 본사로부터 직접적으로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이를 제공한다거나, 레고 제품이나 부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한때 단종된 레고 제품을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레테크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레고를 사는데 약 1억원 정도 쓴 것 같아요. 한때 레테크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큰 이익을 보진 못했어요. 손해 안보고 제 값에 판 정도요. 지금 제가 갖고 있는 레고 중에 미개봉 제품은 없습니다. 전부 조립하고 소유할 목적으로 갖고 있는 것들이예요. 옛날에야 레고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희귀한 제품들이 프리미엄이 많이 붙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재테크 용도로 레고를 구입하시려는 분이 있다면 뜯어말리고 싶어요.”

레고 도사 꾸삐

출처꾸삐 제공

-가장 좋아하는 레고 제품 3개를 꼽는다면.
“하나는 아까 말씀드린 ‘블랙펄’이고요. 또 하나는 서양의 지하철을 형상화 한 ‘메트로 라이너’(품번 4558)입니다. 초등학교 때 아주 재미있게 갖고 놀다가 잃어버렸던 제품인데, 최근 다시 수집했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2017년 재출시 된 ‘타지마할’ 제품이예요. 제가 랜드마크 제품을 좋아하는데요. 타지마할 제품은 제가 관심을 갖기전 단종되면서 가격이 수백만원까지 오르는 바람에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재출시가 되서 너무 기뻤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더 다양한 레고 관련 콘텐츠 영상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그 중 하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하는 건데요. 레고 피규어들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사진찍고, 이를 영상처럼 이어붙여 레고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 3명 정도 팀을 구성한 상태입니다. 사회 이슈나 인기있는 게임을 접목해서 다양한 주제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이와 관련한 새로운 유튜브 채널도 만들 예정입니다.


또 다른 목표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레고를 갖고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레고를 마음껏 갖고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연예인 노홍철씨가 자기 차를 튜닝해 ‘홍철카’를 만들었던 것처럼, 저도 ‘꾸삐카’를 만들어 여러 보육원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함께 레고를 만들며 놀고 싶어요. 레고가 누구나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유튜브를 찍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저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먼 미래가 아닌 내년 상반기부터 당장 시작할 생각입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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